인도네시아서 기독교인 묘소 17기 훼손… 경찰, 용의자 체포

국제
아시아·호주
최승연 기자
press@cdaily.co.kr
사건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지역이 그려진 지도. ©TUBS, Creative Common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특별자치구에서 지난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최소 17기의 기독교인 묘소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이 사건의 용의자로 반툴 지역의 한 공립 중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BBC와 Kompas, Tempo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바섬 반툴군 바투레트노 마을의 응엔탁 공공묘지에서 10기 이상의 기독교인 묘소가 파손되었고, 코타게데 지역 푸르바얀 마을의 발루와르띠 공공묘지에서도 5기의 기독교인 묘소가 피해를 입었다. 또 세원 지역 자라난 마을에서도 2기의 비무슬림 묘소가 훼손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야 남편의 묘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을 알았다”며 “기독교인 무덤들만 집중적으로 파손되었다”고 말했다.

BBC는 자라난 마을에서 십자가를 포함한 묘비석과 도자기 장식이 파손됐으며, 일부 무덤에는 구덩이와 파편이 남겨졌다고 보도했다.

반툴 경찰 대변인 제프리 프라나 위드냐나에 따르면, 용의자는 혼자서 돌을 사용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종교적 동기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코타게데 경찰서장 바숑까와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 용의자의 진술과 증거를 종합한 결과 인종·종교·계층 간 갈등(SARA)에 기반한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어떠한 단체나 이념과도 연관되지 않은 개인적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단독으로 범행했다고 덧붙였다.

욕야카르타주 정부 공식 웹사이트인 jogjaprov.go.id 역시 이번 사건에 혐오나 종교적 편향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라바야의 인도네시아 베델교회(GBI) 목회자이자 소설가인 푸투 프라바 다라나 목사는 “이번 사건에는 종교적 감정이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용의자가 음주나 약물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자마다대학교의 심리학자 루시아 페피 교수는 BBC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신중하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욕야카르타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기독교인 묘소 훼손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18년 12월에는 푸르바얀 마을 잠본 묘지에서 가톨릭 신자 알베르투스 슬라멧 수지아르디의 묘비 십자가 상단이 잘려나가 ‘T’ 자 형태로 훼손되었으며, 당시 지역 사회는 이슬람 전용 묘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2019년 4월 6일에는 슬레만 지역의 베데스다 므리짠 묘지에서도 십자가들이 뽑혀 불에 그을리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욕야카르타 주지사이자 술탄인 스리 술탄 하멩쿠 부워노 10세는 욕야카르타가 비관용적인 지역이라는 인식을 부인하며 사회적 갈등 확산을 경계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가진 국가이지만,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기독교,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도 공식 종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 단위에서 비무슬림을 겨냥한 혐오 범죄 및 차별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