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펀자브주 의회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 보호 법안 발의

국제
중동·아프리카
다니엘 최 기자
press@cdaily.co.kr
잇따른 유독 가스 사망 사고 계기 무슬림 의원 주도 열악한 노동 환경 및 종교 차별 개선 목표
파키스탄의 위생 청소부의 모습. 이들은 보호 장비 없이 업무를 수행하며, 법적 노동 보호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의회에서 기독교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고 9월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파키스탄 사회의 고질적인 악습인 위험의 외주화와 소수 종교를 향한 구조적인 인권 침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입법 조치다.

아흐마드 이크발 초드리 파키스탄 펀자브주 의회 제3 공공회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청소 노동자들의 존엄성과 안전 사회 보장 및 복지를 주 전역에서 확립하는 내용을 담은 '2026년 펀자브 폐기물 및 청소 노동자 법안'을 제출했다. 무슬림 의원인 초드리 위원장이 주도한 이 법안은 위험 업무를 수행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필수적인 안전 장비 지급과 사회 보장 제도 혜택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입법 추진은 올해 사히왈과 파이살라바드 지역에서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 4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사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5월 4일 사히왈에서 샤킬 마시히와 사마르 마시히가 보호 장비 없이 맨홀을 청소하다 유독 가스 질식으로 사망했으며, 이어 5월 7일 파이살라바드에서도 세 아이의 아버지인 청소 노동자 샤비르 마시히가 치명적인 가스에 노출돼 숨을 거뒀다. 함께 작업하던 산왈 마시히 역시 가스 흡입으로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유독 가스 노출 연쇄 사망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 열악한 노동 환경 지적

초드리 의원이 발의한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 안전 보장 법안은 작업장 사고 직후 임시방편으로 대처하던 기존 관행을 탈피해 직업 안전 조치와 보호 장비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사회에서 가장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하수구 등 유해 환경에 투입되는 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초드리 의원은 가장 위험한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절대다수가 파키스탄 소수 종교인 기독교 공동체 출신이며 이들이 사회 최극빈층에 속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향력 있는 기득권층에서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됐다면 즉각적인 분노와 책임 규명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소외 계층의 죽음을 방관하는 파키스탄 사회의 불평등한 태도를 꼬집었다.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들의 처참한 노동 환경과 종교 차별 문제는 최근 국제 인권 단체들의 주요 비판 대상이 되어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파키스탄 청소 노동자들이 겪는 카스트 기반의 구조적 종교 차별과 위험한 작업 환경을 고발했다.

노골적인 종교 차별 채용 철퇴 및 국가인권위 하수구 수작업 전면 금지 촉구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내 위험한 청소 업무는 역사적으로 하층 카스트로 분류된 비무슬림 소수 종교인에게 불균형적으로 할당되고 있다. 특히 여성 노동자는 성별과 종교에 기반한 추가적인 차별을 겪고 있으며 신성모독 혐의 등 폭력과 낙인에 노출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국제앰네스티가 2010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정부 채용 공고 3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공고가 청소 노동자 자격 요건으로 비무슬림 또는 하층 카스트 출신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키스탄 사법부는 이러한 국가 주도의 노골적인 종교 차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은 지난 2025년 12월 정부의 청소 노동자 채용 공고에서 기독교인만 지원 가능하다고 명시하는 등의 차별적 언어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고 당국에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1988년 이후 유독 가스 노출로 사망한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가 70명이 넘는다며 적절한 보호 장비 지급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정부에 지시했다.

파키스탄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독성 가스와 위험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수작업 하수구 청소를 전면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연방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 옹호 단체들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청소 노동자 안전 보장 법안의 신속한 처리와 더불어 노동 및 직업 안전법의 강력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작업장 안전을 방치해 사망 사고를 야기한 당국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 규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