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쓰셔서 닳아 없어지는 게 가장 복된 인생”

교회일반
인터뷰
황지현 기자
jhhwang@cdaily.co.kr
[인터뷰] 우리들교회 청소년부 디렉터 정지훈 목사
우리들교회 청소년부 디렉터 정지훈 목사 ©황지현 기자

결국 예수님밖에 답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난 뒤 자신처럼 방황하는 애들을 만나고 싶다고 기도했다는 정지훈 목사. 신명기에 ‘너는 내 편에 서라’는 말씀에 순종해서 이 길을 시작해 15년째 청소년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그를 만나 다음세대 사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 목사님과 사역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큐티와 말씀 묵상하는 교회로 알려진 우리들교회(담임 김양재 목사) 청소년부 디렉터 정지훈 목사입니다. 우리들교회의 휘문채플과 판교채플의 청소년부 전체를 디렉팅하며, 청소년 큐티인 교재 집필, 심방, 캠프 준비 등의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사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청소년기에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억지로 참석한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저처럼 방황하는 애들을 만나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제가 방황을 해봤으니까 방황하는 애들을 만나도 이해가 되고, 청소년들 안에 뭔가 답답한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청소년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생겨서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원을 했지만 대학에 와서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기독교가 예수밖에 답이 없다고 말하는 게 맹목적인 것 같아서 싫었는데 철학이나 다른 것을 찾아보니 어디를 가도 정확한 답을 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은 돌고 돌아서 이게 답이라고 해주는 곳은 기독교밖에 없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으실 것 같아요

“해줄 이야기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한 아이가 저에게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 열 가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 아이는 이유가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떻게든 반박할 논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겐 제 이야기를 들려주며 결국 답을 주는 곳은 여기 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안에서 방황하면 돌아올 길이 짧지만 밖에서 방황하면 돌아올 길이 더 머니 방황을 해도 교회 안에서 하라고 말해줍니다.

또 아이들의 이야기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니 나도 예수님을 좀 믿어보고 싶다는 말로 들리게 되었습니다. 믿어보고 싶다는 얘기로 들리고부터는 이건 진짜 하나님께서 하셔야 할 일이고, 내 역할은 그저 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기다려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의 반응에 힘들지 않게 됐습니다.”

- 우리들교회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전도되어서 오나요?

“우리들교회는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해석해보자는 모토를 가지고 큐티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적인 부분이나 수치스러운 일들을 말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들교회엔 매주 간증이 있는데, 내가 잘됐다는 간증이 아니라 이런 수치와 조롱의 사건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간증이 대부분입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다 보니까 청소년을 포함해서 성도님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교회가 된 것 같습니다.

몇 주 전에 담임목사님께서 우리들교회가 죄를 지었다고 쫓아내는 교회가 아니라 죄를 같이 해석해보자는 교회가 되었기 때문이라 부흥이 됐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힘들거나 문제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우리들교회를 소개 받아 옵니다. 세상은 이겨야 하고 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어려움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구속사적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교회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냐고 놀라시는 분도 있지만, 그만큼 살아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전도되어서 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 코로나 기간에 아이들의 신앙생활은 어떤가요?

“매주 큐티 본문을 가지고 설교하고 상담을 합니다. 큐티가 단순히 말씀을 보는 게 아니라 이 말씀을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자는 거라서 모든 걸 성경으로 할 수 있어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면예배보다는 반응들에 대한 체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목자, 그룹장 역할을 하는 청소년부 아이들을 만나보고 심방을 다녀보면 아이들이 다 예배를 드리고 있고 큐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그동안 우리들교회가 계속해서 큐티를 해왔던 것들에 대한 저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매주 SNS나 영상을 통해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목장 나눔을 하고, 매주 청소년부 홈페이지에 목장보고서를 올려서 아이들을 파악하면서 붙들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함께 촘촘하게 망을 짜서 아이들의 신앙을 케어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로 인해서 교육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의 큰 변화는 없었나요?

