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 조사 발표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컨퍼런스 현장.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전문가와 의학 전문가가 참석해 아이의 발달 단계를 이해하고 체벌없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과 양육 정보를 제공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을 조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비폭력적인 양육 방식을 안내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한 기초 자료로써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발표한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 조사에 따르면, 징계권 삭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았다. 지난해 1월 8일 민법 제915조, 일명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다.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 고 규정한 이 조항은 그동안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가정 내 체벌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으며, 지난해 제정 63년 만에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이 통과된 지 18개월 여 지났음에도 조사 대상의 78.8%는 징계권 조항 삭제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체벌을 둘러싼 인식 변화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법의 개정 내용을 알고 있는 21.2%는 체벌이 줄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주변의 인식이나 행동이 바뀌지 않거나(69.7%), 징계권 삭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38.2%)이라고 답했다. 특히 29.2%가 체벌 없이 아동을 훈육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법의 개정을 몰랐다는 응답자들은 해당 내용을 잘 인식하기 위해선 언론 보도와 공익 캠페인, 부모교육과 아동권리교육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신체를 꽉 붙잡거나 때리기 등의 신체적 체벌과 고함치기나 내쫓기와 같은 비신체적 체벌에 대해선 각각 34.4%, 45.3%가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에 진행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의 답변이 30.6%, 43.1%였던 것과 비교해 각각 3.8%, 2.2% 상승해, 체벌 금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신체적 체벌의 경우 36.2%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28.9%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해, 성인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신체를 꽉 붙잡거나 때리기 등의 신체적 체벌의 일부는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신체적 체벌 역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도 각각 34%, 20.1%에 달했다.

최근 1년 사이 자녀에게 신체적 체벌을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응답자는 67.2%였으며, 비신체적 체벌의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33.9%로 확인됐다. 체벌 없이 자녀를 훈육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38.2%는 '체벌 없이도 아이를 훈육할 수 있기 때문에', 30.9%는 '인격적으로 키워야 인격적인 사람으로 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36.4%는 주변의 정보보다 양육에 대한 나의 생각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으며, 23.6%는 육아나 아동발달 관련 도서를 통해, 18.2%는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정보나 교육을 통해, 9.1%는 사회복지기관이나 학교, 문화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부모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75.7%)은 지금까지 부모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없었으나, 이 중 86.7%은 체벌 없이 자녀 양육을 돕는 부모 교육이 있다면 참여 의향이 있다고 밝혀 부모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아동복지학회 김미숙 감사는 "양육자의 경우, 올바른 자녀 양육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다수이기에 긍정적인 훈육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한다. 특히 부모 교육은 실제 가정에서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동 발달 도서나 자녀양육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부모들에게 체벌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아이와의 갈등적 상황에서 원만한 개입 할 수 있는 정보들을 쉽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반으로 개발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비폭력 양육법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에서 9주 간의 부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에서는 도서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가 출간됐다. 이와 더불어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전문가와 정신건강 의학 전문가가 함께하는 무료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지난 14일(화) 서울을 시작으로, 27일(월) 전주, 28일(화) 인천, 29일(수) 대구, 7월 12일(화) 김해, 13일(수) 부산까지 전국 6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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