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상반기 수주 호조에 이어 미국 시장을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삼고 사업 확대에 나섰다. 고선가 선박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도 본격화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수출을 넘어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특수선 건조, 공급망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율운항과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생산 자동화 등 미래 조선 기술도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올랐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하는 협력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K조선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15건 MOU 체결
산업통상부와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을 열었다. 양국이 지난 5월 ‘한미 조선협력 파트너십 이니셔티브’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미국 현지 거점 역할을 맡는다. 미국 조선소를 대상으로 생산성 컨설팅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연구개발(R&D)과 기술 교류, 직접투자 등 양국 기업의 협력 사업을 지원한다.
개소식에서는 ‘팀 코리아’ 구축을 비롯해 공급망 협력, 전문 인력 양성, 공동 기술개발 등 4개 분야에서 총 15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미 조선협력센터 등 6개 기관은 미국 사업을 지원할 ‘팀 코리아’를 구성했다.
한미 양국은 전체 대미 투자액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 분야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통상부는 향후 5년간 1200억원 규모의 한미 공동 연구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 필리조선소, 미국 특수선 시장 진출
한화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골든 디펜더’ 건조를 맡았다. 토트서비스가 선박 건조 관리를 담당하고 한화 필리조선소가 필라델피아 현지에서 선박을 건조한다.
MRIV는 태평양에서 진행되는 미사일 시험의 궤적과 원격측정 자료 등을 추적·수집하는 특수선이다.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구축도 지원할 예정이다.
해당 선박은 군함은 아니지만 미국의 국가안보 임무를 수행하는 군 관련 특수선이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상선 건조를 넘어 미국 방산 조선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첫 번째 MRIV는 2030년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삼성중공업, 디지털·자율운항 협력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조선소 현대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선박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소 설계와 운영 체계, 생산 기술까지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지멘스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선박 설계·생산용 디지털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상용화하기로 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방산 기술기업 새로닉 테크놀로지스와 미국 조선소에 첨단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무인수상정(USV)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자율운항 기술과 AI 기반 디지털 솔루션, 로봇을 활용한 생산 자동화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그룹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용접 장비 등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에 필요한 숙련 인력을 확보해 미국 조선산업의 생산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을 계기로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사업이 개별 수주를 넘어 장기적인 산업 협력 체계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함정과 특수선 건조,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 등 조선산업 전반에서 한미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마스가 프로젝트가 K조선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