“우리들교회 교육부서의 핵심모토는 ‘ONE MESSAGE, ALL GENERATION’으로 한 말씀을 모든 세대가 듣게 하자는 겁니다. 코로나 기간 이런큰 골자에 대한 변화는 없었고, 어떻게 애들에게 말씀을 더 쉽게 전달해줄까를 고민하며 부서마다 연극, 콩트, 재미있는 영상을 찍는 등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하든 그 주의 큐티 말씀이 그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테스 형’을 패러디한 ‘베스 형’은 그날 본문이 야베스였습니다. 베스 형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다 기억합니다. 목사님은 늘 애들한테 말씀이 기억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성경 암송도 해야겠지만 툭 치면 이번 주 들었던 말씀이 기억날 수 있는 매력적인 게 있어야 합니다.

많은 것들을 시도했는데, 베스형, 가짜사역자 등 트레디한 것들 안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청소년예배는 첫 5분에서 예배를 드릴지가 결정되기에 이렇게 궁금증을 주는 콘텐츠를 예배오프닝 영상으로 넣어 예배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교사 모임이나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우리들교회 청소년부 특징이 심방이기에 교사들이 모여 아이들의 심방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이들의 문제가 결국 부모의 문제인 경우가 많으므로 가정 심방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교사들 대부분이 우리들교회에 와서 양육 받고 변화된 분들입니다. 부모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사들이 힘들어던 삶을 나누면 실물교육이 되니까 회복되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교사들도 본인의 이야기가 한 가정과 아이를 살리는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는 걸 보게 됩니다. 그래서 심방을 가면 오히려 교사들이 더 살아나고 본인 가정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말씀으로 설득되어가는 교사가 많습니다.

목사님의 주일예배 말씀을 각자가 속한 목장에서 나누고, 아이들과 나누기 때문에 해줄 이야기가 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교사교육과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다고 하는 분들은 무조건 심방을 같이 가자고 합니다. 가서 본인의 그런 분위기를 경험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복이 됩니다. 교사 모임 때 심방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이야기해주고 적용점을 같이 찾아주는 겁니다.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은 교사들에게도 실제적인 교사 양육의 탁월한 본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 사역을 하시면서 위기가 있었나요?

“청소년 사역 자체가 위기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교회보다 세상에 더 볼 게 많고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교회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옛날보다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씀을 전해줄까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또 비교적 힘든 애들이 많이 오는데 이 아이들을 살리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이 아이들과 만나면서 목사로서 해줄 이야기가 분명히 있는데, 목사로서의 신뢰가 안 주어지는 세대 가운데 살고 있다는 것도 큰 위기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까를 고민하며 아이들과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애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자살시도를 하려는 한 아이의 전화를 받고 그 아이의 집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얼마나 기도가 많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병원에 옮겨져서 살아났고, 바로 정신과로 입원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치료를 받는 기간 저에게 안 좋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그런 말에 하나하나 요동이 되었는데 나중엔 그 정도로 힘든 상태라는 걸 알게 되니까 요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새벽에 이런 전화가 오면 뛰어가야 하는데, 이런 아이들을 만나는 게 쉽진 않습니다.

한 아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할 때 담임목사님께서 책임질 수 없는 걸 책임지려고 하니까 힘든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살려주셔야 하는 건데 제가 살리려고 하려고 하니까 힘들었다는 걸 저도 깨달아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면 무조건 살아나고 회복되는 것에 사로잡혀서 사역이 제 야망이 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한 영혼에 대한 애통함이 아니라 사역에만 관심이 있는 목사가 되는 게 다음세대 사역의 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청소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니까 새벽에 나가는 것도 힘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갑니다. 아이들을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계속해서 말씀 한 구절이라도 알게끔 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그 아이들이 저를 위해서 수고해준 거죠. 제발 이것 좀 깨달으라고. 사역은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시키셔야 하고, 또 하나님께서 하셔야 한다는 걸 저에게 알려주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위기가 아닌 매너리즘에 빠졌던 게 저의 청소년사역의 큰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역을 하면서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급한 애들을 먼저 만나게 되다 보니까 착실히 신앙생활을 잘하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선 늘 균형을 이야기하십니다. 힘든 애들도 만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도 영적으로 같이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이 우선이고, 청소년 자체를 만나는 게 더 중요한데 이런 것들에 균형이 상실되면 반대급부가 생기기도 하니까 균형을 맞춰가는 중입니다.

