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여연은 1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법제처가 8월 19일 임신중지약물의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약사법상 안전성·유효성 등 허가요건을 충족한 경우 품목허가가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다만 태여연은 법제처의 해석이 특정 낙태약의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거나 실제 품목허가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법제처는 해당 허가요건이 충족된다는 전제에서 법률적 성격을 판단했을 뿐이며, 실제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와 품목허가 여부는 식약처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여연은 특히 법제처가 같은 법령해석에서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사유·절차 등 그 규율체계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 허용 범위와 절차, 미성년자와 취약여성 보호, 강요에 의한 복용 및 오남용 방지, 응급의료와 사후관리체계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의 수입·유통부터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여연은 법제처를 상대로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품목허가를 먼저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 △이번 해석이 국회의 입법적 판단을 사실상 선결할 우려가 없는지 △약사법과 헌법·형법·모자보건법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태아 생명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고려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또한 향후 국회가 임신중지 허용 주수를 법률로 정했을 때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상 사용 가능 주수와 충돌할 경우 어느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미성년자와 취약여성 보호 및 강요에 의한 복용 등의 문제를 현행 법률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식약처에는 실제 낙태약 품목허가 심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태여연은 현재 심사가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계없이 약사법과 과학적 안전성·유효성·품질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법제처 회신 이후 심사 절차나 방침에 변화가 있었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특히 2021년 최초 품목허가 신청 당시 미제출 또는 미흡했던 자료가 2024년 12월 이뤄진 3차 신청에서는 모두 보완됐는지 물었다. 2023년 2차 신청 당시에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돼야 작성할 수 있는 허가자료가 있다는 이유로 심사가 잠정 중지됐던 만큼, 관련 법률이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의 심사 중지 사유가 어떻게 해소됐는지 설명을 요구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자료 또는 가교자료 제출 여부도 질의했다. 태여연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민족적 요인에 관한 가이드라인(E5)을 언급하며 해외 임상자료만으로 한국인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할 경우 그 과학적 근거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낙태약 사용에 따른 중대한 출혈, 감염, 불완전 낙태, 임신 지속, 추가 수술과 응급실 방문 및 입원 가능성에 대한 평가 기준도 질의 대상에 포함됐다. 자궁외임신 확인과 투약 전 진단, 투약 후 낙태 완료 여부 확인,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 접근과 외과적 처치 등을 품목허가 조건이나 위해성관리계획에 포함할 것인지도 물었다.
국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약물 사용 후 수술 사례에 대한 식약처의 평가도 요구했다. 태여연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2018년 약물 사용 경험자 가운데 약물 사용 후 수술을 받은 사례가 조사됐고, 2021년 조사에서도 같은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이를 국내 도입 시 응급·후속 처치체계를 검토하는 자료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질문했다. 다만 태여연 역시 이 조사 결과를 허가된 동일 의약품의 실패율이나 부작용률로 직접 환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진행 중인 미페프리스톤 안전성 연구에 대한 검토 여부도 질의했다. 태여연은 FDA의 안전성 재평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내 품목허가를 결정할 경우 어떤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인지, 향후 새로운 안전성 정보가 확인되면 허가조건 변경이나 위해성관리 강화, 필요한 경우 허가 취소까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태여연은 낙태의 법적 허용 범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조건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실상의 낙태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회가 향후 임신중지 관련 법률을 제정·개정할 경우 의약품 허가 사항과 법률이 충돌하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물었다.
태여연은 “입법도, 의료체계도, 사회적 합의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약부터 허가할 이유가 없다”며 식약처가 정치적 정책 방향과 독립해 안전성·유효성을 엄격하게 검증하고 그 판단 근거와 위해성관리 방안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여연은 두 기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접수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구체적인 서면 답변을 요청했다. 답변이 없거나 불충분할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한 자료 제출 요구와 국정감사 대응,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관련 사실관계의 언론 공개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