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사무총장이 2022년 초 선관위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사용해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이 해당 휴대전화를 ‘세컨드폰’으로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며, 사적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선관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2022년 1월 선관위 정보정책과장 A씨를 사무총장실로 불러 "관사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새 휴대전화를 요청했다. 이에 A씨는 계약 및 물품 관리 부서에 보고하지 않고, 정보정책과 예산을 이용해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김 전 총장에게 전달했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이 이 휴대전화를 정치인들과 연락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전 총장이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3월 18일 퇴직하면서 해당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갔다. 이후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관위는 김 전 총장에게 기기 반납을 요청했으나, 그는 초기화된 상태로 이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이 퇴직 후 해당 휴대전화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원래 상태로 반납할 수 있었음에도, 초기화를 진행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이를 사적 사용 의도를 숨기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올해 1월 26일 제출한 소명자료에서 "해당 휴대전화를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이 아니라, 관사에서 짐을 정리할 때 직원이 실수로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김 전 총장의 이 같은 주장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이미 업무용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추가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점이 의심스러운 요소로 지적됐다. 또한 김 전 총장이 주장한 ‘관사 짐 정리’와 관련해 당시 선관위 직원들은 해당 작업을 수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이 단순한 실수로 휴대전화를 반출한 것이 아니라, 사적 사용을 염두에 두고 별도의 기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기기를 초기화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한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