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군사적 긴장과 기후위기, 한반도의 분단 갈등 속에서 세계 교회가 모여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가 9일 서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날 개회예배에서는 제리 필레이(Jerry Pillay)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가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를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제리 필레이 총무는 “마가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땅에서 이루어져야 할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필레이 총무는 “오늘날 세계는 전쟁과 폭력, 기후위기와 불평등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러한 극심한 상처 속에서 교회가 침묵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에 어긋난다”며 “하나님 나라의 임재는 우리에게 회개와 변혁, 그리고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갈라진 한반도의 치유와 평화공존, 나아가 세계 분쟁 지역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하도록 세계 교회가 끝까지 연대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회예배에 참가한 국내외 교계 지도자들과 정부 관계자 역시 한목소리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다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이자 예장통합 총회장 정훈 목사는 “군사적 폭력이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AI의 발전이 공공선을 위협하며, 네팔 등 기후 불평등 피해가 심화하는 시대”라며 “주님께서 우리를 평화의 사람으로 부르신 만큼, 사랑과 연대의 수고로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공존을 이뤄내자”고 호소했다.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총무 문정은 목사는 “인간 존엄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복음은 교회의 침묵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분단 해결은 세계 에큐메니칼 교회의 공동 과제인 만큼,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회개와 용서의 화해 길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시작된 남북 그리스도인들의 만남처럼, 평화체제 실현을 통해 증오와 적개심의 굴레를 끊어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세계 교회가 지속적으로 손을 맞잡아 달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장환 대한성공회 대주교는 “참 평화는 모든 사람의 존엄과 자유가 존중되는 민주사회에 근간을 둔다”며 “이번 대회가 한국교회가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하고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살아내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NCCK·WCC·CCA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오는 13일까지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과 DMZ 일대 등에서 열리며, DMZ 평화순례와 국제회의를 거쳐 ‘서울 평화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