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심 이사장이 안동탈춤 애기를 하고 있다.   ©김철관

"세계탈(탈춤)지도와 더불어 아프리카 현지에 탈공방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존권도 해결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하겠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 2013' 행사에서 만나 도영심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ST-EP재단 이사장이 강조한 말이다.

경북 안동하면 양반, 고택, 서원 등이 떠오른다. 또한 탈과 탈춤도 생각난다. 전자는 양반 전통문화이고, 후자는 상민 전통문화이다. 전통 양반문화와 상민문화가 혼재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동은 권문세가들도 많다. 조선시대에 말 한 마디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집단인 안동 권씨, 안동 김씨, 풍산 류씨 등이 모여 사는 곳이다.
지난 1993년 안동 양반 권씨 가문에 시집온 한 여성이 여러 권문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탈놀이 상민(천민) 문화발전'에 혼혈을 쏟은 사람이 있다. 90년 초부터 현재까지 안동탈춤을 국제화시키는데, 앞장선 장본인이 바로 도영심(67) UNWTO ST-EP재단 이사장이다.

지난 9월 27일부터 오는 6일까지 안동에서는 제16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 2013' 행가가 열리고 있다. 안동국제탈춤축제가 첫 시작되기까지는 국제관계 경험이 풍부하고 안목이 있는 도영심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지난 29일 오전 안동 리첼 호텔 회의실에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세네갈 등 아프리카 외교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도 이사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먼저 그는 "90년대 초창기 안동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했다"면서 "당시 탈을 쓴 몸동작과 언어에 있어서의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공연에 감탄했다"고 회상했다.

"조선시대 상민들이 쓴 언어는 천박하다. 바로 별신굿탈놀이에도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탈춤을 통해 뭔가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해학과 풍자를 통원해 양반들을 조롱하고, 가부장적 양반사회를 비판하기도 한다. 탈놀이에는 천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 있다."

이어 도 이사장은 조선 상민들이 탈을 쓰고 공연을 한 '별신굿탈놀이'가 양반들과 자연스레 소통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탈은 아주 좋은 소구였다. 상민들이 탈을 쓰고 말을 하니, 양반 얼굴을 보고 정면으로 얘기한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말하는 상민이나 받아들이는 양반이나 쉽게 소통이 됐다.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동안은 그들을 업신여겼던 양반도 조롱하면서 상민들의 애환도 풀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면 엄격한 유교의 위계질서로 돌아갔다."

이어 도영심 이사장은 90년 초창기 미국에 가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했을 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갑작 놀랄 화제꺼리가 발생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다음날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백정 역할을 맡은 이상호 (현 인간문화재) 씨가 미국신문을 가지고 와 저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의원님, 제사진과 우리 공연 기사 같은데요'라고 물었다. <워싱턴포스트>지 일면 톱으로 도끼를 들고 공연을 하고 있는 이상호 씨가 나왔고, 공연 기사도 보도했다. 아무도 기사가 나올 줄 꿈에도 상상 못했는데 현실이 됐다. 난리가 났다. 바로 그 기사를 보고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초청을 할 정도였다."

이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공연 기사가 알려지자 할배신탈놀이를 '광대 놈들의 놀이'라고 폄하했던 안동 권문세가들도 점차 인정을 했고, 그 이후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국제공연도 이어졌다.

하지만 안동 하회탈놀이가 국제적 공연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미국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바로 16년 전에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이 첫 시작을 하게 됐다. 처음 탈놀이패와 함께 할 때는 상당히 힘들었다. 남편이 권정달 총재 정도되면, 안동 권씨 가문으로 격식 있는 단체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내가 광대들과 논다고 힐난꺼리가 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당시 남편은 적극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광대들과 논다고 안동에서 비아냥거림을 받을 때, 당당하게 그는 그들을 향해 하회탈춤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제가 광대들과 논다고 안동에서 조롱을 받고 있을 때, 더욱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당시 비판한 사람들을 향해 '광대(탈춤)들이 10년 내 안동을 먹고 살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 말대로 10년 이후부터 탈과 탈춤이 안동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 이사장은 "이곳 양반 동네인 안동에서 태어났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방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피력했다.

