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쟁 아닌 그리스도 통한 평화·화해 선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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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학회, 최근 제150차 정기학술대회 개최
한국교회사학회 제150차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사학회 제공

한국교회사학회(박경수 회장)가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소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에서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를 위한 신학’이라는 주제로 제150차 정기학술대회를 대면과 비대면(Zoom)을 병행해 개최했다.

이날 강혁 교수(장신대)가 ‘한국전쟁의 발발과 독일복음주의교회의 재무장 논쟁’, 남성현 교수(감신대)가 ‘비잔틴 수도원의 티피콘’, 안교성 교수(장신대)가 ‘목회를 위한 신학으로서의 회중론 연구: 교회사에 나타난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먼저, 강혁 교수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이 전쟁의 결과로 인해 전후 6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남과 북이 서로 대결하는 상황 속에서, 서로에 대한 격한 적대감, 설명할 수 없는 분노 그리고 심연에 깔린 불신으로 한국사회는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국의 기독교 역시 이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방 이후 북한지역의 교회는 공산주의자들의 정치적 박해를 경험했고, 전쟁 중에 240명 이상의 목사들과 수많은 교인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되거나 흔적 없이 사라졌다. 또한 교회의 3분의 1이 불타거나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들이 한국교회 안에 남아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한국의 많은 보수주의 교회들이 기꺼이 반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한국 개신교의 현실 안에서, ‘오늘날 교회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 동일한 질문이 1950년 봄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된 ‘독일복음주의교회’(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EKD)에서 제기되었다”며 “이 질문은 곧바로 발발한 한국전쟁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을 놓고,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회적 책무’와 ‘정치적 여론’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들을 일으켰다. 이 논쟁들이 1950년 가을 EKD의 ‘서독 재무장’ 논쟁에서 구체화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독의 재무장 논쟁은 내각에서 개신교를 대표하는 내무장관 하이네만이 재무장 정책에 있어 아데나워 총리의 독단적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임함으로써, 여론과 EKD 안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며 “당시 독일 개신교 내부에는 서독의 재무장이라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었다. 한쪽은 교회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국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이와 반대로 다른 견해는 개신교는 국익이 오판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논쟁에도 적극적으로 기독교적 관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이어 “1950년 가을 EKD 안에서는 전자의 입장은 주로 전통적인 루터교인들의 관점이었고, 후자의 입장은 마틴 니묄러를 중심으로 하는 형제협의회 회원들의 관점이었다”며 “이러한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EKD가 동서독 독일인들에게 공통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있었다. 첫째는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가 같은 민족 안에서 증오와 적개심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호소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독교가 적대감을 조장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선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명확하게 반대했다”며 “둘째는 전쟁을 통하여 현재의 곤궁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망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더 양보할 수도, 합의할 수도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전쟁의 승리로 더 나은 미래를 획득할 수 있다는 확신 역시 망상일 뿐”이라고 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EKD는 ‘독일인이 독일인에게, 형제가 형제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1950년 가을 독일 복음주의교회(EKD)가 서독의 재무장 정책에 대해 취한 기본적인 입장은 ‘무기를 드는 것은 각자의 양심’에 의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독일의 전반적인 정치 상황이 세계 대전 이후의 정치적, 군사적, 사회적 분단의 유사성만으로 모두 설명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과 독일의 분단의 원인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고, 짧은 기간에 매우 다른 정치적 발전들이 있었다”며 “교회의 역사 역시 시기와 사건의 유사성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분단 이후 독일 개신교인들의 상당수는 소련의 통치영역에 남아 있었고, 명목상이지만 EKD는 서독뿐 아니라 동독의 개신교도 대표하는 기관이었다. 반면에 한국에 있는 많은 북한지역의 기독교인들은 해방 이후 공산주의자들의 박해를 피해 다수가 남한으로 도피했다. 이런 차이는 독일교회와 한국교회의 정치적 입장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교회가 공동으로 수행해야 할 사명이 있다”며 “이는 무엇보다 교회는 전쟁이 아닌 그리스도를 통한 평화와 화해를 선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남성현 교수는 “4세기에 설립된 삼손병원은 수도원과는 형태적으로 무관한 독립병원이었고 7세기에 이르러 의료 전문 병원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또, 후기 비잔틴의 수도원병원 중에서 여전히 수도자-간호사의 전통도 유지되고 있었다. 이 외에 병원 영성과 관련된 구속적 공로 사상이 본격화 되는 것이 언제인가도 더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방대한 비잔틴 티피콘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도 필요하다”며 “본 연구가 이렇게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 미진함에도 이 시론(試論)을 통해 가난하고 병든 자를 돌보아야만 완전한 인간, 완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초기 비잔틴 병원 영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안교성 교수는 “목회는 목회자, 회중, 목회사역의 삼대 요소로 이뤄진 삼각구도를 통해 수행된다. 목회에 있어서 이 세 가지 요소는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라며 “그런데 그동안 목회론(혹은 목회신학)은 전반적으로 볼 때, 주로 목회자 혹은 목회사역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목회론에서 회중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제대로 받아오지 못했고, 따라서 목회자론과 목회사역론에 비해서 회중을 논하는 ‘회중론’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심지어 최근 들어 목회론이 목회를 둘러싼 외부요소인 상황(혹은 맥락)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편 오늘날 신학 특히 교회론과 선교론은 급변하고 있고, 이런 변화 가운데 회중에 대한 강조를 빼놓을 수 없다”며 “따라서 회중론은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 심화된 연구가 요청되는 연구 소외 분야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회중론은 비록 목회론의 대세는 아니었지만, 맥을 이어왔고 계속 발전해왔다. 이런 회중론은 목회론의 실용적인 차원을 다룰 뿐 아니라, 목회론의 진정성에 대해 도전하기도 했다”며 “첫째, 「사목규범」은 목자가 양을 알아야 한다는 성서적 목회론을 상기 시켜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회중론은 목자의 회중 이해라는 일방적 이해를 넘어 목자와 양의 상호이해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목회론은 양의 목자 이해에 대해 가중치를 두고 발전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둘째, 「참된 목회학」은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평신도가 목회 동역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것은 초대교회 목회상의 재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참된 목회학」은 목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소극적인 차원에서 병든 양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차원에서 건강한 양의 성장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목회론은 목회를 목회상담, 영성 등을 넘어서 교회 전체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셋째, 최근 신학은 회중의 중요성, 회중의 다원성을 주목하게 한다”며 “더이상 서구 중심적, 남성 중심적 신학의 틀로는 목회론, 특히 회중론을 제대로 해나갈 수가 없다. 세계의 급변하는 상황에 맞는 목회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론과 목회사역론은 물론이고, 회중론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다른 섹션에서는 김일환 교수(서울장신)가 ‘대한장로교회 신경의 변천을 통해 본 한국장로교회의 신앙고백에 대한 인식’, 박형신 교수(남서울대)가 ‘예수셩교문답(1881)의 변천사 - 셩경문답(1921)에 이르기까지’, 김교민 교수(한신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목회신학 - 만우 송창근 목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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