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예수 탄생으로 하나님 샬롬·정의 드러내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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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나비, 2016년 성탄절 논평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기독교학술원장)

촛불 시위는 분노의 시위가 아니라 사회의 정의를 밝히는 성숙한 시위가 되어야 한다.

성탄절은 그리스도께서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로 오신 날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절기이다. 성탄절을 양력 12월 25일에 지키게 된 역사적 과정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4세기 이후 기독교는 이 날을 지정하여 그리스도께서 성육신 하신 날로 기념해 왔다. 오늘날 성탄절은 기독교인만들의 절기가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명절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 산타 클로스와 루돌프를 비롯한 많은 상업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어 성탄절 고유의 신앙적 가치가 희석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기독교의 배타적인 명칭인 "Merry Christmas" 라는 인사를 버리고 대신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Happy Holidays"라는 인사를 사용하자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성탄절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첫 성탄을 전하고 있는 성경의 이야기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본래의 의미는 죄로 이해 죽음의 권세에 사로잡힌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아들의 성육신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것이다. 성경은 더불어 성탄이 갖는 사회적인 의미 역시 강조한다. 마구간에서 태어나 말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의 모습은 하나님의 아들이 가장 위험하고 비천한 상황에서 세상에 오셨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권력의 사유화와 비리를 야기한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하여 온 국민들의 분노하고 있으며 이 분노는 8차에 걸친 광화문 촛불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의 의원들에 의하여 압도적으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가운데 국민의 마음은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는 양상을 띠어 혼미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샬롬나비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다음 같은 성탄 정신의 실천을 촉구한다.

1. 우리는 성탄절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기억하고 회복해야 한다.

성탄절은 죄로 인한 인류의 타락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님의 은혜를 기념하는 절기이다. 최근의 이 절기가 여러 가지 천박한 상업주의적 요소들로 인해 도리어 많은 일탈과 과소비를 촉발하는 상황은 결코 옳지 않다. 이제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이 지니고 있는 회복과 용서의 의미를 기억하고 다시 회복함으로써 자신을 돌이켜보고 이웃을 돌보는 절기로 변화되어야 한다.

2. 성탄절은 하나님은 절망 속의 세상에 새 소망을 심어신 사건이다.

성탄절의 가장 소중한 의미는 세상이 가장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께서 인간들을 찾아오셔서 새로운 소망을 심어주셨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 제국의 식민지 지배 하에서 신음하고 있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루살렘 종교지도자들의 부패와 타락, 바리새인들의 율법주의 하에서 고통받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구약성경에서 약속하셨던 메시아 보내심의 약속을 지키시면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다. 성탄은 소망을 잃어버린 세상에 대해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소망의 불꽃이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라는 소망이 이루지는 성탄이 되어야 하겠다.

3. 우리는 포스트모던 시대 속에서 성탄절의 진리를 굳게 붙잡아야 하겠다.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를 대표하는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탈진실)을 선정했다. 오늘의 현실에서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감정을 향한 호소나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쳐 사회를 움직이는 세태를 반영한 선정이라고 판단된다. 오늘의 사회는 진리를 따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에 따라가는 사회가 되었고, 그러한 인간중심성 속에서 죄에 대한 감수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오늘의 인간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소외 현상과 사회 구조의 불의가 인간의 죄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성탄절에 우리가 인간의 죄성에 대한 진리를 자각하고 그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 아들을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를 깊이 감사하자.

4. 마구간에 태어나신 왕이신 예수 앞에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를 비우고 자폐에서 나오라.

왕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 앞에 대통령은 겸허하게 자신을 비우고 국정농단을 야기한 교만과 실정을 깊이 뉘우치고 각성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신성한 권력의 사유화를 야기한 대통령은 자폐에서 나와 자신을 겸허하게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잘못된 실정과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변명 뒤에 숨지 말고 공명정대하게 국민 앞에 대통령의 진정한 모습을 알려야 한다. 높은 보좌를 버리고 마구간에서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받아 대통령은 폐쇄적 내면에서 나와서 국민들에게 사죄함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해소시켜주어야 한다.

5. 촛불 시위는 분노의 시위가 아니라 사회의 정의를 밝히는 성숙한 시위가 되어야 한다.

성탄절은 세상의 죄와 불의를 담당하시고 구원하신 그리스도가 오신 화해의 의미가 중심이다. 자신의 잘못과 오류를 인정하는 자들을 용서하고 새로운 삶을 허용하는 용서의 날이다. 촛불 시위는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밝히고 이를 위한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룩한 행동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차별적으로 자기 성찰 속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통치자를 무분별적으로 권좌에서 끌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명예롭게 퇴진하도록 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하게 발전을 하고 다시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권을 위한 국정농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

6. 한국교회는 성탄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샬롬과 정의가 이 땅에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첫 성탄의 자리에는 헤롯왕이나 대제사장들이 아닌 자신들의 삶에 충실했던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이 초청을 받았다. 이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땅에서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입어 평화를 누렸다. 오늘날 혼란한 국내외의 상황 속에서 맞이하는 성탄절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이 땅 가운데 나타나는가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때가 되어야 한다. 높은 자와 가진 자의 기득권이 아닌 낮은 자와 작은 자의 성실함과 겸손함이 마구간에서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의의 방법이었다. 성탄절에 우리 사회는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정의와 화평을 추구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7. 한국교회는 탄핵정국 속의 한국 사회를 향하여 화해와 평화를 심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오늘날의 정치권력의 비리에 대하여 자신의 과연 정의로운 삶의 모범을 보여주었는가 회개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상업주의화 된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이제까지 성공주의나 팽창주의에 빠져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다른 길로 고향에 돌아갔던 동방박사와 달리 세상 권력의 간계에 속아왔거나 더 나아가 권력에 기대려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 교회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고 분렬된 사회 구성원을 통합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8. 한국교회는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가장 소외된 자들을 섬겨야 한다.

한국교회는 성탄절을 통해 우리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섬김으로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을 펼쳐야 하겠다. 교회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그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사회가 대통령 탄핵으로 고통 받고, 청소년들이 직업을 찾지 못해 아파할 때 소외된 이웃의 사랑을 향한 사랑의 손길이 식어질 때, 우리들은 사랑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가장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찾아 낮은 곳으로 내려가 성탄의 즐거움을 그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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