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과 안전 문제의 기로에 서 있는 미국과 미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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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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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잘레카(Dzaleka) 난민촌의 어머니들. ⓒIAFR

이라크 주민 아흐메드(Ahmed)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고국 이라크를 떠나, 6천 마일 떨어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도시에서 원하지 않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의 침공으로 발생한 이라크의 혼란은 IS라는 잔악한 테러단체가 생기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또 아흐메드와 같은 난민들을 발생시켰다.

아흐메드는 다행히 미국에 와 있는 수천 명의 이라크 난민 중 한 명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라크 인근 국가에서 힘든 난민 생활을 하는 이라크 주민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라크 이웃 나라인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년 전 발생한 내전으로 시리아에서 4백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리고 2015년 1~9월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5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됐다.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은 외국인 난민들의 대규모 유입에 대처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으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2016년까지 1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2012년 이후 미국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 수는 1,9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테러분자들이 난민 사이에 숨어 들어올 수 있으며, 미국 정부가 테러분자들을 가려낼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의 정계는 난민에 대한 동정심과 안전 문제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으며,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을 돕기 원하는 이들과 국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에 온 이라크 난민 아흐메드는 아랍인을 향한 미국인들의 편견을 잘 알고 있으며, 또 염려하고 있다. 2015년 초 아흐메드가 정착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도시에서,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 World Relief의 지역 사무실 개관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5년 4월, 이 도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은 미국의 국무장관에게 "이 도시에 시리아 난민이 정착시키려는 계획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 도시의 주민들도 2015년 9월 한 지역 학교의 체육관에 모여 난민 정착 반대 발언을 했고, 일부 주민들은 이미 정착한 난민을 그들의 고국으로 돌려보내라고까지 요구했다. 미국의 연방수사기관 FBI의 국장도 시리아와 같은 지역에서 오는 이들을 받아들일 때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시인하기도 했다.

반면 이 도시의 50개가 넘는 교회들은 난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정착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이 도시에는 미얀마에서 소수부족을 향한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온 목사와,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을 피해 온 소녀, 그리고 아흐메드와 같이 이라크에서 온 이들을 포함하여 56명의 난민들이 정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이후 미국에 정착한 난민의 수는 3백만 명에 이른다. 1979년 미국은 11만 명 이상의 베트남 난민들을, 그 다음해인 1980년에는 20만 7천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미국은 지난 회기년도에 7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전 세계 난민의 1%가 되지 않는 규모이며, 미국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시리아 전체 난민의 2% 정도다. 법적으로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또는 특정 사회적 단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라고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유엔이 미국 정부에 난민 수용을 고려하도록 권면하면, 미국 정부의 국토안보부와 국무부는 난민 신청자의 신분을 조회하고 신청자와 면담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과정이 최소 수 개월 정도 걸린다.

1980년 이후 미국에 온 대부분의 난민들은 잘 정착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최근 난민 신청자의 신분 조회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미국 연방수사기관인 FBI 국장은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 출석하여 "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의 신분 조회에 빈틈이 있지만, 위험 부담이 없는 기업이 없듯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완벽한 안전 보장은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난민 수용에서 파생되는 위험에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라크에 있는 기독교인들과 야지디 부족민들을 심각한 위험에서 피신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미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의 교회들은 난민들을 돕는 복음주의 단체인 World Relief와 함께 전 세계의 위험한 지역에 있는 난민들을 돕는 방안을 상의했다.

이라크 난민 아흐메드가 정착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도시에서는 최근 남미,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한 침례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난민들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 모임을 주관한 침례교회의 선교 목사는 "도움이 필요한 난민을 돕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일이며, 교회는 난민들의 육적 필요 뿐 아니라 영적 필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World Relief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단체가 안전 문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며, 난민들은 테러를 피해 온 사람들이므로 그들에 의한 안전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World Relief 관계자는 "난민이야말로 성경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서 나오는 우리의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도시에 정착한 이라크 난민 아흐메드의 집에는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가구들이 가득 차 있다. 그는 미국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고향 이라크가 그립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직장도 구하여 정착할 계획을 품고 있다. 아흐메드가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이웃 주민이 아니라 그를 도와 주고 있는 지역 기독교인들이다. 그는 비록 무슬림 가정에서 성장했으나, 미국에 온 이후 주일에 교회에 출석하며 기독교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특히 그는 교회의 작은 모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흐메드는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주고 도와 줬으며, 이를 통해 통해 기독교 신앙을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출처: 한국선교연구원(kriM) 파발마 2.0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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