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철수 선교사, 다음 사역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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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하신 장소에서 허락하신 시간까지 충성하면 돼”
안드레 선교사가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지희 기자

"선교사들이 늘 추방의 위험에 놓여 있는 이슬람권, 공산권, 힌두권에서 우리는 사역지를 떠나는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까지만 허락하신 장소에서 일할 수 있지요. 언제 떠날지 모르니 세월을 아끼고 사역하라고 한 선교사 모임에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20여 년간 북아프리카 X국에서 사역하다 현지 정부의 비자 연장 거부로 2010년 12월 급작스럽게 사역지를 떠나야 했던 안드레 선교사(GBT, GMS)는 비자발적 철수를 경험한 다른 선교사들에게 "한 지역에서 살면서 주님의 일을 한다는 것이 내 뜻과 계획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므로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역지를 떠나왔다면, 그 상황에 담긴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을 깨닫고 다음 사역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X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이자 미전도 소수 무슬림종족인 B족 언어로 성경번역 사역을 한 안 선교사는 지난 11일 서울 양재 '생각의 정원'에서 열린 '다음 사역 준비 세미나'에서 '먼저 경험한 선교사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성경 인물들의 원치 않는 떠남에도 하나님의 의도 볼 수 있어"

안 선교사는 성경 속 인물들도 원래 있던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았으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한 데에는 하나님의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브라함'은 갈데아 우르에서 하나님의 명령대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갔으나 나중에 하나님이 가리키신 가나안에 정착한 후 인류의 복이 되게 하셨고 △'요셉'은 가나안 부모의 품에서 형제들의 질투를 받아 팔렸으나 이집트 총리가 되고 후에 재난 극복의 도구로서 약속의 자손들을 살리게 하셨으며 △'모세'는 이집트 고센 땅에서 바로의 살해 명령이 있었으나 결국 바로의 궁전에서 자라고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나오게 하는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이루었고 △'이스라엘 민족'도 애굽에서 나와 하나님이 연단하시는 40년 광야 생활을 거쳐 가나안에 정착하는 약속의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 △'룻'은 모압에서 남편을 잃고 기근 때문에 나오미와 베들레헴으로 이동한 후 메시아의 조상이 되게 하셨고 △'다윗'은 예루살렘 왕궁에서 사울 왕의 질투와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떠나 광야에서 믿음을 연단했고 △'요나'는 욥바에서 다시스로 가길 원했으나 하나님이 막으셔서 결국 니느웨에 가서 하나님의 마음을 그 성에 전달했고 △'요셉, 마리아, 아기 예수'는 헤롯왕의 살해 명령으로 베들레헴에서 떠나 이집트로 이동해 구약 예언의 성취를 이뤘으며 △사도들을 제외한 '초대교회 성도들'은 스데반 순교 후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큰 박해로 유대와 사마리아 전 지역에 흩어져 가는 곳마다 말씀을 전하게 하셨고 △'바울'은 드로아에서 환상을 보고 마케도니아로 이동해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다.

안 선교사는 "이들은 단 하나도 자신이 원했거나 계획한 것이 아니지만, 하나님의 명령 혹은 대적의 명령을 따라, 혹은 하나님이 막으시거나 연단시키기 위해, 형제들과 왕의 질투, 가족의 반역과 사망, 기근, 큰 박해, 환상 등의 이유로 떠났다"며 "그러나 이를 통해 하나님은 약속과 예언을 성취하시고 인류의 복이 되게 하며, 연단하고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다음 사역 준비 세미나에는 20여 명의 선교사들이 참여했다. ©이지희 기자

안드레 선교사는 "저는 출국 10개월 전 꿈에서 출국 날짜까지 알려주셨으나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마지막에 확정된 티켓 날짜가 꿈에서 본 날짜여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이라는 확신으로 나왔다"며 "되돌아보면 하나님이 나를 안전하게 인도하셨고, 이 일을 통해 믿음을 연단 시키셨다"고 말했다.

