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 내 개신교 교회와 목회자들이 단체 지정 여파로 거센 사법적 압박에 직면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대표 현숙 폴리)는 모스크바 법원이 지난 6월, 관내 한 목회자의 교회에서 단체 ‘미션 유라시아(Mission Eurasia)’가 발간한 성경과 쪽성경이 발견되었다는 명목으로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당시 법원은 신약성경 178권과 요한복음 74권을 전량 폐기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당국이 ‘미션 유라시아’를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공식 지정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단행됐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규모가 작고 해당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은 교회조차 언제든 쉽게 기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러시아 당국은 ‘미션 유라시아’를 지정한 지 열흘 만에 평범한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목회자에게 대략 9만 원에서 2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측은 압수된 성경이 러시아 개신교회에서 통용되는 표준 ‘시노달 번역본(Synodal Translation)’이며 단체 홍보 목적과 무관하다고 항변했으나, 판사는 이를 일축하고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번 모스크바 사건은 지난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어진 유사 탄압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당국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기독교 대학, ‘슬로보’ 기독교 서점, 시내 복음주의 교육 기관 등 세 곳을 급습해 ‘미션 유라시아’ 출판 서적들을 강제 압수했다. 특히 한 서점의 경우, 단체 지정 바로 다음 날 당국이 들이닥쳐 성경 약 100권을 압수당했으며, 누군가의 고발로 단속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현숙 폴리는 러시아에서 특정 단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낙인찍히는 순간, 해당 단체가 펴낸 자료를 보관·배포하거나 도서관에 단 한 권만 소장해도 형사 고소를 당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션 유라시아’와 더불어 ‘어린이전도협회(Child Evangelism Fellowship)’까지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러시아 전역의 수많은 교회와 평범한 목회자들이 법적 안전망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수년간 러시아 전역에 대중적 기독교 자료를 공급해 온 두 단체의 이 같은 지정으로 인해, 미션 유라시아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처벌 위기에 놓인 목회자만 문자 그대로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국이 지정 직후 곧바로 대대적인 사법 조치에 착수한 사태는 현재 러시아 연방 내 개신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고스란히 방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