조용히 있는 애들이 괜찮아 보이지만 오히려 더 흘러 떠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소년은 자기 상태를 표현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괜찮은 게 아닙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이 아이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만나려고 하십니다. 청소년사역은 사역자 한 사람이 뛰어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라 헌신 된 교사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사역인데, 교사들이 사역자급으로 뛰어다니며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럼 아이들도 부모님에게 못한 이야기를 선생님에게는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연락해오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 저희의 열매입니다. 힘들 때 목사에게 전화하는 아이들을 볼 때 그래도 제가 이 아이들의 삶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감사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자체적인 활동도 많이 있나요?

“청소년부의 목자로 세워서 리더 역할을 맡기고 있습니다. 우리들교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게 목자입니다. 이 아이들이 목자가 되면 목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들끼리 심방을 하기도 합니다. 한 영혼에 대한 애통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선생님들이 삶으로 보여주시니까 이것이 아이들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우리들교회 고등부 예배 ©우리들교회

-청소년 사역의 보람은 어떤 것인가요?

“이 아이들이 회복되는 게 당연히 제일 큰 보람입니다. 자살시도를 했던 아이가 회복된 이후에 너무 좋아져서 교회를 좋아하고 수련회도 다 참석하고 대학에도 가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건 회복된 그 아이가 청소년부에서 스태프로 섬기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뛰어갑니다. 가서 자신의 아픈 흔적을 보여주면서 안아줍니다. 그럼 입과 마음을 닫고 있던 아이가 마음을 여는 겁니다. 자신의 고난이 약재료가 되어서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인 겁니다. 자기가 살아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누군가를 살리는 걸 볼 때 제일 보람됩니다. ”

- 청소년들의 영적 정황은 어떤가요?

“코로나 때문에 많이 위축됐습니다. 원래 청소년 시기가 모든 게 불확실한데 학사일정의 변경 등 환경적인 불안함이 더해져서 불안한 애들이 참 많습니다.

대부분의 생활을 집에서 하게 되니까 부모와의 갈등도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학교에 가기 때문에 몰랐던 것들이 집에서 다 드러나니까 거기서부터 오는 갈등도 참 많고 가정에 대해 힘든 것을 토로하는 애들이 많았습니다.

한편, 관계를 잘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고 힘들어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그런 애들은 지금의 비대면 상황이 플러스가 됐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결국 대안은 아닙니다. 그런 아이들은 코로나가 끝나고 학교를 다시 가야하니까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반대급부가 발생하기에 영적 문제를 딱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관통하는 한 가지는 불안함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 아이들의 주된 고민은 무엇인가요?

“대부분 관계와 진로에 관한 문제인데, 관계에 대한 문제가 좀 더 큽니다. 친구와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통해서 사회화를 배우는데 그 관계 자체를 안 하려고 하는 애들이 많으므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들어서 자퇴하겠다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교에 적응을 못 하거나 아예 관계성을 맺지 않으려는 애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예전엔 자퇴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면, 요즘은 자퇴하는 애들이 많고, 자퇴해서 성공한 사례가 언론에 주목을 받으니까 자퇴를 조금 더 쉽게 생각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관계에서 오는 거절감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인데 자퇴를 하고 난 다음에 또다시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무기력이 배가 됩니다. 더는 갈 곳이 없어지는 거죠. 저희는 늘 질서에 순종하고, 학생의 때에 순종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영적 정황과 고민에 대한 대안이 있나요?

