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단상]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3)

목회·신학
편집부 기자
Road of the Korean Church to the National Unification
▲주도홍 교수(백석대·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한국개혁신학회 회장)

IV. 개성공단을 통일특구라 하라

교회가 국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한 예를 들도록 할 것이다. 그것은 경제특구 개성공단에서의 크리스천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아니 경제특구를 통일특구로 보다 다른 관점에서 통일을 만들어 가는 비전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04년 15개 업체로 문을 연 개성공단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수는 2014년 현재 총 123개 참여업체에 약 5만 3천 5백 명으로 매일 아침 270대의 통근버스가 움직인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made in peace'로 나간다 한다. 이 발상에 대해 분단을 경험했던 독일 기업인들이 매우 기뻐하며 환영한다 한다.(양영식) 북측 노동자들의 작업대 앞에는 한국의 찹쌀 초코파이 2개가 종종 놓여있는데, 먹는 이들도 있지만 집에 가져가져 가는 경우가 많다. 하루 50만 개가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한다. 또한 세탁기가 노동시간에 돌아가는데, 북측노동자들이 빨래를 가져와서 빨래기에 넣어 세탁을 끝낸 후 세탁된 정갈한 옷들을 한 보따리를 들고 퇴근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의 노동자들에게 지불하는 임금은 개성공단의 기업들마다 차이가 있는데, 한 달 임금으로 $70-140을 지불하는데 상당한 편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 중 북측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은 임금을 지불하는 기업이 '신원 에벤에설'인데, 기독교 기업이다. 만약 어느 기업은 한 달 임금을 70불 지불하고, 기독교 기업이 140불을 지불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기독교 기업이 이러한 일을 철저하게 복음의 요청에 따라 순수하게 일하게 될 때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온전히 예수님의 이웃사랑의 명령에 의해서이어야 하지 다른 속마음을 숨기고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라도 이러한 일을 할 경우 문제가 터질 것이다. 그냥 순수한 사랑 자체로 소중하고 위대한 것이다. 예수님의 가난한 자와 병든 자를 향한 사역을 볼 때 순수한 사랑의 진가를 넉넉히 인식하게 된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사랑은 그 자체로 순수한 사랑이다. 그렇다고 예수님의 사랑의 명령에 순종하는 기독인의 삶에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기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 그 어떤 다른 기업보다도 기독 기업인이 개성공단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의 명령에 의해 이러한 일을 시행한다면 개성공단은 경제특구로서 정치와 분리하여 북측 사람과 남측 사람이 만나는 실질적 통일의 현장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사실 상의 통일 상태'를 누릴 수 있다. 삶을 공유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에 사랑의 사람들인 기독인 기업가들이 사명감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 어떤 기업체보다도 기독 기업인들이 보다 큰 사랑을 북측 노동자들에게 보여줄 때 북한 사람들은 감동하게 될 것이다. 특히 기독교기업들을 선호하게 되고, 하나님이 주시는 그 시각 카이로스에 복음을 비로소 전하게 될 때 풍성한 결실을 기대해도 마땅할 것이다. 한 예로 개성공단에는 두 병원이 있다. 한 쪽은 남쪽 사람들이 가는 병원으로 2013년 1월 개원했고, 다른 한 쪽은 북측 사람들이 가는 병원이다. 두 병원은 시설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북한 측 병원은 열악한 상태로 급한 일이 벌어질 경우 남측의 도움을 반기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럴 경우, 한국의 기독교기업이 후원하여 개성공단에 있는 양 병원의 시설을 대등하게 갖춰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장비 뿐 아니라, 약품까지도 대등한 수준에서 함께 운영되도록 배려하는 일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일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사랑이 이심전심으로 북한에 전해질 때 하나님이 기뻐하실 뿐 아니라, 남북의 평화통일에도 한국교회의 비정치적 역할은 분명한 몫을 감당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여러 개의 경제특구를 확대하여 이러한 기독교적 사랑이 실천되고 전해질 수 있으면 통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비록 땅은 분단이어도 그것은 별 의미 없는 실질적 통일 상태라는 말이다.

V. 맺는말

교회가 국가의 파트너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고난당하는 세상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그들이 누구이든지 크리스천이 세상을 향해 가져야 할 마음은 긍휼Compassion이다. 그 하나님의 사랑과 십자가의 긍휼 때문에 오늘 분단의 땅에서 고통 하는 한반도를 향해 한국교회는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을 향해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해 마땅히 울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오늘 한국교회가 고통당하는 자들의 이웃으로 그들 곁에 서 있어야 하고, 그들의 이웃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할 일에 주제넘게 참견해서도 안 될 것이며, 국민이 선택한 위정자들을 존중하면서 교회는 교회로서 그 길을 마땅히 겸손하게 조심하여 가야만 하는 것이다.

