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 또는 차등적용을 요구하며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최임위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전원회의를 열고 약 한 달 만에 심의 재개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4월 22일 열린 1차 전원회의 이후, 위원회는 전문위원회 회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의 밑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통계청의 2024년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토대로 산출된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가 위원들에게 보고됐다. 보고된 수치는 월 264만6761원으로, 전년도 245만9769원 대비 약 7.5% 증가한 수준이었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시급 1만30원, 월 환산 209만6270원)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최저임금만으로는 단신 근로자조차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노동계는 강한 인상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공동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상당수는 단신 근로자가 아니라 가족 부양 책임이 있는 근로자”라며 “비혼 단신 생계비가 아닌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몫의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한국은행이 예측한 향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2026년도 생계비를 추산한 결과,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는 월 275만원, 시급 기준으로는 1만3150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계는 배달 기사 등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고율 인상이 노동시장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276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2.5%를 차지한다”며 “이는 고율 인상의 누적으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이미 시장 수용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경총은 이어 “2001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는 73.7%, 명목임금은 166.6% 상승했지만, 최저임금은 무려 428.7%나 올라 물가의 5.8배, 명목임금의 2.6배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흐름이 저숙련·고령 근로자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우려다.
소상공인연합회도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동결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IMF 금융위기, 코로나19를 뛰어넘는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버티는 소상공인들은 이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업종별 차등 적용, 주휴수당 폐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또한 숙박업, 음식점업, 농림어업 등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연구회의 권고안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현직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연구회는 지난 15일 최임위 구성 인원을 현행 27명에서 15명으로 축소하고, 위원 구성을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하거나 기존 노·사·공 구조를 유지하되 전문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노동계가 독점하고 있는 근로자위원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해당 권고안은 사회적 대화를 일방적으로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최임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무리하고 무례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최저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을 한 날(3월 31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해 다시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 기한은 오는 6월 29일이지만, 제도 도입 이후 실제로 이 기한을 지킨 해는 단 9차례에 불과하다.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며,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