안 선교사는 다음 사역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감사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이 순간까지 (원치 않은 떠남으로) 억울하고 두렵고 염려함으로 감사가 채워져 있지 않으면, 다음 사역으로 나아가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의 마음을 들을 준비가 되고 앞으로 하나님이 행하실 일들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감사가 이 모든 것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며 "2년 전 C국에서 추방당한 후배 선교사가 자신의 잘못으로 떠난 것이라 후회스럽다고 할 때도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 아무리 조심해도 이미 정부는 우리 신분을 다 안다. 단지 그 시간에 내보내기로 정한 것뿐'이라며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시므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고 누구도 그 역사를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격려해 주었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일꾼들 통해 그 땅에서 계속 일하셔"

안 선교사는 또 자신이 떠난 뒤에도 하나님께서 그 땅에서 계속 일하고 계심을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국에 귀국하기 며칠 전 다른 선교사 부부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갔다. 제가 그다음 주에 예수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려고 했던 네 딸을 둔 과부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대신 영화를 보여주고 복음을 전해달라고 선교사님에게 부탁했다"며 "이후 과부 아주머니와 네 딸이 모두 예수를 믿고 세례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본국 귀국 10개월 만에 다시 X국을 방문했을 때, 제가 떠나기 6개월 전에 X국에 오신 60대 평신도 선교사 부부가 제가 가르치던 한 학생에게 세례를 주고 가달라고 요청했다"며 "성경번역 선교사라 교회개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례 줄 일이 없었는데, 목사안수를 받은 지 21년 만에 최초로 세례를 주었다"고 말했다. 안 선교사는 "그 학생을 봤을 때, 제가 고1 때 세례문답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북서 온 장로님이 제게 '지금 공산당이 총을 겨누고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 쏴 죽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을 때 저는 '죽겠다'고 대답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셨을 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는데 저도 죽겠다'고 답해 문답을 통과했었다"며 "아랍 나라에서는 칼로 양의 목을 많이 딴다. 그 학생에게 '네 가족이 예수를 믿으면 목을 벤다고 하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 거냐'고 물으니, 이 친구는 '믿는다고 대답하겠다'고 했다. '칼로 베어버린다는데도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기까지 했는데 저도 죽을 수 있다'고 똑같은 대답을 했다"고 경험을 나눴다.

안드레 선교사는 "앞서 선교사 부부에게 '과부 아주머니가 어떻게 믿게 됐느냐'고 물으니 '선교사님이 사랑의 씨를 뿌린 것을 거둔 것뿐'이라고 말했다. 60대 평신도 선교사 부부에게도 '저 친구가 어떻게 믿게 됐냐'고 물으니 '선교사님이 뿌린 것을 거둔 것뿐'이라고 했다"며 "그 청년과 저는 과거 대화를 두 번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제가 떠난 후 평신도 선교사님은 이 학생에게 한국어 성경구절 수십 구절을 외우게 하고, 아랍어 성경을 필사하게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역지에서 떠났지만 그 사역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일꾼들이 열매를 거둘 것을 믿음으로 바라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한다"며 "학자들의 통계에 따르면, 무슬림 배경의 회심자들이 예수를 믿기까지 평균 13명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내가 복음을 전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여러분이 뿌린 씨앗을 반드시 하나님께서 다음 사람들을 통해 거두신다"고 강조했다.

안드레 선교사가 X국을 떠나올 때 한국어 제자들이 준 두 가지 선물 중 하나가 포도 열매 액자였다. 안 선교사는 “앞으로 이 땅에 복음전도의 문이 더 활짝 열리며,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열매를 주렁주렁 맺게 하실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다음 사역 결정도 하나님 인도하심 따라야"