분단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그 어떠한 좋은 일도 쉬운 일은 없다. 70년 동안 고착화되고, 나름대로 분단논리를 제시하는 역행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망감도 들 것이다. 그렇지만, 비전 없는 자는 방자히 행한다. 삶의 목표가 없이 우왕좌왕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비전은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꿈이다. 하나님의 그 비전에 붙잡힌바 된 한국교회여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큰 건물과 많은 수의 교인을 소유하면서 진정한 꿈을 상실한 교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 그 꿈을 확고히 붙들어야vision keeper 할 것이다. 하나님과의 진정한 화해를 십자가로 맛본 한국교회가 이제 미움과 분열의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루어 하나님이 새롭게 한국교회에게 부여할 세기사적 과제를 꿈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가 그토록 세계선교를 내세우면서도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이념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녹슨 휴전선이 걷히고 자유왕래가 가능하게 되면, 육로를 통해 마지막 남은 복음의 불모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동지역을 향해 각 나라의 쪽 복음을 들고 거침없이 한국교회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선교는 보다 많은 결실을 이룰 것을 전망한다. 곧 한국교회의 마지막 과제 세계복음화로의 길이 열린다는 말이다. 물론 남북통일은 세계사적으로도 21세기 최대의 사건일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한국교회가 나름대로의 복음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통일 후 세계복음화의 주역으로 한국교회가 떠오를 것을 대망하라는 말이다. 물론 통일한국은 또 다른 차원의 나라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를 맞춰 요구되는 한국교회의 분명한 역할은 말할 것도 없다. 독일통일이 '조용한 개신교 혁명'으로 일컬어지듯이, 한국교회가 여전히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복음의 능력으로 활짝 열어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꿈꾸어야 하겠다.

한국교회는 통일 그 이후 사람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국가는 정치적, 경제적 영역에서 준비하면 된다. 교회는 영적이며 정신적인 일에 전문적인 준비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강단에서 경제, 정치가들의 이야기를 따라할 필요는 이제 없다. 그것은 우리의 전공이 아니다. 교회가 애써야 할 부분은 속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념을 따라가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향한 것이다. 다르게는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예수님의 관심이다. 오늘 한국교회가 그저 통일은 좋다는 식이 아니라, 통일을 좋은 통일로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분명한 지체로서의 할 일을 해야 한다. 경제특구로 불리는 개성공단을 통일특구로 불러야 할 것이며, 보다 다른 관점에서 통일특구에서 통일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교회는 새 시대를 위한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한다. 헌 옷에 새 천을 댈 수 없고, 헌 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을 수는 없다. 새 시대, 새 땅에 맞는 교회이길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갱신운동이 더욱 농도 깊게 전개되어야 한다. 자못 들뜬 마음으로 준비 없이 통일을 맞아 다시 분열의 땅으로 뒷걸음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남남갈등, 남북갈등, 동서갈등으로 치달을 때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리부터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몸가짐을 바로 하는 거듭난 거룩한 한국교회로의 꿈을 꾸어야 하겠다. 독일 통일이 서독교회의 거대한 역할에 큰 힘을 입었듯이, 한국정부도 열린 자세로 한국교회를 파트너로 삼아 함께 남북통일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사람의 통일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보다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 몇 가지를 제안하며 글을 맺겠다.

첫째, 사람중심으로 통일을 바라봐야 한다. 물신주의에 젖은 한국은 통일을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사람중심의 통일로 연구하고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하겠다. 여기에 한국교회의 역할이 있다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가 순전한 복음의 본질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며, 거듭나야 하겠다.

둘째, 비대칭적 사랑이 가능한 교회의 길은 국가의 길과는 다르다. 그 길은 교회의 주인 되신 예수님이 가신 길, 섬김의 길이어야 한다. 이념의 길, 진영논리를 떠나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

셋째, 교회는 남북관계에서 한계에 부딪힌 국가의 온유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사실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부정적이고 반정부적인 비판자로서가 아니라, 무서운 죄악인 분단을 종결하기 위해서 지혜와 힘을 보태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넷째, 이제 국가는 교회를 신뢰하여야 한다. 한국정부도 이제 성숙하여 교회가 자신들의 통일 파트너임을 인식해야 하겠다. 분단이 온 국민의 아픔이듯이, 통일도 함께 이루어 가야 하겠다. 사실 상대적인 인간의 이념을 직시하며 유신론적인 교회를 신뢰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한국교회가 남북관계에도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통일연구가 연구소에서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하겠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자신의 위치에서 갖는 정보로 통일을 위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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