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신학적으로 어떠한 의미인가?”

송진순 교수, NCCK 제38회 환경주일 심포지엄서 발표
송진순 교수가 한교협 제38회 환경주일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영상 캡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25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의 의미와 실천’이라는 주제로 제38회 환경주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송진순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는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언의 신학적 의미’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송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인간과 자연을 비롯한 전지구적 문명을 잠식하였다. 효율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인간중심주의와 성장주의, 각자도생의 삶의 방식, 그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문명이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한 탈탄소사회,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단지 삶의 안전과 환경 문제에 국한된 것도 아니고, 에너지 자원이나 기술 변화에 국한된 것도 아니”라며 “이는 환경위기와 경제 체제의 붕괴를 넘어 인류 생존권과 기본권의 위협, 전쟁과 분쟁, 나아가 에너지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부정의(不正義)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작금에 추진되는 그린뉴딜의 에너지 전환은 기존의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대규모의 중앙집중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에너지 체제’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 소비 감소는 물론 수요관리에 집중하는 ‘소규모의 지역 분산적이며 시민참여적인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인간 활동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를 전환한다는 것은 인간 삶을 포함한 사회 체제의 전환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것은 기존의 중앙집권적 에너지 체제에서 수동적 소비자에 불과한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해 시민 각자가 공동체 안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주체로 서되 공유하고 나누는 행동 양식의 전환을 통해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와 지구 생태계를 살려내는 길을 모색하는 움직임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신학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가”라며 “먼저, 아가페 프로세스에서 제언한 ‘생명경제’ 사상에 비추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는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의 공동체이자 그리스도의 몸이다. 하나님의 창조신학과 아프리카 영성인 ‘우분투’(ubuntu, ‘너는 내 운명’) 사상에 근거하여 생명을 관계적 존재로 규정한다”며 “생명경제 사상의 핵심은 이 세계가 하나님의 생명살림이 펼쳐지는 장이기에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빚어지는 인간과 생명의 노예화, 불의하고 불공정한 사회와 약탈적 지배체제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동시에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에 기대어 생명 경제로의 철저한 회개(메타노이아)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생명경제 사상에서는 가난한 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상호협력과 상호연대라는 공공선을 추구하며, 노동, 지식, 창조성이 자본을 대체하여 경제 활동을 주도하고, 개인 공동체 국가들이 협력하는 세계 경제를 비전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볼 때 탄소중립에 기반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탈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성찰 및 생명에 대한 재정의에서 비롯된 것은 물론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정의로운 관계 회복이라는 점에서 그 신학적 의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둘째로 성서적으로는 예수가 전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 복음서에 나타난 살림의 경제를 통해 그 신학적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며 “대규모 중앙집권적 에너지 체제는 공급지향적 전력 수급방식으로 정부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전력공급과 정책과정에서 국민들의 소리는 소외되었고, 모든 에너지원과 관련 정보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대부분 도시 에너지원은 서해안에 밀집된 대형 화력발전단지나 경북 해안가의 원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원거리로 수송하는 방식을 통해 대량 공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전력 체계는 도시가 지방을, 중심이 주변을 식민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주변에서 생산된 모든 에너지는 초고압 송전탑을 통해 중심부로 빨려 들어오도록 설계되었다. 에너지가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 방식은 일방적이고 착취적이고 수탈적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속성이 그러하듯,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 및 소비 과정은 경제체제 내 은폐된 식민화의 과정으로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따라서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경제구조가 내포한 지속불가능하고 부정의한 구조에서 지속가능하고 개방적인 정의로운 구조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에너지원에 대한 전환과 인간 노동과 삶이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방식의 전환이라는 거버넌스적 접근을 요청한다”며 “이 점에서 소규모의 지역 분산적, 시민참여적인 경제 구조로의 전환은 국민의 지지와 사회적 수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방식의 에너지 정책에 기반하게 되는 것이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가져온 지역 불균형, 양극화, 부정의한 지배구조를 극복하고 탈성장 시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인간과 지구 생태계를 위한 변환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언과 가르침은 유대 민중이 당면한 경제적 수탈과 공동체의 와해라는 위기 앞에서 하나님 앞에 선 주체로서의 새로운 결단과 함께 서로 연대하고 돌봄으로 공동체의 자립과 재건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것은 지배와 피지배라는 불평등한 관계, 도시와 지역, 중심과 주변이라는 대립과 분열을 넘어서게 하는 주님의 은혜의 해에 대한 선포였다(눅4:18~9)”고 했다.

이어 “이는 자생적인 촌락 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는 상호 호혜정신에 입각한 이스라엘 민족의 갱신 운동으로서 예수가 전하는 살림의 동력이었다. 그의 선포는 자유로운 주의 영, 주의 숨, 주의 바람을 타고 하나님 앞에 선 한 사람 한 사람, 혹은 피조물 하나하나에게 기름 붓고 그들과 함께하는 환대와 초대였다”며 “예수가 전하는 살림은 누구에게나 열린 평등한 참여와 연대 그리고 기쁨으로 열어가는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서 로마 제국의 위계적, 수탈적 지배 질서에 맞서는 평등과 자유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에 대한 비전이자 새로운 삶에 대한 움직임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는 지배와 착취를 기반으로 한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상황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정의와 다스림에 기반한 다른 삶에 대한 희망의 소식이었다”며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으로의 이행 과정은 팍스 이코노미카(Pax Economica)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주체적이고 참여적인 삶의 전환을 요청함으로써 예수가 말하는 새로운 삶의 비전을 상상하게 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박용권 목사(봉원교회 담임)가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언과 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이진형 총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이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 제안’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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