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오는 9월 30일 종료되는 미국 정부의 2026 회계연도에 종교적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피신한 난민이 단 한 명도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 인도주의 구호 단체인 월드릴리프와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도어즈 미국 지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황금의 문의 현주소: 전 세계적 기독교 박해에 비추어 본 미국 난민 정착 및 망명 평가'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행 미국의 망명 시스템이 정당한 망명 신청자들의 안전과 공정한 절차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의 대표는 공동 서한을 통해 종교 박해 난민을 환대하는 것이 미국의 도덕적 책임임을 강조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70%와 개신교 목회자의 82%가 난민의 종교와 무관하게 이들을 수용할 도덕적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극도로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한 모든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한 조치를 조명했다. 미국 정부는 2026 회계연도 난민 수용 한도를 설정하면서 아프리카너 혈통의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7500명에게만 난민 정착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었으며, 이후 한도를 1만 7500명으로 늘렸으나 여전히 특정 그룹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올해 수용된 인원 중 종교적 동기에 의한 미국 난민 정책의 수혜자는 없다고 분석했다.
기독교 박해 국가 출신 망명 승인율 급감 및 정착 난민 구금 논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망명 승인율은 최근 들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이민 판사들로부터 80% 이상의 높은 망명 승인율을 기록했던 이란 출신 신청자들의 경우 2026년 현재 승인율이 38%로 하락했다. 기독교 박해가 극심한 인도 출신의 망명 승인율은 6%로 급락했으며, 중국 출신 역시 과거 88%에서 올해 29%로 크게 떨어졌다. 망명 신청 건수 자체는 증가하고 있으나 승인율은 오히려 하락해 미국 난민 정책이 점차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난민 정책은 이미 미국에 합법적으로 정착한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이전 행정부에서 입국한 약 23만 명의 난민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1월 난민 정착 프로그램의 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명목으로 '파리스 작전(Operation PARRIS)'을 시행했다. 국토안보부는 영주권을 받지 못한 미네소타주 거주 난민 56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약 150명의 난민을 텍사스주의 구금 시설로 이송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서류나 교통편 없이 현지에 풀려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의 기독교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카렌족 난민 30여 명 이상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목회자인 사우 샤이닝 목사는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던 난민들이 갑작스러운 구금으로 극심한 불안을 겪었으며, 일부는 모유 수유 중이던 영아와 강제로 분리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연방법원의 개입으로 강제 구금 조치는 일시 중단됐으나, 국토안보부는 여전히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며 재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3국 강제 추방 확대… 강제송환 금지 원칙 훼손 우려
현행 미국 난민 정책이 박해의 위험이 있는 국가로 난민을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우회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무부는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 등 35개 국가와 제3국 추방 협정을 맺고, 망명 신청자들을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이송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2만 1000명이 넘는 망명 신청자들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국가로 추방됐으며, 일부는 제3국에 의해 다시 박해를 받는 본국으로 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로 2025년 2월 기독교로 개종한 뒤 종교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입국한 이란 여성의 사건을 언급했다. 해당 여성은 망명 신청이 거부된 채 파나마 정글의 구금 수용소로 추방돼 다른 이란 기독교인들과 함께 억류됐다. 단체들은 이송 과정에서 수갑이 채워지거나 고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위협이 동반되는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드릴리프와 오픈도어즈는 망명 신청자를 위험에 노출된 곳으로 다시 내모는 행위가 미국의 건국 이념 및 기독교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관련 정책에 대한 소송이 미국 내외에서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 추방 조치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공동 보고서의 내용 및 미국 난민 정책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