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자립 위한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

사회
복지·인권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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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혼모자복지가족시설 기쁨의하우스 정영순 원장
정영순 원장(맨 오른쪽)과 사회복지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전라북도 최초의 미혼모복지가족시설을 설립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한 교회가 있다. 바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기쁨의교회다. 기쁨의교회 담임 박윤성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으로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품고 사랑하며 스스로 자립하도록 도와 훌륭한 시민상을 꿈꾸게 하고 싶다”며 미혼모복지가족시설 ‘기쁨의하우스’의 설립 취지를 전했다.

현재 기쁨의하우스는 지난 2020년 8월 지역사회의 미혼모들을 돌보기 위해 기쁨의교회가 완공한 건물에 상주하고 있다. 기쁨의하우스 정영순 원장은 “기쁨의교회가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등 미혼모복지가족시설로 인가받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전라북도 익산시 모현동에 위치한 기쁨의하우스는 총 140평 면적에 2층 규모로 1층엔 교육실, 상담실, 의무실, 식당, 사무실 등이 들어섰다. 2층에는 미혼모 생활시설 8곳과 공동육아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들에게 일정기간 숙식, 양육교육, 직업교육 등을 지원한다. 본지는 지난 13일 기쁨의하우스 상담실에서 기쁨의하우스 정영순 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정 원장은 “스마트 폰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성 문화가 개방되면서 향후 미혼모 입소자의 연령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 된다”며 “지금 10대 미혼모 2명도 우리 시설에 상담을 의뢰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미혼모들은 두려움이나 심리적 압박이 큰 상태로 우리시설에 입소한다. 특히 시설 퇴소 후 경제적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라며 “아동의 친생부 없이 홀로 시설에 찾아와 ‘내가 왜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까’라며 자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기쁨의하우스를 거쳐 간 미혼모는 총 20명이다. 정영순 원장에 따르면, 입소자 중 상당수는 “아기의 생명이 소중해”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혼 가정 출신이거나 아동의 친생부 부재로 인해 시설 퇴소 후 경제적 자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 원장은 “우리 시설에서 약 1년 반 정도 돌봄을 받은 뒤 공동생활시설·모자원·자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친정에 들어가 생활하려니 부모의 눈치가 보이고, 모자원에 입소하면 따라붙는 ‘미혼모’라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미혼모 대부분이 임대 주택 마련 등으로 자립을 선택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쁨의하우스 소속 직원은 총 7명으로 모두 여성들이다. 간호사, 생활지도사, 조리사 등 각기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미혼모들을 돌보고 있다. 특히 아기 목욕, 분유 먹이기, 기저귀 갈기 등 육아교육의 경우 미혼모 한 명을 생활지도사가 밀착해 돕고 있다고 한다. 현재 기쁨의하우스에 입소한 미혼모는 총 8명이다.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다.

정 원장은 “시설에서 미혼모들이 우리를 엄마처럼 의지하며 생활하기에 서로 정이 많이 든다. 미혼모들은 내게 ‘엄마’라고 불러도 되냐고 묻는다”며 “우리를 친정엄마처럼 여겨 퇴소 후에도 육아 상담 등 연락이 자주 온다”고 했다.

식당 조리사가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노형구 기자

매년마다 기쁨의하우스는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를 위해 심리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청해야 하는데 이를 충당하려면 정부 보조금만으론 예산이 빠듯하다고 한다.

정영순 원장은 “미혼모들의 트라우마는 매우 커서 외부에서 초빙한 심리전문가들의 상담은 필수”라고 했다. 이 밖에 냉·난방비 등 시설 운영비도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추운 겨울엔 미혼모들이 따뜻한 물로 아기를 목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 100만원 까지 나온 적도 있다”고 정 원장은 덧붙였다.

정 원장은 그러면서 “정부 보조금에서 미혼모 한 사람당 식비로 할당된 예산은 하루 9천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혼모들은 외부에 나가 양질의 음식을 먹고 싶고, 또 먹어야 할 나이”라고 했다. 또 “미혼모들이 시설에 있는 동안 생활자립을 위해 필요한 직업기술을 배우려 전문학원에 등록하고자 해도, 우리가 외부에서 후원금을 충당해 미혼모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쁨의하우스는 퇴소한 미혼모들의 생활 자립을 위해서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외부 후원금에 의탁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퇴소정착 지원금’ 등 미혼모를 위한 자립지원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자를 위한 자립지원금을 기존 1천만 원에서 1천 5백만 원으로 상향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매 달마다 지급하는 한부모가족의 지원수당은 기본 아동양육비 2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다 기준 충족 시 10만원 내외의 별도 양육비가 추가된다. 하지만 중위소득 52% 이하의 법정 한 부모에 한해, 아동이 18살이 될 때까지만 지원수당이 지급된다.

정영순 원장은 “한달 아기 분유 값만 평균 20만 원이 넘고, 여기에 예방 접종비 및 아기 옷·이유식 등 부수적인 아기용품을 구입하는데 약 50만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 따르면, 미혼모 가정의 월 평균 수입은 92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미혼모들은 퇴소 이후 닥친 삶의 어려움에도 ‘아이를 보며 견딘다’고 말하곤 한다”고 정 원장은 덧붙였다.

“시설 퇴소 후 아이 양육에 투입되는 경제적 비용을 충당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이 많아요. 그러나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아이 양육은 분명 사회 공동체적 책무인데, 개인이나 교회 등 단체로만 그 책임을 환원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문제라고 생각해요.”

시설 운영에 어려움은 있지만 기쁨의하우스에서 양육을 배워 희망을 얻어간 미혼모들을 볼 때면 가장 보람차다는 게 정 원장의 말이다. 그녀는 “임신 사실을 병원에서 뒤늦게 알고 겨우 출산한 한 고등학생 미혼모는 무서움이 앞서 양육을 포기하려고 했다”며 “그런데도 우리 시설로 들어와 육아 등을 배우면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정영순 원장은 끝으로 “정부는 출산장려뿐만 아니라 미혼모들의 생활자립을 다방면으로 돕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며 “한국교회가 미혼모들의 아픔을 잘 헤아려 미혼모복지가족시설에 대한 물질적인 후원과 기도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특히 미혼모들에겐 “‘미혼모’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말고 자신의 삶을 당차고 열심히 잘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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