“선생님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전문분야에 계신 선생님이나 부모님과의 소통을 통해서 진로를 찾기도 합니다.

필요하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고도 합니다. 교회에서도 해결할 방법이 있지만 이 문제를 드러내고 조금 더 솔직하게 다가가 보도록 하는 거죠. 불안함 때문에 우울함이 생기고, 우울함 때문에 무기력이 생기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게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끊어내기 위해서 본인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과에서 자신을 알게 되면 그 아는 것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정신과를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천하고 있습니다.

저도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었습니다. 저는 목사가 공황장애라는 걸 인정하기 어려웠고, 우울증,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은 의지가 약한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황장애에 걸려보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겁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니까 좋아졌습니다. 그러다가도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으면 바로 병원에 갑니다. 의사 선생님이 감기처럼 언제든지 좋아졌다가 또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두려워 마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걸 경험해보니까 불안해하는 애들, 우울해하는 애들에게 병원에 한 번 가 봐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그걸 가지고 우리가 같이 큐티를 해보면 하나님께서 분명히 너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어. 그게 더 잘 들릴 거야’라고 말해 줍니다. 병원에 가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지는데, 그 질문들을 추적해 가다 보면 큐티랑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만으로 애들이 변하진 않습니다. 내 모습을 직면할 수 있게 하지만 해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큐티를 같이 하면서 이런 것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니까 유익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나 스태프가 힘든 경험을 다 갖고 있기에 아이들에게 적재적소에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게 많고, 목사 한 사람이 겪었던 것보다 수많은 사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부는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빕스 캠프(VIPS CAMP)를 합니다. 펜션에서 맛있는 음식을 아이들에게 대접해주면서 게임도 하고 모닥불도 피워 놓고 새벽 4~5시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던 애들, 자퇴 때문에 고민인 애들 등 아이들의 고민 주제와 함께 그런 고민으로 힘들었던 선생님들이 함께 합니다. 그 자리에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더라도 같은 일을 겪어본 선배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서 회복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이 좋은 사역, 본질적인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기간에 힘들어진 애들이 더 많은데 캠프를 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대신에 심방을 더 많이 가고 있는데, 만나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저희도 아이들에 관한 관심이 더 생기고, 기도해야 할 것들을 보게 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만나지만 이게 대안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3년 동안 같이 먹고 자면서 제자들을 키우셨던 것처럼 다음세대도 대면해야 할 부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의 신앙생활이 소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청소년기의 1년은 엄청난 기간인데 대면하러 나오라는 이야기를 못 하는 상황이 됐다는 건 엄청난 위기입니다. 애들이 떠내려가도 할 말이 없는 현실입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규모를 줄이고 심방을 다각화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접점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세대 사역의 핵심은 대면으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려놓는 게 가장 큰 사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우리들교회만의 교회교육 목표와 커리큘럼 특징은?

