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의 아침묵상] 첫사랑

교회일반
교회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김진홍 목사

첫사랑

서울대학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심장으로 연결된 동맥이 막혀 있어 스텐트 박는 시술이 필요하다 하여 입원했습니다. 다행히 오늘 검사 결과 시술할 정도는 아님이 판명되어 내일이면 퇴원합니다.

병실에서 자다 깨다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내 마음 깊이 간직하고만 있던 첫사랑의 여인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20대에 속절없이 헤어진 사람인데 80이 지난 지금에 꿈길에서 만나게 되니 잠이 깬 후에 혼자 멍하니 창밖을 보게 됩니다.

내가 일본에 가서 한 일본 여자대학에서 강연하는 기회에 나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일본 여대생들이 눈물 흘리며 들었더랬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여대생들이 싸인 받겠다고 줄을 선 적도 있었습니다. 나라 안에서는 말할 처지가 아니나 외국이니까 괜찮겠거니 생각되어 이야기한 것인데 일본 아가씨들로 눈물 흘리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어느 분이 내게 일러 주기를 첫사랑에 성공하면 살아가는 동안에 머리가 아프고, 실패하게 되어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가서 잘 사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프고, 못 사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나의 첫사랑은 혼자 살다 2년 전에 저승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만으로 애틋합니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수소문으로 무덤을 찾아가 꽃 한 송이를 두고 오려 합니다. 한세상 사는 것이 사연이 많습니다. 고비 고비 지나며 남에겐 말할 수 없어 혼자 가슴에 새겨 두고 살아가야 할 사연을 쌓아가며 살아갑니다.

김진홍 목사(동두천두레운동본부 대표)

 ©동두천 두레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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