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반개종법이 시행되면서 교회들이 예배 참석자들에게 자발적으로 예배에 참석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등 신변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강화된 반개종법이 교회를 겨냥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하라슈트라주가 인도에서 13번째로 ‘반개종법’을 시행하는 주가 되면서 뭄바이 수도권에 위치한 약 4천 개 교회가 예배 참석자들에게 자발적인 예배 참여를 확인하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확인서는 교회 사무실에 보관되며 경찰이나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마하라슈트라주 팔가르 지역 바사이에 위치한 한 교회의 샘 마타이 목사는 이 같은 조치가 기독교인들을 둘러싼 법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개신교 및 복음주의 교회들은 마하라슈트라주의 ‘2026 종교자유법(Freedom of Religion Act)’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확인서를 도입했다. 해당 법은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7월 30일 관보에 게재됐으며, 최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마하라슈트라 기독교개발협회 회장 데브단 트리부반은 예배에 참석하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떠한 강요나 압박 없이 예배에 참석한다는 내용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확인서가 기독교인들이 강압이나 사기를 통해 개종을 강요했다는 허위 주장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개종법 위반 시 최대 10년 징역
새 법은 결혼이나 부당한 영향력, 금품·혜택 제공, 사기, 강요 등을 통한 종교 개종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또한 종교를 변경하려는 사람은 개종에 앞서 60일 전에 관할 지역 행정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기독교계는 이 법이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교회가 기도모임을 가장해 개종을 추진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타이 목사는 최근 6개월 동안 나랄소파라, 바얀데르, 팔가르, 바사이-비라르 등 지역에서 교회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11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힌두 민족주의 단체 회원들이 예고 없이 예배 장소에 들어와 성도들을 폭행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목회자들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마타이 목사는 누구도 교회 예배 참석을 강요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봄베이 가톨릭 사바 대변인 돌피 드수자는 예배 참석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확인하는 서류가 목회자나 교회가 강제 개종 혐의로 법적 절차에 휘말릴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일부 교회는 기도모임이 방해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공격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봄베이 대교구의 나이절 배럿 신부도 반개종법이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예배 참석 확인서는 현명한 예방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독교인들이 자신이 자발적으로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시민사회단체 “개인의 신앙 선택 침해”
인도 경찰은 뭄바이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소수의 사건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온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노즈 쿠마르 샤르마 뭄바이 법질서 담당 공동경찰위원은 예배를 방해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경찰이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반개종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종교·시민사회·여성인권단체 20곳은 지난 8월 24일 뭄바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이 “개인의 선택에 대한 침해적인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이 종교를 자유롭게 실천하고 전파할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개종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없었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하도록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수자 대변인은 사기나 강압에 의한 종교 개종은 이미 인도 형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며, 반개종법이 힌두교 다수주의 단체들이 종교적 소수자를 겨냥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인도 가톨릭연합 대변인 존 다얄도 반개종법이 개종을 막기 위한 목적보다는 힌두교 다수층을 정치적 지지층으로 결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하라슈트라주의 법이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반개종법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현재 인도 28개 주 가운데 12개 주에서도 유사한 반개종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들 주 대부분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하고 있으며, 교계 단체들은 반개종법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해 대법원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인도 전체 인구 약 14억 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2.3%를 차지한다.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약 1295만 명의 주민 가운데 기독교인이 0.96%, 100만 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봄베이 대교구에 속한 가톨릭 신자는 약 50만 명이다.
인도 일부 주에서 반개종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부터지만, 최근 10년 동안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의 선거 승리가 이어지면서 관련 법률의 시행과 적용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20년 반개종법을 도입한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기독교인을 상대로 약 200건의 사건이 계류 중인 것으로 법률지원단체들이 집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와 성도 등을 포함해 800명 이상이 체포 또는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외국인 기부금 규제법(FCRA)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해외 자금 지원 허가가 만료된 비영리단체의 자산을 정부가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도 전역에 등록된 약 5만2천 개의 자선단체 가운데 2만2천400곳 이상이 이미 외국인 기부금 관련 허가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독교계가 운영하는 자선단체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의원들도 해당 개정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