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 받았던 파키스탄 기독교인 부부, 7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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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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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카트 에마구엘과 샤구프타 카우사르 부부 ©파키스탄 기독교인 제공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기독교인 부부에게 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4일(현지시각)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은 샤프카트 에마구엘과 샤구프타 카우사르 부부에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판결하며 석방을 명령했다.

이들 부부는 2013년 문자 메시지로 이슬람 신자에게 신성모독의 내용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2014년부터 감옥에 수감되었다.

당시 마을의 모스크 지도자인 마울비 모하메드 후세인은 남편 에마구엘이 부인인 카우사르의 휴대폰을 사용하여, 예언자 무함메드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모욕하는 다수의 문자를 보냈다며 두 부부를 고발했다.

하지만 문제의 문자는 영어로 작성되었고,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문맹임을 호소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에마구엘은 경찰이 그에게 고문을 가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 부부의 변호사인 사이프울 말룩은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부를 위한 정의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환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인 및 기타 소수 민족을 상대로 신성모독죄를 악용한 고발 사건이 빈번하다. 인권 단체들은 이 혐의가 사형이 선고될 만큼 중대한 사안임에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허위로 고소하거나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해 악용된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사건은 통상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법원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무죄를 선고받은 후에도 피고인들은 살해 위협을 받게 되어, 은둔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성모독법의 대표적인 희생자인 아시아 비비는 사형 판결을 받고 8년을 복역하다가 2018년 파키스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비비는 석방된 후에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위협을 받아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가, 2019년 5월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망명해야 했다.

윌리엄 스타크 ICC 지역국장은 “이렇게 오래 지속된 신성모독 사건이 정당하게 해결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이 부부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타크는 “우리는 기독교인 부부와 그들의 가족의 안전을 깊이 염려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은 신성모독과 같은 종교 범죄로 기소된 사람들은 무죄가 선고된 후에도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 남용은 억제되어야 하며, 거짓 주장을 뿌리 뽑고 처벌해야 한다”며 “개혁이 없다면, 종교적 소수자들은 계속해서 거짓된 신성 모독 혐의와 종종 이러한 고발에 수반되는 폭력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