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에서 피어난 언약

[신간] 밧세바, 맹세의 딸
도서 「밧세바, 맹세의 딸」

성경 속 ‘밧세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다윗 왕의 치명적인 범죄와 비극이 연상된다. 충직한 장수 우리아의 아내에서 다윗의 아내로, 그리고 훗날 지혜의 왕 솔로몬의 어머니가 된 여인. 하지만 성경의 짧은 기록 너머, 밧세바는 과연 어떤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험난한 궁중 생활을 살아냈을까?

신간 『밧세바, 맹세의 딸』은 오랫동안 다윗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밧세바를 역사의 전면으로 호출한다. 위대한 영웅 다윗을 중심으로 읽어왔던 익숙한 이스라엘의 역사를 한 여인의 시선에서 새롭게 바라보며, 장대한 서사로 되살려낸 성경 역사소설이다.

희생자에서 ‘언약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여정

율법과 맹세를 중시하는 가문에서 자란 밧세바는 이방인 남편 우리아를 만나 진정한 사랑과 약속의 의미를 배운다. 그러나 다윗의 거대한 욕망에 휩쓸려 남편을 잃고, 거센 비극의 한가운데로 내몰리며 그녀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밧세바를 수동적인 ‘비극의 희생자’로만 남겨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암논과 다말, 압살롬과 아히도벨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왕궁의 핏빛 복수극 속에서, 밧세바는 자신이 겪은 상처와 실패를 아들 솔로몬에게 물려줄 단단한 ‘지혜’로 승화시켜 나간다. 왕위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 속에서 마침내 스스로 하나님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자처하는 그녀의 결연한 모습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준비하거라, 솔로몬. 늙은 사자가 마침내 눈을 감는 그 찰나, 왕궁 안의 승냥이들이 왕관을 훔치려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 것이다. 그때 너는 칼 대신 이 어미가 전해준 지혜의 말씀을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맹세의 딸인 내가, 하나님의 언약이 네 머리 위에 왕관이 되어 얹히는 그 영광스러운 날까지 네 가장 단단한 방패가 되어주마.”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선 입체적 인물 묘사

사무엘하 7장의 ‘다윗 언약’에서부터 열왕기상 2장까지의 성경 기록에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힌 이 소설은, 총 4부에 걸쳐 밧세바의 굴곡진 생애를 치밀하게 쫓아간다.

그 과정에서 권력과 욕망 앞에서 무너지는 다윗, 끝까지 맹세를 지키는 우리아, 복수심에 사로잡힌 아히도벨과 압살롬 등 익숙한 성경 속 인물들은 평면적인 선악의 구도를 벗어난다. 이들은 저마다의 욕망과 두려움, 굽힐 수 없는 신념을 지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독자들에게 한 사람의 삶을 결과만으로 쉽게 재단할 수 없다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상실과 시련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위로

『밧세바, 맹세의 딸』은 한때 모든 것을 잃었던 한 여인이 어떻게 다시 자기 삶과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슴 벅찬 기록이다.

밧세바가 온몸으로 통과한 상실과 회복의 여정은 오늘날 삶을 뒤흔드는 상처와 실패 앞에 서 있는 독자들에게도 강력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인간의 숱한 실패와 엇갈린 선택 속에서도 결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하나님의 신실한 언약을 확인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의 첫 장을 펼쳐보길 권한다.

#미다스북스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