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너머의 남겨진 이름들: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박해를 마주하다

자넷 앱 버킹엄 박사. ©worldea.org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자넷 엡 버킹엄 박사의 기고글인 '나이지리아에서 종교 박해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다'Remembering the victims of religious persecution in Nigeria)를 8월 19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자넷 엡 버킹엄 박사는 세계복음연맹(WEA) 제네바 사무소 소장으로, 유엔에서 WEA를 대표하고 있으며 과거 WEA 글로벌 애드보커시(Global Advocacy) 디렉터를 역임했다. 또한 국제종교자유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Religious Freedom)의 대표 학술지인 『국제종교자유저널(International Journal for Religious Freedom)』의 편집책임자(Executive Editor)를 맡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8월 22일은 ‘종교 또는 신앙을 이유로 한 폭력 행위 희생자 추모의 날’이다. 자칫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날이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이날은 신앙 때문에 고통받고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이다.

기독교의 역사는 초기부터 박해와 그 궤를 같이해 왔다. 사도행전 7장에 죽음이 기록된 스데반은 최초의 기독교 순교자로 알려져 있다. 2025년 출간된 『새 천년의 순교자들(The Martyrs of the New Millennium)』은 금세기 첫 25년 동안에만 1,500명 이상의 순교자가 발생했다고 기록한다.

우리는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동시에 자신이 믿는 바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나이지리아,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올해 국제사회는 나이지리아의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곳의 기독교인들이 종교나 신앙을 이유로 자행되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폭력의 배경에는 테러리즘과 범죄, 토지와 자원을 둘러싼 갈등, 민족적 긴장, 취약한 국가 통치 등 여러 요인이 뒤엉켜 있다. 따라서 모든 공격을 단순히 ‘종교적 박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상황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분명한 현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기독교인이 고통받고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독교 공동체가 종교적 정체성 때문에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몇 가지 사례만 살펴봐도 그 참상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8년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당시 14세였던 레아 샤리부(Leah Sharibu)가 학교에서 납치됐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계속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까지 8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022년에는 북서부 지역의 22세 대학생 데보라 사무엘(Deborah Samuel)이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신성모독을 했다는 आरोप을 받은 뒤 동료 학생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됐다. 그가 공격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남았음에도 그의 죽음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올해 7월 26일에는 카두나(Kaduna)주 미들벨트 지역의 나리돈(Naridon)에서 공격이 발생해 최소 30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해자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단순한 통계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며, 어머니와 아버지이고, 친구와 이웃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폭력의 규모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규모와 성격을 두고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단체마다 조사 방식이 다르고, 정확히 몇 명이 사망하거나 삶의 터전을 잃었는지, 개별 공격에 종교적 동기가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를 두고도 논쟁이 있다.

그럼에도 여러 자료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폭력의 패턴을 가리키고 있다. 오픈도어(Open Doors)의 세계 감시 목록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나이지리아에서 3,490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프리카 종교자유 관측소(ORFA)는 2019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22,835명의 기독교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폭력이 전국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특정 지역에서는 공동체 전체가 반복적으로 공격받고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다. 정확한 수치를 두고 논쟁할 수는 있지만, 그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인간적 비극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얽히고설킨 테러리즘과 지역 갈등

나이지리아의 안보 상황은 여러 무장세력이 활동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북부와 북동부에서는 보코하람(Boko Haram)과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를 비롯한 극단주의 조직들이 오랫동안 민간인을 공격해 왔다. 이 밖에도 여러 무장 네트워크가 넓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미들벨트(Middle Belt)에서는 폭력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ORFA의 분석에 따르면 기록된 기독교 민간인 사망자의 상당수가 풀라니(Fulani) 무장세력의 공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갈등은 흔히 ‘유목민과 농경민 사이의 충돌’로 설명된다.

물론 토지와 물, 농업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실제 갈등의 중요한 배경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베누에(Benue)주처럼 농업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자원을 둘러싼 충돌이 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무장세력이 마을을 습격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공동체 전체를 몰아낼 때,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자원 분쟁’이 아니다.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 삶의 터전 전체가 무너지는 경험이다.

따라서 우리는 갈등의 복잡한 원인을 인정하면서도, 그 뒤에 존재하는 희생자들을 결코 시야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

위험에 노출된 학교와 아이들

나이지리아의 폭력 사태에서 가장 충격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단 납치다.

2014년 보코하람 무장세력은 치복(Chibok)의 한 공립 중등학교에서 276명의 여학생을 납치했다. 이른바 ‘치복 여학생 피랍 사건’은 나이지리아 어린이들이 직면한 위협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일부 피해자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에도 다프치와 담바-카사야, 칸카라, 카가라, 잔게베, 치쿤, 쿠리가 등 여러 지역에서 학생들을 겨냥한 대규모 납치 사건이 이어졌다. 많은 아이가 풀려났지만,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피해자들도 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오늘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부모의 두려움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납치된 일부 기독교인 소녀들은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강요받거나 납치범과의 강제 결혼에 내몰렸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것은 단순한 치안 불안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신앙의 자유,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다.

잊힌 희생자, 나이지리아의 국내 실향민들

나이지리아는 오랜 분쟁과 불안정한 치안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나라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속한 종교 공동체가 공격받으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중에는 남편이 살해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과부가 있고, 눈앞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가 있으며, 평생 일군 집과 생계 수단이 불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이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뒤의 생활도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다. 가족들은 식량과 거처, 교육과 의료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싸워야 한다. 일부 여성과 소녀들은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고, 많은 사람은 자신이 살던 마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물론 국내 실향민을 재정착시키고 공동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일은 단순히 땅을 제공하거나 씨앗을 나눠주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남편이나 아버지, 아이가 살해된 바로 그곳으로 돌아가면서 어떻게 다시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공동체를 공격한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은 채 살아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집을 다시 지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심정이겠는가. 오랜 유랑 생활과 깊은 트라우마를 안은 채 어떻게 존엄성과 희망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질문은 통계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희생자들을 잊지 않으며

나는 유엔 인권기구에서 세계복음연맹(WEA)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복음주의연맹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또한 나이지리아 문제를 다루는 여러 실무그룹에 참여하고 있으며, 종교적 동기에 따른 폭력 사건을 추적하고 검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국제종교자유연구소(IIRF)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위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한 가지를 분명하게 배웠다. 사실관계를 다루고 결론을 내릴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거를 과장해서는 안 되고,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단 하나의 원인으로 단순화해서도 안 된다. 모든 폭력 사건에 곧바로 ‘종교적 박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이 복잡하다는 사실이 침묵과 방관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 또는 신앙을 이유로 한 폭력 행위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목숨을 잃은 수많은 나이지리아인을 기억하자. 납치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하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가족들을 기억하며, 지금도 두려움과 트라우마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잊지 말자.

무엇보다 이들을 단순한 통계나 보고서 속 숫자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각자의 이름과 삶, 가족과 꿈을 지닌 사람들이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종교적 이유로 자행되는 폭력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일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 난민과 실향민이 된 사람들,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이들, 산산이 부서진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억이 기도에서만 멈추지 않기를 소망한다.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지키고, 심각한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을 촉구하며, 존엄성과 인권을 위협받는 이들의 곁에 서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