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북송 사건, 살해 여부 아닌 재판권 침해가 본질”

정치
북한·통일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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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강제북송 탈북청년 추모 및 북한인권재단 설립 촉구 토론회 열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노형구 기자

‘강제북송 탈북청년 추모 및 북한인권재단 설립 촉구 토론회’가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올바른북한인권법을위한시민모임(올인모), 전국탈북민연합회, 청년단체 북진 주최로 2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인사말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의 탈북어민 분향소 설치 계획은 강제북송 사건을 둘러싸고 씌워진 흉악범 프레임으로 인해 국민정서상 맞지 않아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탈북어민 2명이 살해했다고 자백한 정황이 확실하고, 이를 토대로 더불어민주당이 탈북어민 2명에 씌운 ‘흉악범’ 프레임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 탈북어민 2명이 살해했는지 아닌지를 가리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단, 이들이 설사 흉악범일지라도 대한민국 법령 안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살인 자백만으로 살인죄로 섣불리 판정할 수는 없고, 혈흔 등 추가 수사에 따라 확보한 보강 증거 자료를 토대로 법적 절차를 밟아 이들의 죄를 철저히 가려야 했다”며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에선 탈북어민 2명에 대한 추가 수사를 건너뛰고 성급히 강제북송시킨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라고 했다.

또 “분리신문을 거쳐 얻어낸 탈북어민 2명의 살인자백도 그 범행 동기나 경위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살인죄를 가릴 객관적 증거도 없이 추가 조사를 생략한 채 탈북어민 2명을 강제북송시킨 사실로, 그해 말 개최된 아세안 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 석희태 법학박사도 “헌법 12조, 형사소송법 320조에 따라 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무죄추청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에 의해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탈북어민 2명은 살해혐의를 받을지라도 무죄”라고 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김석우 이사장(통일원 전 차관)은 “탈북어민 2명이 설사 살인자일지라도 NLL을 넘어온 이상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에, 이에 상응하는 사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당시 문재인 정부나 현 더불어민주당이 강제북송의 근거로 제시한 북한이탈주민법(9조) 규정은 중범죄 등을 저지른 탈북민을 정부의 경제적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일 뿐, 강제북송의 근거는 결단코 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9조는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보호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한 탈북민은 유상범 의원의 발언에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강제북송을 경험했다는 이 탈북민은 “북한 검찰은 자기들이 의도한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고문을 가하기도 한다”며 “이와 같이 정부 합동조사에서 탈북어민 2명을 흉악범으로 씌우기 위해, 유도신문에서 특정 압력을 가해 거짓진술을 이끌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탈북어민의 살해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씌운 흉악범 프레임을 전제로 맞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탈북어민 2명에 대한 추모식을 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 방청객은 “그 사람이 흉악범이 아님을 밝힐 증거는 이미 인멸된 상태”라며 “흉악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섣불리 추모식을 개최하는 것은 국민 반발 여론 등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다른 탈북민도 ”탈북어민 2명이 흉악범이냐 아니냐를 가리기보단, 국민으로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한 법치파괴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전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흉악범 프레임은 명백한 정치선동으로, 이 싸움은 정치 선동이냐 아니면 법치주의 수호냐의 문제”라며 “살해혐의를 받았을지라도 탈북어민 2명의 강제북송은 헌법·국제법상 위배라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은 ‘흉악범 프레임’을 씌워 정치선동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을 덮고자 한다”며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진상규명에서 탈북어민의 강제북송이 헌법·관계법 위반, 문재인 정부의 조적직 개입 정황 등 진실이 드러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는 정치선동을 격파하고 법치주의 수호를 세우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탈북어부 추모와 북한인권재단의 업무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청년단체 북진의 김광수 대표는 “북한인권재단과 탈북청년의 추모를 분리해 북한인권증진의 목적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했고, 한변 소속 김현기 변호사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해야 하기에, 정치적 정쟁화로 흘러가고 있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개입은 자제하고,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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