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령 이해의 주된 특징(1)

오피니언·칼럼
기고
세상과 구조 변혁에 깊은 관심을 두는 영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새로운 성령 이해 즉 에큐메니칼 성령이해의 첫 번째 특징은 성령을 세상과 구조 변혁에 깊은 관심을 두는 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에큐메니칼에서 이해하는 성령은 세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분이시다. 전통적인 성령이해가 ’교회‘와 깊은 관련성을 지닌 것에 반하여 에큐메니칼의 성령이해는 세상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오순절주의의 성령이해는 주로 방언, 예언, 신유, 기적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을 강조하고, 개혁주의의 성령이해는 주로 중생과 성화를 가져다 주시는 분으로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이해들은 모두 성령을 성도 개개인을 구원하시고 능력을 주셔서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역사하시는 영으로 해석한다.

즉 전통적인 성령 이해에서 성령은 복음을 전하게 하시며,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세우게 하시며, 교회가 날마다 든든히 서 가도록 이끄시며, 그 교회가 복음을 알지 못하는 지역에 가서 복음을 전하여 새로운 교회가 서가도록 만드시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하시는 분으로 이해되어왔다. 성령은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든든히 하고,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는 영이었다. 그래서 교회는 ‘성령의 전’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물론 성령이 세상 속에서도 활동하시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세상 속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역사에 대하여는 불신자들의 마음을 열어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하시는 성령의 역사 외에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성령이해에서 성령은 주로 교회에 깊은 관심을 두시며 교회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는 영이었다.

반면에 에큐메니칼 성령 이해에서는 전통적인 성령이해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교회지향적인 성령이해가 많이 약화되어진다. 에큐메니칼에서 성령은 이 세계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이 세계의 변혁을 이끌어내고 이 세계에 샬롬을 구현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활동하시며 성도들을 독려하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호주 캔베라의 기조연설 중에 “우리는 희망을 어둡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의 와중 속에서도 성령께서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을 믿습니다. 또 인간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을 믿습니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성령이 세상의 모든 어두움 중에서도 희망을 주시며, 세상을 분열시키는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고백을 드리는 것으로서 에큐메니칼 성령이해 속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깊이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구조변혁에 관심을 두는 영이라는 말은 전통적인 성령이해에서 주로 개인에게 역사하시며 개인의 변화에 관심을 두시는 성령이해와 대조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통적인 성령이해는 개혁주의 성령이해든지 오순절의 성령이해든지 주로 개인의 구원과 성화 그리고 개인에게 능력을 주시는 영으로 이해되어져왔다. 물론 개혁주의 성령론에는 피조물과 인간의 역사에 나타나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논의가 있다. 즉 피조물을 보호하고 유지시키는 성령 이해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의 성령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피조세계 전체를 향한 성령 역사에 대한 이러한 측면은 매우 미약하였고, 또한 기본적으로 개혁주의는 성령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매우 부족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어찌되었든 전통적인 성령이해에는 우주적인 차원에 대한 이해가 매우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신학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변화보다는 인간화나 JPIC(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존) 등의 실현을 통한 구조의 변혁에 좀 더 깊은 관심을 두므로 성령 이해 역시 개인의 변화보다는 구조의 변혁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에큐메니칼 신학에 하나의 기초를 제공한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변화나 점진적인 변화는 참된 인간화를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화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인 빈곤의 문제는 개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불의의 근원적인 원인을 제거할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개발은 과거와의 진화적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고, 해방은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이며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구조를 변혁시켜야 참된 인간화와 샬롬이 구현된다고 생각하면서 에큐메니칼의 성령이해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변혁시키는 일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에큐메니칼 성령이해의 특징은 교회와 성도 개인에게 관심을 두던 전통적인 성령이해와 달리 세계와 구조 변혁에 관심을 두는 성령이해라고 할 수 있겠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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