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인권 보고서 “지난 10년간 상황 악화”… 구테흐스, 가해자 처벌 촉구

AI·안면인식 활용한 주민 감시 우려… 정치범수용소 해체·탈북민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 요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유엔난민기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지난 10년간 여러 측면에서 악화했다며 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정치범수용소 해체와 강제노동 종식을 요구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주민 감시와 식량 접근 제한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소리(VOA)는 1일(현지시각) 공개된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제81차 유엔총회에 제출된 보고서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북한의 인권과 관련 상황을 다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에 국제인권법을 비롯한 국제법에 따라 인권 침해 가해자를 조사·기소하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책임 규명 대상에는 국제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도 포함했다.

피해자와 가족의 진실을 알 권리도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자행된 범죄와 인권 침해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정치범수용소 해체·강제노동 종식 등 13개 사항 권고

유엔 북한 인권 보고서는 가해자 처벌을 비롯해 북한 당국이 이행해야 할 13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모든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정치적 견해나 출신 성분을 이유로 주민을 자의적으로 체포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사형 집행을 유예하고 조속히 사형제를 폐지할 것과 고문·가혹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도 권고했다. 석탄 광산과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청년돌격대’, 해외 파견 노동 등을 거론하며 국제법상 금지된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종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산가족이 전화와 화상통화, 서신을 통해 연락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납북자와 강제실종자의 생사 확인, 유해 송환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평가에서 지난해 9월 발표된 유엔 인권최고대표 보고서를 인용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10년을 살핀 이 보고서는 “일부 극히 제한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전반적인 인권 상황이 여러 측면에서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 AI·안면인식 감시 확대… 군비 우선 정책도 비판

법적·제도적 통제 강화와 첨단 감시 기술의 도입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국가의 감시·사찰 역량을 높여 주민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직장 등 여러 장소에 안면인식 기능을 갖춘 고성능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정기적인 화면 캡처 등을 통해 휴대전화 이용을 광범위하게 감시한다는 보도도 언급하며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방과 핵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는 자원 배분도 비판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한국을 ‘적대 국가’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공식화하고 국방·핵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가 자원이 군비에 집중되면서 주민의 건강과 식량, 교육 등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식량 문제에서는 생산량과 주민의 실제 접근 여건을 구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기상 여건이 좋아 주요 곡물 작황은 양호했지만, 주민들의 식량난은 계속됐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는 북한 원화 가치 급락과 식량 가격 폭등, 사적 경제활동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지목했다. 식량 유통과 분배를 국가가 전적으로 통제하는 구조 역시 일반 주민의 실질적인 식량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탈북 여성 인신매매 피해 지적… 강제송환 금지 준수 촉구

보고서는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이 연간 200명 안팎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약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170명 가운데 151명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나 강제결혼 피해를 겪은 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이 중국 등 경유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되면 고문과 자의적 구금에 처할 위험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모든 유엔 회원국이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총회는 매년 말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올해도 관련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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