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1926~2008)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표작 『토지』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풀어낸 전시가 마련됐다. 소설 속 인물과 이야기를 화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박경리의 문학세계를 조명했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문학그림전 ‘하늘의 빛, 땅의 빛-박경리 토지’를 10월 27일까지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전시에는 화가 길현·김선두·박문종·박세진·박영근·안중경·이동환·홍승희 등 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토지』에 등장하는 30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그림 30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토지』 4부 1편 12장 ‘독창회’에 나오는 구절에서 가져왔다. 그림과 함께 해당 장면의 소설 발췌문을 배치해 문장과 회화적 표현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도록 『하늘의 빛, 땅의 빛』에는 출품작과 이승윤 토지학회 회장의 해설을 담았다.
◈1969년 집필 시작해 1994년 완성… 격변기 삶과 역사 담아
『토지』는 박경리가 1969년 집필을 시작해 1994년 8월 15일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전체 5부로 구성됐으며, 200자 원고지 약 4만 장에 이르는 분량에 구한말부터 광복까지의 역사를 담았다. 오랜 집필 기간에 걸쳐 개인의 삶과 민족사의 변화를 함께 그려냈다.
작품은 지주 집안인 최씨 일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사회 변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난을 펼쳐 보였다.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인물들이 역경을 견디고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탐구했다.
다양한 인물의 삶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풍부함도 살렸다. 출판사 측은 『토지』를 근대사의 주요 사건을 담으면서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문학적 장면을 그림으로 옮겨 독자들이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접하도록 구성했다.
박경리는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박금이이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등을 통해 개인의 고통과 사회 현실을 다루며 작품세계를 넓혔다.
『토지』를 완성한 뒤에는 후배 문인과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1996년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을 운영했다. 2008년 5월 5일 타계했으며, 정부는 한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