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동식 목사 유족, 美 법원에 北 상대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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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공작원 등이 고문·살해… 정권이 책임져야” 주장

지난 2018년 ‘북한억류자 송환, 6.25납북자 및 김동식 목사 생사확인과 유해송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던 모습. ©선민네트워크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평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 목사의 가족들은 지난 8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김 목사의 부인인 김영화 씨와 딸 다니 버틀러 씨, 아들 김춘국 씨가 제기한 것으로, 이들은 북한 공작원 등이 김 목사를 고문하고 살해했다며 이를 지시한 북한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이번 소송에서 “김 목사의 죽음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과 극심한 심적 고통, 경제적 피해 등에 시달렸다”면서 “재판부가 북한 정권에 김 씨 등의 손해 부분에 대한 배상과 징벌적 배상, 변호인 비용 등을 지불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김 목사의 아들인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석 씨는 2009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6년 뒤인 2015년 북한이 약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다른 가족들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승소판결이 내려질 경우 북한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액은 앞선 소송과 비슷한 규모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VOA는 전했다.

故 김동식 목사
이번 소송은 역시 지난 2015년 김 목사 아들이 제기한 대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로버트 톨친 변호사가 맡았다. 소송은 에밋 G. 설리번 판사에게 배정됐다. 설리번 판사는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씨가 제기한 북한 상대 민사소송도 담당하고 있다.

VOA에 따르면 김 목사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됐다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부터 중국 옌볜 일대에서 장애인과 탈북자들을 도왔던 김 목사는 2000년 1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갔다.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김 목사가 이후 고문후유증과 폐쇄공포증, 직장암 등으로 이듬해인 2001년 2월 사망했으며, 평양 상원리에 있는 91훈련소 위수구역에 매장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외국주권면제법(FSIA)’ 조항을 근거로 제기됐다. ‘FSIA’는 소송 당사자 혹은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김 씨 등은 자신들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에서 FSIA 조항을 근거로 한 북한 상대 민사 소송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지난달 17일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씨가 북한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푸에블로 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0여명이 북한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도 현재 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돼 이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은 약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북한은 그간 소송에서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미 법원은 피고가 소송에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내리고 있으며, 북한에게 내려진 판결 모두 이런 방식을 따랐다고 VOA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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