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헌법적 근거·사유 없어”

청와대 요청 25일 만에 공식 입장… 요청 문서의 근거·사유 지적에 청와대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 반박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파기환송 판결 관련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자진 사퇴를 공식 요구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했다.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을 정당화할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인식이라며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을 통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이다.

이번 입장 발표에서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가 갖춰야 할 문서 요건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필요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함께 대통령의 임명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따른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를 주장했다.

◈조희대 “요청 문서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 없어”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서 한다”며 재제청 요청의 절차적 요건을 문제 삼았다.

이어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지난달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요청 문서의 기재 내용뿐 아니라 재제청 요구 자체를 뒷받침할 근거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표는 조 대법원장이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식 참석차 청와대를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다음 날, 이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른 직후 이뤄졌다. 전날 두 사람 사이에 재제청 문제에 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위한 후속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 공석 장기화 지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의 발표에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법관 공석에 따른 재판 부담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3일 퇴임한 뒤 6개월이 지났다며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존 추천 후보의 재제청 가능 여부도 쟁점

여권은 앞서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추천됐던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가운데 한 명을 즉각 재제청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존 추천 후보들의 자격이 유지되는지를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원장에게 후보를 추천한 때 해산된 것으로 보는 법원조직법 조항에 따라, 제청이 이뤄지면 나머지 후보들의 자격도 상실된다는 해석이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법조인들의 성명도 이어졌다. 기존 후보 가운데 후임자를 다시 제청하라는 여권의 요구와 함께, 앞선 추천 절차의 효력이 유지되는지도 쟁점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응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관 공백을 이유로 재제청을 촉구했다.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는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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