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 CNN “김정은에 선물, 미국 신뢰성 훼손 우려”

을지 자유의 방패 하루 전 규모 축소 지시… 북한 핵·미사일 증강 속 주한·주일미군 대비태세 논쟁
육군28사단 수색대대는 10월29일부터 2박 3일간 미2사단 1여단 4-7기갑대대와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국방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별다른 양보 없이 건네는 선물이 될 수 있으며,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17일 이번 결정이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둘러싼 우려도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병력과 자원이 서방 동맹국을 지원하고 이들을 위협하는 독재국가를 억제하기에 부족하다는 위험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능력을 확대하며 세계 안정에 대한 위협을 높이는 가운데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훈련을 축소한 것은 북한에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을지 자유의 방패 하루 전 축소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훈련 시작을 하루 앞둔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 북한이 자신의 행정부를 위협하지 않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결정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북한을 향해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CNN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평가가 최근 수년간 이어진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군사력과 불법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병력을 파견해 실전 경험을 쌓게 했으며,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을 초래한 미사일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무기체계 현대화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딸과 함께 신형 유도미사일 구축함의 실전 배치 과정을 직접 점검했다.

◈ 한국의 방위 투자 평가와 엇갈린 결정

CNN은 한미연합훈련 축소 결정이 지난 5월 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모범적인 동맹국으로 평가했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한국이 자국 방위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동맹국의 국방비 분담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확인하려면 한국을 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전쟁을 학문적인 연습 정도로만 취급할 수 없는 안보 환경에 놓여 있으며, 이에 따라 자국 방위에 지속해서 투자해 왔다고 평가했다.

훈련 축소를 지지하는 의견도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제니퍼 카바나흐 군사분석 책임자는 미국의 자원과 준비태세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양자훈련이 이를 불필요하게 소모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훈련 규모를 줄이면 한국에 주둔하는 약 3만 명의 미군과 일본에 배치된 5만 명 이상의 미군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훈련 축소가 유사시 한미 양국의 공동 대응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 “연합군 준비태세 떨어뜨리고 실질적 이익 없어”

워싱턴DC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몽고메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연합군의 준비태세를 떨어뜨리고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이번 조치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사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기체계 정비와 성능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이 전쟁을 통해 무기의 성능을 검증하고 실전 자료를 확보하면 한반도 주변 미군 기지에 대한 위협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CNN 군사분석가인 세드릭 레이튼 전 미국 공군 대령은 현재 상황이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측이 스스로 불리한 여건을 만든 “자책성 실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다만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에 필요한 병력과 장비, 세부 계획이 이미 마련된 만큼 직전 단계에서 규모를 조정하더라도 실제 훈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NN은 축소 지시가 불러온 정치·외교적 파장과 별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북미 정상회담 포석 가능성…북한 핵 능력은 확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오랫동안 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신호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에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후 핵전력을 더욱 확대했으며, 현재 북한이 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주요 무기 비축량을 빠르게 소진하면서 전반적인 군사 대비태세도 약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더해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기존 동맹체제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상황이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의 오판으로 지역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군사력이 약화한 미국이 자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레이튼 전 대령은 한미연합훈련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한국과 일본의 공동 방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합훈련을 통한 억지력과 대응 능력 확보가 미국의 방어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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