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데도… “신천지 아니냐” 의심받는 시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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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가 문화센터 등으로 위장포교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천지와 관계 없는 곳들까지 2차피해를 입고 있다. ©전민수 기자

본지는 최근 신천지 시설일지 모른다는 제보를 받고 경기도 남양주시 미금로에 위치한 한 건물에 도착했다. 3층에 올라가보니 ‘청년 문화연구소 OO공방’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신천지 관련 시설임을 알리는 간판이나 안내문 등은 없었다. 대신 입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방역 폐쇄조치’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지자체가 시민제보를 통해 신천지 관련 시설이라며 방역·폐쇄를 완료한 것이다.

남양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도에서 보내온 신천지 시설 명단을 토대로 방역 활동을 하고 있지만 미금로에 위치한 이곳은 명단에 없었다”며 “이 주소지 같은 경우도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방역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경기도청 및 남양주시는 추가 조사 뒤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이곳이 신천지 시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도청은 “경기도와 시군이 합동 조사했다. 세입자가 문화 공방이라는 서류를 제출해 검토했다. 관리 사무소장 및 주변 상인·주민들 증언을 추가해 ‘신천지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곳은 의심을 받았던 것일까? 이 건물의 다른 임대인은 “문화센터가 들어오기 이전에 있던 교회가 이곳을 1년 반 정도 사용했다. 신천지라 하더라. 이곳에 약 100명 정도가 왔다”며 “무엇보다 방음한다고 해놓고선 주말마다 드럼치고 시끄럽게 했다. ‘내 딸이 신천지에 빼앗겼다’며 시위하는 사람들도 많이 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교회는 구리시로 이사를 갔다. 현재 그곳은 구리시가 신천지 시설이라며 폐쇄·방역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임대인은 “현재 문화센터 주인이 방역·폐쇄된 것을 보고 항의해서 결국 시청에서 조사차 왔다. (주인이) 피해를 엄청 봤다. (신천지라고) 자꾸 (시민 제보가) 들어와서 결국 문화센터 주인이 매물로 내놓았다”며 “왜 자꾸 관계없는 문화센터를 걸고 넘어지나”라고 했다.

신천지가 문화센터 등으로 위장포교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천지와 관계 없는 곳들까지 2차피해를 입고 있다. ©전민수 기자

이처럼 평소 정체를 숨기거나 시설을 위장한다고 비판받는 신천지로 인해 애꿎은 이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현재까지 포항시는 6개소, 대구시는 4개소, 인천시는 3개소를 시민제보를 받아 신천지 건물로 최종 확인했다. 전북도도 신천지로 확인한 시설만 총 6곳이다. 울산시가 최근 밝혀낸 신천지 교회 부속기관만 총 19곳이었다. 이들 중 10곳은 종교 시설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간판이나 안내문 등이 전혀 부착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청년문화센터 OO공방’ 아래 층에 있는 한 한식당 주인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주변 아파트에서 이곳이 신천지 시설이라고 계속 신고가 들어왔다”며 “원래는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 우리 식당에 많이 왔다. 그러나 위층이 신천지라고 하니까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최근 군포시 소재 S교회도 당초 신천지 시설로 의심돼 행정당국이 폐쇄조치 했다. 그러나 이곳은 예장 백석총회 소속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교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천지가 혹시 숨겼을지 모르는 위장 시설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신천지로 의심해서도 안 된다”며 “하지만 이런 현상도 따지고 보면 신천지가 위장 포교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신천지로 인한 또 다른 피해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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