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박경수) 학술연구처가 주최하고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이 주관한 ‘제1회 한경직 강연’이 개최됐다. 19일 대담을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나흘간 연이어 다양한 주제 강연이 진행된다. ‘신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성찰, 진단, 전망’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의 첫날에서는 박경수 장신대 총장이 사회를 맡고, 임성빈·박상진 장신대 명예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탈종교화와 수축의 시대를 맞이한 한국교회와 신학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경건과 학문, 이론과 실천이 통합되는 본질적 회복과 변혁적 과제를 모색했다.
대담의 첫 순서로 ‘신학교육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임성빈 명예교수는 “신학은 은혜받은 자들의 책임적 응답으로서 하나님의 뜻 안에서 계속해서 점검하는 과정”이라며 “존재와 앎과 실천의 통합으로서 일반 학문과 다르게 하나님의 계시를 중심으로 경건, 학문, 실천이 통합된 학문이다. 지식뿐만 아니라 생활 공동체 안에서의 삶의 순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진 명예교수 역시 “신학은 공부만 하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며 “존 칼빈은 경건이 없는 곳에서 신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동체와 성령의 역사 안에서 신학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신대가 실질적으로 길러내고자 했던 학생상과 신학교육의 구현 과제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박상진 교수는 “진정한 신학함은 경건과 학문이 병렬적 개념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닌 서로 통합돼야 한다. 그러하기에 경건과 학문, 이론과 실천, 앎과 삶이 하나가 되는 신학도들을 교육하는 게 장신대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한경직 목사가 강조한 앎과 삶의 통합을 제안했다.
임성빈 교수는 “경건과 학문 통합의 목적은 결국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세상 안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도록 장신대가 그러한 교육을 이행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는 얘기하지만 정작 삶에서의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지 반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아울러 신학교의 평가 시스템도 지식 위주보다 역량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 좋은 졸업 성적이 그간 목회적 역량으로 이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장신대가 공동체적 문화 속에서의 교육 역량이 어느 신학교들보다 뛰어나다고 자평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적 교육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3년 장신대 교수들 중심으로 발표된 신학교육성명서에 대한 성찰과 발전적 계승 필요성도 제시됐다. 임성빈 교수는 “하나님 나라 신학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현재 세속화, AI 등 디지털 문화 등을 예견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고 발전적 계승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박상진 교수는 “성명서가 교수회 중심으로 작성된 점에서 학생과 교수 간 신학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적 갭을 파악하고 이를 메꿔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신학적 정체성을 한국교회와 사회에 구현하는 사명감을 신학도들에게 고취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건의 훈련, 학문의 연마, 복음의 실천이라는 3가지 축이 실질적으로 통합 교육되어 왔는지에 대한 솔직한 성찰도 이어졌다. 임성빈 교수는 “학문은 발전됐지만 학생들의 경건의 모양은 있을 수 있어도 주님 앞에 부족한 부분도 있고, 실천도 또한 교수로서 앞장서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며 “신학교육에서 현장실습, 학제 간 대화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상진 교수는 “복음의 실천과 현장의 적용이 약하다고 본다. 2005년 당시 목회자 인식조사에서 장신대의 부족함이 졸업해도 성경과 현장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래서 이후 성경교육과 장례예배 집례 등 현장목회 실습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었다. 모든 수업과 전공이 신학적 지식의 탁월함을 자랑한다 해도 실천을 본질적으로 지향해서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실질적 구현을 이뤄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커리큘럼이 교회의 실질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제 간 장벽 해소와 목회적 역량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박상진 교수는 “신학 전공의 세분화가 결국 현장 목회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본다. 전공의 구분은 하되 벽을 융통성 있게 뛰어넘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회의 현장은 신학 학제 간 분리처럼 따로 놀지 않고 결국 종합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성빈 교수는 “지금까지는 설교 위주의 목회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시대를 이해하고 설교, 상담, 행정 등을 종합적으로 이행할 목회자를 길러내야 한다. 앞으로의 목회는 통합적 돌봄 영역이 구비돼야 하고 신학 교육도 그렇게 방향성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숙사 생활과 공동체적 관계성을 통한 신앙 교육의 중요성도 재확인됐다. 임성빈 교수는 “6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경건 훈련을 하는 것이 장신대에게 주어진 은혜이자 책무다. ‘형제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성구는 매우 아름답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려면 성령의 엄청난 은혜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하나님 중심의 교육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진 교수는 “신앙적 가치관의 전환은 책과 강의실로만 되는 게 아니다. 하나님과 공동체적 관계성 안에서 그로 하여금 신앙적 가치관의 획기적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장신대의 교육도 그러한 방향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탈종교화 시대 속 신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변화와 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박상진 교수는 “성장 패러다임의 시대를 지나 현재 수축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이것이 오히려 사이즈보다 복음의 본질을 직면하고 회복할 기회”라고 평했다. 임성빈 교수는 “탈종교화는 제도교회가 도전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교인 수 감소에 따라 사역 현장의 변화, 지금은 목회를 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변화한다 해도 복음의 규범성은 포기해선 안 된다. 복음이 절대 상대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임 교수는 “무엇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 안에서 인간성의 강조와 이에 따라 삶에서의 체험이 뒤따라야 하며, 이는 공동체적 신학교육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며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중직 목회, 중소형교회 목회 등에 집중해야 하고, 하나님 나라 목회를 위한 평신도들의 신학적 재교육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일에는 임성빈 명예교수가 ‘신학교육의 삼중적 위기’, 박상진 명예교수가 ‘신학교육의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표하며, 고원석 교수가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어 22일에는 박상진 명예교수가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신학교육의 변혁적 과제’, 임성빈 명예교수가 ‘소망의 이유를 형성하는 신학교’를 주제로 각각 발제에 나서고, 김은혜 교수가 질의응답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