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학자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개화기부터 현대미술에 이르는 풍경화의 역사를 정리한 신간 '한국의 풍경화'를 출간했다.
484쪽 분량으로 한국미술연구소CAS가 펴낸 이 책은 한국 근현대 풍경화의 전개 과정을 통사적으로 서술한 첫 개설서다. 저자는 서양화 개념 유입 이후 한국인이 자연을 대하는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난 100여 년의 자취를 살폈다.
홍 교수는 풍경이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관찰자의 시각과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그는 책에서 “자연을 '풍경'으로 보는 것은 인간뿐이다. '풍경'은 인간의 시각과 인식 작용을 통해 성립되기 때문이다”라고 서술했다.
책은 서구 풍경화 개념이 근대 일본을 거쳐 개항기 조선으로 건너온 과정에서 출발한다. 전통 산수화 맥락을 이어오던 한반도에 새로운 서양 회화 양식이 자리 잡으며 자연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 형성된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회화 작품뿐 아니라 시각문화 전반을 연구 대상에 올렸다. 개화기 한양 파노라마관의 유럽 도시 정경, 외지 화가들이 포착한 조선 풍물, 당시 교과서 삽화와 관광 그림엽서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분석했다.
고희동·김관호·김찬영·나혜석 등 초기 서양화가들의 풍경화와 근대 금강산 관광문화, 조선미술전람회 속 '조선 풍경'의 형성 과정도 다뤘다. 1930년대 미술계를 채운 향토색 담론을 두고 홍 교수는 “'향토색'이나 '조선적인 것'은 제국 일본의 욕망과 논리에 의해 권장되고 요구되면서 중심 담론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방 이후 분단과 전쟁을 거쳐 나타난 독자적 화풍, 모더니즘의 전개, 추상과 반추상 속 자연, 1980년대 신형상 회화도 함께 짚었다. 동시대 가상·혼합매체 작업과 생태 위기를 다룬 작품들까지 포괄했다.
홍 교수는 일본 규슈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와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근대미술사', '조선회화', '한국 근현대미술사론'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