“한 말씀을 듣는 것, 말씀이 기억나는 것입니다. 차례대로 성경 말씀을 읽어가는 훈련을 큐티를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잘 모르면 이단들처럼 성경을 잘라서 맥락 없이 써먹게 됩니다. 성경에 대한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기에 뭘 하든 큐티를 가지고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통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게 가장 큰 양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이 남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됩니다. 몇 년 전 수련회 주제가 ‘압살롬의 기념비’였습니다. 아들인 압살롬이 아버지인 다윗을 반역하는 내용인데, 참석한 아이들이 엄마에게 내가 압살롬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압살롬을 잊지 못합니다. 나눔을 하면서 말씀이 기억에 남게 되니까 성경을 입체적으로 보게 됩니다. 성경을 내 말씀으로 보니까 남의 죄가 아닌 내 죄가 보이게 됩니다. 애들한테 이 훈련을 시키는 게 가장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고3 학생은 고2 때부터 큐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언어영역 성적이 올랐다고 합니다. 말씀을 입체적으로 보니까 별다른 학원을 안 다녔는데도 지문을 입체적으로 보면서 언어영역 성적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언어영역 성적 안 나오는 애들은 큐티를 안 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웃음). 또 검정고시 출신의 학생이 대학 면접을 보러 갔는데 자기 이야기를 너무 잘해서 면접관이 놀라더라는 겁니다. 결국 면접을 잘 봐서 합격을 했습니다. 이렇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기 PR, 자기 브랜드 메이킹을 해야하는 시대에 유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교회교육 목표는 성경적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겁니다. 선과 악이 불분명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차별금지법도 이야기하고 해마다 혼전순결 서약예배도 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근거가 분명 성경에 있습니다. 한 아이가 학교에 가서 혼전순결서약에배를 드렸다고 이야기하니까 아이들이 ‘왜 혼전순결 지켜야 해?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며 이해를 못하더라는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관계 중에서 생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는 성관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는 책임이 아니라 선택의 권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차별금지법, 낙태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성경적 가치관들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전하는 게 저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5월 우리들교회 ‘VIPS CAMP’ 서로를 위한 기도시간 ©우리들교회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요.

“목사님께서 그런 목회의 토양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성도님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숨통이 트이는 공동체를 만들어 놓으셔서 우리들교회를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쓰시고 하나의 모델로 보여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역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고 같이 울고, 목사님도 목장보고서 올린 것을 다 보고 그 내용을 아십니다. 그럼 목사님께서 ‘요즘 엄마 잘 지내시지?’ 그 한 마디에 성도들이 치유됩니다. 목사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것은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는 거니까 감사의 제목이 되더라는 겁니다. 이게 우리들교회만의 특별한 문화인 동시에 본질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정죄감이나 죄책감이 많은 사람인데 내가 실수한 것 때문에 목사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목사님께서 지나가다가 ‘하나님도 용서하셨는데 네가 왜 너 자신 용서 못 하냐고’ 한마디를 던지십니다. 그냥 할 수 있는 말인데 시의적절하게 들리면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서로가 잘 알고 있어서 해줄 수 있는 얘기들이니까 이게 우리들교회 공동체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하나님 앞에 서서 자기 죄를 보느라 바빠서 남의 죄를 가십거리로 만들진 않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이야기한 건 무조건 지켜줘야 하고, 이 사람이 그 과정을 통과하는 것까지 같이 책임져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지켜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성도들이 나를 알아준 거에 대해 감사함, 쓰임 받는 거에 대해 감사함이 있습니다. 우리들교회에서 살아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굳이 얘기 안 해도 알아서 심방을 가시고, 일당백을 하십니다.

