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14년만에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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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6개월 선고 받은 오씨의 원심 파기하고, 2004년 대법원이 선고한 유죄 판결 변경
김명수 대법관 ©대법원 영상 캡춰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1일 오전 11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9(무죄)대 4(유죄) 의견으로 무죄 판결 내렸다. 이는 2004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지 14만에 변경된 것이다. 종교적 혹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해온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고려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입영거부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적 오해”라며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해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 5조 1항이 위헌 판결 난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판결은 국가가 입법 불비의 책임을 회피하고, 나아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어서 옳지 않다는 판결인 것이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바 있다. 당시 헌재는 “법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되는 경우, 입영거부 또는 소집 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으로 무죄 선고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질병이나 가사와 달리, 종교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게 통상 판례였다. 2004년 대법원 합의체는 “병역 불이행이라는 불법행위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만이 인정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거부 사유로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권’ 등은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가치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이 거부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병역의무 같은 헌법적 가치보다 우월하게 보장될 수 있다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었다.

2004년 대법원 판결이 여지를 남겨둔 부분을, 이번 대법원 합의체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한 헌재의 불합치 판단을 반영해 판결 내린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질병이나 가사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받아 줄 수 있다면, 양심을 이유로 한 입영거부 역시 합법의 범위 내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 심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위헌적 상황에서 병역거부의 사유로 내세운 양심의 자유를 더욱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며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다.

이에 대법원은 병역거부 사유로 종교적 신념, 곧 양심적 자유가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가치보다 우월하다는 오씨의 주장을 인정해,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형사처벌 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 혹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병역의무자의 개별 사정이 병역이행을 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 대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기택·박상옥·김소영·조희대 대법관 등은 반대의견을 냈다. 그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기백·김소영 대법관은 "이는 법리적 판단보다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의 문제"라며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단을 섣불리 내리는 것에 반대했다.

또 그들은 "이 사건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현행 병역법을 적용해 급박하게 판단하기보다,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입법을 기다린 후 법리적 판단을 하는 게 마땅하다"며 찬성의견을 반박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도 "(다수의견) 심사판단 기준은 여호와 증인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 정교분리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 당시 창원 지검은 병역법 제 5조 1항 위반 혐의로 오씨를 기소해, 오씨는 1·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거부자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의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이후 14년 동안 하급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징역 1년6월형을 똑같이 선고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우리나라는 1950년 병역복무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사라지게 됐다. 한편 교계에서는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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