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북한인권논문상 시상… “연구 쌓여 법·제도 돼야”

디지털 증거·피해자 구제·탈북 아동 강제송환 등 조명… 북한 인권 책임규명과 제도적 해법 모색
한반도 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목련실에서 ‘제4회 북한인권논문상 등 시상식’을 개최했다. ©다니엘 최 기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7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북한인권논문상 등 시상식’을 개최하며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피해자 구제, 증거 보존 등 법·제도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는 북한 인권 관련 논문과 기사 등을 발굴하고 연구자와 법률가, 언론인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한변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지원을 받아 2023년부터 북한인권논문 공모전을 이어오고 있다.

이재원 회장이 개회사를 전했다. ©다니엘 최 기자

이재원 한변 회장은 개회사에서 “북한 인권 논문 등 공모전은 예비 법조인과 신세대 학자, 언론인들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인권 상황은 여전히 참담한 실정”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운동의 정당성과 실천력을 강화하는 논문과 보고서, 기사를 발표한 수상자들이 앞으로도 연구 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이사징이 환영사를 전했다. ©다니엘 최 기자

김태훈 변호사 “책임 규명 넘어 법·제도적 축적 필요”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북한 인권 논의가 단순한 실태 고발을 넘어 책임 규명과 피해자 구제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북한 인권 논의의 초점이 인권 침해의 참상을 알리는 데서 책임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출품된 논문들이 디지털 증거와 인공지능(AI), 손해배상, 증거 보존 제도, 미국의 대북 제재 법제, 탈북 아동의 강제송환 문제, 유엔 인권 메커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며 연구의 폭과 깊이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오늘의 논문 한 편 한 편이 당장 북한 주민의 삶을 바꾸지는 못할지 모른다”면서도 “이러한 연구가 쌓여 법과 제도가 되고, 언젠가 책임을 묻고 피해를 구제하는 근거가 된다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정욱 협회장은 송효석 인권이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법률적 연구와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젊은 법률가를 발굴하는 이번 시상식의 의미를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순열 회장도 축사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연구와 기사 등 다양한 성과가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글로벌법무학과 국제인권법 박사과정의 황진희 씨가 대한변호사협회장상을 수상했다. ©다니엘 최 기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지용 씨(오른쪽)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상을 수상했다. ©다니엘 최 기자

디지털 증거·피해자 구제·탈북 아동 문제 등 수상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장상은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글로벌법무학과 국제인권법 박사과정의 황진희 씨가 받았다. 황씨는 ‘북한 인권 침해 디지털 증거의 보존과 국제 형사재판에서의 활용’을 주제로 연구했다.

황씨는 수상 소감에서 북한 인권 자료를 검토하면서 “향후 국제형사재판에서 어떤 자료가 증거 능력과 증명력을 갖추고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논문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북한 인권 침해 현장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상 탈북민 진술과 위성영상, 공개자료, 휴대전화 영상,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의 조사 기록 등을 결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I가 디지털 증거 분석에 활용되더라도 분석 결과 자체가 범죄 사실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며 자료의 출처와 보존 과정, 기술적 검증, AI의 분석 과정, 인간의 해석, 다른 자료와의 교차 검증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증거를 평가하기 위한 7단계 법적 평가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인권 침해를 기록했다는 것과 그 기록이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된다는 것은 동일하지 않다”며 기록화된 자료가 사법적 증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단계적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상은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지용 씨가 받았다. 오씨는 북한의 인도에 반한 죄에 대한 책임 추궁 과정에서 장래 재판을 위한 증거 보존과 현재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씨는 “어느 법정에서 누구를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만큼 지금부터 증거를 어떻게 보존하고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적인 증거 보존 기구를 구축하고 북한 인권 침해 관련 진술과 자료를 향후 형사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북한 인권 침해 피해자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통해 피해자를 우선 지원하고 향후 북한 측 재산에 구상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소영 “탈북 아동 강제송환, 아동권리협약 관점서 봐야”

한변 회장상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과 제3국 탈북 아동의 인권 보호’를 연구한 박소영 법학박사에게 돌아갔다.

박 박사는 기존 탈북민 강제송환 논의가 주로 성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아동권리협약을 토대로 탈북 아동의 문제를 별도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동권리협약의 해석에 따라 아동이 송환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실질적 위험이 있다면 본국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탈북 아동은 성인보다 스스로 위험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송환을 집행하는 국가가 아동의 안전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박사는 “탈북 아동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양육을 받아야 할 아동”이라며 중국과 라오스 등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의 의무와 함께 우리 정부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북한 체제의 주민 통제 관련 법제를 분석한 한명섭 변호사가 논문 특별상을,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 등을 통해 북한군 포로와 북한 인권 문제를 보도한 월간조선 박지현 기자가 기사 특별상을 받았다. 북한 위장취업 원격 노동자의 임금채권, 미국의 오토 웜비어법과 대북 인권 제재 법제,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AI와 디지털 증거 활용 등을 다룬 연구들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구춘서 부회장이 심사총평을 했다. ©다니엘 최 기자

“연구 수준 높아져… 현실적 대안 제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구충서 한변 부회장은 총평에서 올해 논문들이 증거 확보와 피해자 구제, 국제적 책임 규명 등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구 부회장은 황진희 씨의 연구에 대해 북한 인권 침해 현장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 증거가 향후 국제 형사절차에서 어떤 증거 능력과 증명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오지용 씨의 연구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증거 보존 기구와 피해자 구제 법률안을 제시한 점을, 박소영 박사의 연구에 대해서는 탈북 아동 문제를 아동권리협약이라는 별도의 국제법적 틀에서 분석한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행사에서는 수상자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북한 인권 기록의 증거 능력을 높이는 방안과 국제적 사법 공조, 강제송환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한변은 앞으로도 북한 인권 개선과 책임 규명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북한인권법의 실질적 시행과 북한인권재단 출범, 통일 이후를 대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변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북한인권논문상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