결국 우리들교회는 말씀사역하는 교회입니다. 말씀 때문에 살아나는 거지 방법적인 거나 프로그램 때문에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그날의 큐티 말씀이 기억납니다. 큐티가 결국 말씀이 기억나게 하는 사역인 겁니다. 어느날 심방을 가서 자해로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아이에게 큐티 말씀을 전했는데, 그날 본문이 마침 에스겔서 16장이었습니다.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그 얘기를 전하면서 그 아이도 저도 울고 그날 같이 간 선생님들이 다 울었습니다. 그럼 그 아이가 그 말씀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청소년부도 다 간증을 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쭉 하고 난 다음에 항상 그 말씀 때문에 살았고 해석이 되었다는 고백이 있습니다. 내가 그때 그랬지’ 추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 이랬었는데 이 말씀으로 살아났어’가 되니까 해줄 이야기가 많습니다. 애들에게 말씀이 기억나게 한다는 건 대단한 겁니다. 이게 진짜 말씀사역의 강점이고 가장 본질적인 사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자신의 문제는 객관화해서 보기 힘들기에 해석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 또는 내가 겪어본 힘든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지 ‘그런 삶을 살아봤어’ 꼰대처럼 하는 게 아니라 ‘나도 그렇게 살았는데 하나님께서 이런 것 때문에 나를 치셨고 이것 때문에 깨달았고 회개하게 됐어’라는 고백입니다. 그럼 아이들이 ‘하나님께서 저렇게 하면 막으시는구나, 내가 회개해야 하는 거구나’를 알게 되는 이게 복음인 겁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교회가 중요하고 진짜 본질적인 사역을 하는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세대 사역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많습니다. 얼마 전 수능이 끝나고 ‘붙회떨감’ 기도회를 했습니다. 청소년기 때는 진로, 대학 등 나름의 간절한 게 있어서 교회에 나오려고 하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면서 뭔가 한 번의 시간을 지났다고 생각하는 애들은 간절한 게 없어집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신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됩니다. 그걸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올라가는 브릿지라고 하는데, 놓치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붙회떨감’이 나온 겁니다. ‘붙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떨어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붙회떨감은 평생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한번 해결됐다고 해서 끝나버리면 애들이 흘러 떠내려 가기 때문에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보통 수능을 치고 고3이 끝나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목적이 상실되는 겁니다. 목적이 상실되니까 뭘 해야 할지는 모르는데,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은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교회에 붙어 있어라. 교회에서 하라는 건 다 하라’라고 애들한테 이야기합니다. 거기서 놓치면 교회의 허리가 잘리게 됩니다. 다음세대는 청소년까지가 아니라 청년·대학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소년 사역과 청년사역이 잘 연계되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또 계속해서 심방을 가고 어떻게든 끄집어 당겨도 안 나오는 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가서 너무 적응을 잘하고 교회에 잘 나오는 겁니다. 그때 청소년부에서 씨를 뿌렸지만 청년부에 가서 열매를 맺어도 얼마나 좋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세대에게 ‘네가 힘들 때 관심 가져주는 곳이 있다. 네가 돌아올 곳이 있다.’ 이런 걸 계속해서 심어주면 나중에는 분명히 돌아올 수 있으므로 교회의 존재감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비전이 있나요?

“저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면 ‘뭐해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도 중요하지만 ‘왜’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뭔가를 선택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는 사실 ‘왜’에서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성경은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왜’에 대한 답을 세상이 아닌 성경에서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최근 역대상 말씀으로 큐티를 했는데 1장부터 9장까지 족보만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성경의 족보엔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 한 사람이 없으면 이 족보는 이어져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역할을 하든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하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그 족보가 이어지게 하셔서 예수님의 족보가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너희가 그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는 것 때문에 너희 집안에 그 구원의 족보는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세상에선 너무나 잘 나가는 왕인데 하나님께 버림받은 사람도 있고,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역할일지라도 하나님 족보에 기록되는 인생만 되면 좋겠다는 꿈을 꾸자고 말합니다. 그러면 너희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너희 인생을 책임지신다. 저는 늘 애들에게 한번 쓰고 버림받는 인생 되지 말고, 주님이 하도 쓰셔서 닳아서 없어지는 인생이 가장 복된 인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어떻게’만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뭔가를 이루면 성공한 것 같고, 뭔가를 못 이루면 실패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청소년사역에서 부딪치게 되면서 우울함이 시작되어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역자로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대인기피, 공황장애가 오니까 내가 사역을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하나님 앞에 고꾸라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사건이 없었다면 제가 잘난 줄 알고 사역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딱 멈춰주시니까 이건 하나님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사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실패는 있어야 할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알겠냐. 너희가 실패해도 괜찮다. 하나님께서 기억만 해주시면 된다. 너희가 안 되는 게 더 하나님의 은혜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가자고 늘 이야기합니다. 잘 돼서 떠내려가는 것보다 안 돼도 붙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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