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당국이 공개 기도 행사를 계획한 개신교 목사를 불복종 혐의로 체포해 구금했다. 목사는 체포 전 당국의 지시에 따라 행사를 취소했지만, 이후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세계기독연대(CSW)에 따르면, 마이켈 푸포 벨라스케스(Maikel Pupo Velázquez) 목사는 지난 9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체포돼 카마구에이주 카마구에이시 외곽의 라 세라미카 로하 교도소에 수감됐다.
푸포 목사는 체포된 뒤 쿠바 국가보안부(DSE) 지역 본부에 9일 동안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구금됐다가 교도소로 이송됐다. 그의 아내는 체포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으며, 목사의 계부가 구금 장소를 찾아간 뒤에야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포 목사는 미등록 교회인 '성스러운 불의 말씀 교회(Sacred Blessing Word of Fire Church)'를 이끌고 있다. 당국은 체포 전날인 9월 25일 그를 소환해 공개 기도 행사가 예정됐던 칸디도 곤살레스 모랄레스 경기장에 접근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당국은 해당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면 그를 투옥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SW에 따르면 푸포 목사는 소환에 응한 뒤 행사를 취소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이 취소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을 우려해 경기장으로 가서 귀가를 권유했다. 이때 국가보안부 기술조사부 소속 요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접근해 경기장 입구 인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CSW는 이번 구금이 공개 기도 행사를 계획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자의적 구금이라고 비판했다. 푸포 목사는 앞서 2025년 7월에도 정치범 2명의 가족에게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려다 당국에 구금된 바 있다.
푸포 목사가 이끄는 교회에서는 지난 8월 말 청년 행사 이후 다수의 청년이 기독교로 개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명이 넘는 청년이 한 달 동안 매일 밤 교회에서 기도 모임을 진행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푸포 목사의 16세 딸은 현재 에두아르도 아그라몬테 피냐 소아병원 심장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CSW의 안나 리 스탱글(Anna Lee Stangl) 옹호 담당 국장 겸 미주 지역 책임자는 목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푸포 목사가 정부 명령에 따라 행사를 취소했음에도 구금됐다며, 쿠바를 위해 기도하자고 신자들을 독려했다는 이유로 그를 구금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스탱글 국장은 특히 10대 딸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상황에서도 아내와 연락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비인도적이라며 국제사회가 쿠바 정부에 목사의 석방과 모든 혐의 취하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바에서는 목회자 가족이 당국의 탄압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 목회자인 부모를 둔 조너선 데이비드 뮤어 부르고스(Jonathan David Muir Burgos)는 지난 6월 석방됐다. 당시 16세였던 그는 지난 3월 16일 아버지 엘리에르 뮤어 아빌라 목사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뒤 체포됐다.
아버지는 당일 귀가했지만, 조너선은 최고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사보타주 혐의로 기소돼 성인 대상 보안등급 최고 수준의 교도소에서 3개월 넘게 수감됐다. 가족들은 그가 수감 중 신체적·정신적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인 미네르비나 부르고스 로페스 목사는 교도관들이 아들의 피부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세균 감염과 영양실조, 우울증, 실신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