안드레 선교사는 귀국 후 1년의 안식년 동안 축적한 영육 간의 에너지와 회복, 여유가 지금까지의 국내 사역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며 "추방당한 선교사들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국내 사역에 투입시키거나 사역지를 바꾸어 바로 내보내는 것은 선교사 가족을 더욱 지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식년 기간 다음 사역을 위해 새벽마다 부르짖는 기도를 드렸다는 그는 "'2012년부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함으로써 주님과 주님의 백성을 섬겨야 하는 거지요? 제가 어떻게 결정해야 하지요'라고 기도했을 때 '뭐? 네가 결정한다고? 내가 결정한다'는 강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음성을 들었다"며 "그 뒤로는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결정하시는지 그저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피는 일만 해야 했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안 선교사는 귀국 후에도 한국교회의 재정 지원이 변함없이 유지되어 국내 아랍 이주민, 난민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교회 본부 동원훈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한국교회의 일반 관심사와 세계선교 동향을 파악하고, 세미나 등을 통해 동료 선교사들과 교제하고 선교 이슈를 배웠으며, 20~30년 만에 만나는 신대원 동기들을 통해 사역의 지경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GMF에서 언어, 문화습득 컨설턴트로 2년간 일하고, 현재 합신, 동산고, KWMA DR센터 등에서 아랍어 강의와 안산 M센터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며,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 선교학 학위 과정에서 공부하고 30만 무슬림 이주자를 대상으로 일하는 사역자들과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등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선교사는 "결국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에 통합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시작한 것이 국내 거주 아랍인을 위한 소수 사랑공동체를 형성하는 사역이 되었다"며 "하나님은 나의 모든 상황과 여건을 아시고 가장 적절한 일을 가장 적절한 곳에서 시키신다"고 말했다.

그는 "고국에서 지내는 동안 두 가지 후회와 다짐이 생겼다"며 "하나는 사역지에 있는 동안 목숨을 내걸고 기도하지 못했기에 다시 사역지에 들어가면 그렇게 기도하리라 다짐한 것이고, 또 하나는 마을을 방문할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저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긴장 가운데서 지내느라 얼굴에 기쁨이 없었는데, 다시 사역지에 들어가면 먼저 몸을 부대끼면서 맘껏 함께 놀고 함께 땀 흘리며 뒹굴리라 다짐했다"며 "이 두 가지를 전혀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더욱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추방 후 다음 사역 준비하는 일꾼에게 필요한 세 가지 자세

안드레 선교사는 추방 이후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일꾼에게 필요한 자세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일이라고 하나님이 반드시 나를 통해 끝맺음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선교사는 "하나님께서는 한창 성경번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때 왜 우리 가정을 내보내셨을까?"라며 "각자 역할이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 땅을 가는 자, 씨를 뿌리는 자, 물을 주는 자, 열매를 거두는 자가 따로 있다. 그러나 오직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뿐이심을 명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둘째, 앞으로 우리가 처하는 모든 장소와 시간 속에서 높으신 하나님의 이름과 복음의 진보만 나타나게 해달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 선교사는 "사역지를 떠난 직후 1년 안식년을 가진 뒤 곧장 다시 언어나 문화가 비슷한 사역지로 출국하게 될 줄 알았지만, 계속되는 국내 사역과 자녀의 환경 변화 등으로 결국 국내에 머물러야만 했다"며 "현지에서 출국을 세 주 앞두고 누가복음 21장, 사도행전 4장, 레위기 25~26장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이름과 복음의 진보만이 나타나게 해달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이것이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셋째, 사역의 넓이와 깊이 면에서 더욱 성장하여 성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선교사는 "사실 추방당하는 지역은 주로 이슬람권이나 공산권, 힌두권으로, 복음을 적대시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들을 대적하고 있으므로 사역 자체가 쉽지 않고 늘 추방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역자가 떠났다고 그 땅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이 사라지거나 하나님의 역사가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하나님의 계획이 이루어질 것이며 또 다른 일꾼들이 세워질 것이며, 이들 중 다음 사역을 준비한 사역자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 선교사는 "떠난 사역자들은 사역자로서 자격과 능력을 상실한 것이 결코 아니며, 반드시 처신을 잘못했기 때문에 추방당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므로 넉넉히 휴식을 취한 후에 하나님께서 다시 맡기시는 사역을 허락하신 장소에서 허락하신 시간까지 또 충성하면 된다.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사역자는 사역의 넓이와 깊이에서 더 성장하고 성숙하게 된다. 이것이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선교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자 관점이며, 저 역시 기대하는 바"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ACTS 네팔선교연구원이 주관하고 한국위기관리재단(KCMS)이 주최했으며, 김한성 ACTS 교수, 김진대 KCMS 사무총장 등이 함께 재배치 사역 준비 시 고려할 사항과 위기관리 사항, 재배치 사역을 위한 재정모금 원리와 방법 등을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