"내가 안동 사람이었으면 여러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되면서 탈춤이 우리 고유문화로 인정받고 더욱 활성화돼 갔다. 이(리첼) 호텔도 안동 탈춤 때문에 지어졌다."

그는 1997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 방문과 관련한 얘기를 자연스레 꺼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안동 하회마을로 모셨는데. 제가 여왕에게 하회마을에는 여자가 못 들어가는 '사랑방'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여왕이 이곳 하회마을을 오기로 결심을 했다. 이 세상에서 영국 여왕이 '여자이기 때문에 못 들어가는 방이 있다'는 말이 그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됐을 것이다. 그래서 여왕이 '꼭 가봐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하회마을 '사랑방'은 여자들이 출입하지 못한다. 또한 여왕이 방문한 이유 중 하나는 유명한 안동 탈춤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안동 방문을 설득할 때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안동(安東)의 의미를 새롭게 풀이해 설득하기도 했다.
"사실 안동(安東)의 安(안)자는 '갓머리에 계집녀'를 써 집안에 여자들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설득하기 위해 안동(安東)을 풀이하기를 왕관(갓머리)을 쓴 여자(계집녀)가 동(東)쪽으로 오기를 1000년을 기다렸다는 말로 설득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조선 영의정을 지낸 하회마을 유성룡의 고택 '사랑방'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도 전해 줬다.

"영국은 여자가 신발을 벗는 게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국의 문화를 존중해 사랑방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한국 여성의 여권신장을 생각하는 정신과 한국문화를 존중해주는 마음에 매우 감명 받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과 탈춤을 관람한 이후 안동은 고택과 탈춤의 고장으로 유명해져 관광객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 이사장은 현재 안동은 다행히 심성, LG 등 대기업이 들어선 공장지대가 없고, 탈과 탈춤, 줄불놀이, 고택, 서원, 유교, 양반 등 전통을 이어와 정신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도시가 돼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아프리카 외교사절 그리고 관광객들이 안동선비수련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철관

이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 행사에 아프리카 외교사절을 초청한 이유도 설명했다.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아프리카 외교사절을 초청한 것은 아프리카에도 탈문화가 형성됐고, 외국인들이 일 년 내내 하회마을을 가장 많이 찾고 있다. 그래서 바쁜 대사관 사람들도 주말을 통해 이런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초청을 했다. 특히 현재 안동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계탈지도를 완성하려면 이들 아프리카 외교사절들의 도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탈과 탈놀이가 활성화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유네스코하고도 연계가 되고 있다."

실제 안동시에서는 한국의 탈(탈춤)과 아프리카의 탈(탈춤), 유럽의 탈(탈춤), 아메리카의 탈(탈춤) 등 전세계의 탈과 탈춤을 공유할 수 있는 세계 탈지도를 만들고 있다.

도 이사장은 "아프리카 탈지도 뿐만 아니라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탈공방을 만들어줘 그들이 탈을 만들어 관광수입으로 연결시키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UNWTO STEP재단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프리카 초등학교에 작은도서관을 짓는 사업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집바브웨, 짐비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초등학교에 134개의 작은도서관을 지어줬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열린 에이펙정상회담에 초청받아 공연을 했다. 이렇게 세계 정상들이 모인 곳에서까지 공연을 한 것이다. 바로 한류 별신굿수탈놀이가 됐다는 반증이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순회공연을 비롯해 유럽 오페라하우스,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도 공연을 했다. 여기에는 바로 도영심 이사장의 노력이 한몫 작용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성공리에 개최되고 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 2013' 행사는 오는 6일 저녁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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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심이사장 #UNWTO #스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