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국회 차별금지법 공청회… 교계 “일방적 독선” 규탄

사회
사회일반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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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연·수기총 등 국회 안팎에서 규탄 기자회견
진평연·복음법률가회는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정문 앞에서 열였다. ©노형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25일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민의힘이 진술인 추천을 거부하고 불참을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제정 찬성 측 패널만 참여한 ‘반쪽 공청회’에 그쳤다.

국민의힘 기독인회(회장 이채익 의원)는 공청회 전날인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법 입법독주는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개자완박’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개별적 인간으로서 천부적으로 가지는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 안팎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청회를 규탄했다.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복음법률가회 기자회견에서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는 “(법사위 소위에서의) 공청회 진행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법적 요건이 아니다.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공청회 절차는 표결을 위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차별금지법의 폐해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며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을 정확이 모른다는 국민이 약 70%이다. 이 법의 이름만 알려주면 대다수가 지지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면 과반은 반대 의견을 표명한다고 나타났다. 법안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공청회 진행은 불법”이라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합의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는 동성애에 대한 찬·반의 가치가 격돌하는 장이기 때문”이라며 “이 법안에 대한 찬성 측 입장은 성적지향 등 젠더정체성을 차별사유로 넣으면서 젠더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틀린 말이다. 젠더 정체성은 선천적인 게 아닌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합의가 불가능한 사안인 차별금지법에 대해 특정 가치관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찬·반이 갈릴 정도로 당론이 모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언론들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공정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에 봉사하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노형구 기자

이상원 전 총신대 교수는 “오늘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하는 김종훈 신부의 의견에 반박하고자 한다. 김 신부는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약자인 동성애자들을 보호하는 성경적 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성애자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며 “성경은 사회적 약자로 가난한 사람, 고아, 억눌린 사람, 학대받는 자, 주린 자, 이방인 탈취당한 자 등 20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목록엔 동성애자는 없다”고 했다.

그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 시대까지 동성애자는 항상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제시하는 사회적 약자의 목록엔 동성애자는 없다”며 “사회적 약자란 불가항력적인 개인·사회구조적 사유가 그 원인이 되지만, 동성애는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그만두기로 선택 가능한 사안이다. 때문에 동성애는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동성애자는 사회 계층 전역에 분포돼 있어 사회적 약자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특히 서구에선 동성애자들은 경제· 정치·학문권력과 결탁한 강자들로서 우선적 보호가 필요한 약자는 결단코 아니”라며 “김 신부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혐오·차별을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별이 남녀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편견이 아니라 비과학적인 거짓말에 대항하는 과학적 진실이다. 즉 성별이란 염색체 배열에 따라 형성된 신체적 성기로 남·여라는 성별이 구별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대학이 설립요건에 따라 동성애자를 교수로 뽑지 않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자유롭게 교수를 채용할 자유의 영역이자 공정한 분별”이라며 “특히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동성애 비판을 비롯해 타 종교에 대한 비판일지라도 평화로운 언사를 통해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이러한 비판을 막는다면 또 다른 전체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2010년부터 영국에서 평등법의 시행으로 동성애 등 비판이나 반대는 혐오표현으로 억제됐다. 그러면서 동성애·젠더전환 옹호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자 성전환 치료를 받은 10대는 33.6배나 증가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Prospect, Why do so many teenage girls want to change gender?, Mar. 3rd 2020)”고 했다.

이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안상 23개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행강제금 등 강제수단을 통해 공적기관·사적기관·종교기관 등 전 영역에 집행할 경우 이로 인해 많은 혼란과 자유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제력을 띠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결국 자유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 국가로의 전환과 같다. 즉 특정 가치관에 대한 의견을 막는 전체주의 사회의 도래”라고 했다.

수기총 등 4개 단체는 국회 소통관에서 평등법 차별금지법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형구 기자

앞서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4개 단체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동성애자 등을 특권층으로 격상시켜 특정 소수자 독재를 초래하는 반민주 악법인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법사위) 1소위 공청회 개최는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려는 '요식행위'이자 민심에 역행하고 국회 협치를 파괴하는 일방적 독선”이라고 했다.

자유발언에서 박한수 제자광성교회 담임목사는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을 보수개신교라는 프레임으로 묶고 있는데, 이 법에 대한 반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순수한 외침”이라며 “지난 15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해 국민 3만여 명이 모였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실체를 알면 기독교인 30만, 300만 명도 모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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