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연민으로, 연민이 행동으로: 상처 입은 이들 곁에 머무는 조용한 헌신

벤 무다헤라. ©linkedin.com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벤 무다헤라의 기고글인 '고통을 사명으로 바꾸어 가는 삶'(Lives transformed from pain to purpose)을 7월 28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벤 무다헤라는 윌리엄캐리국제대학교 여성연구소의 객원 필진이다. 그는 개발 분야 실무자이자 작가로, 현재 글로벌 여성 역량 강화를 전공하며 개발학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또한 르완다의 인도주의 및 개발 관련 기관에서 15년 넘게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르완다는 깊은 상흔을 안고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다. 수많은 지역사회의 평범한 가정집 문 너머에는 상실과 빈곤, 질병과 사회적 소외가 여전히 소리 없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들은 여러 짐을 한꺼번에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두려움과 수치심, 굶주림이라는 감정의 이름을 채 알기도 전에 먼저 그 감정들과 익숙해진 채 자라난다.

바로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마망 드보라’, 곧 ‘어머니 드보라’로 불리는 자밀라 콘솔라테(Djamila Consolate)는 요란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랜 세월 묵묵히 이웃을 섬겨왔다.

마망 드보라는 ‘러브 투 헬프(Love to Help)’ 재단의 설립자이자 법정 대표다. 그녀가 품은 사명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전환점에서 시작됐다.

2005년 설립돼 현재 르완다 5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브 투 헬프(Love to Help)’의 사역팀. ©Maman Deborah (Supplied)

과거 부룬디에서 살던 시절, 그녀는 리처드라는 남성과 교제했다. 리처드는 자신이 HIV 양성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관계를 가질 때마다 철저한 피임을 요구했다. 당시 그녀는 그것이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배려라고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났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마망 드보라는 르완다로 돌아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리처드는 부룬디에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리처드가 HIV 관련 질환으로 오랜 시간 투병한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은 그녀가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리처드가 자신만의 조용한 방식으로 그녀를 지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훗날 그녀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 역시 리처드처럼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혼자 품고 있던 내밀한 슬픔은 시간이 지나며 낙인과 두려움, 소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과 아이들을 향한 거룩한 부담으로 바뀌었다.

성경이 지핀 불꽃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한 부담의 바탕에는 성경의 가르침도 있었다.

마망 드보라는 사사기 4장과 5장에 등장하는 드보라와 야엘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놀라울 만큼 용맹했던 두 여성 가운데 드보라는 지혜와 강인함으로 백성을 이끌었고, 야엘은 모두가 두려워하던 적군 장수 시스라를 물리쳐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

여성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던 시대였지만, 두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담대하게 행동했다.

마망 드보라에게 그 이야기는 하나의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훨씬 더 험난했던 시대에도 드보라와 야엘 같은 여성들이 그토록 위대한 일을 해냈다면, 나라고 왜 하지 못하겠는가.”

오늘날 르완다는 여성의 삶 모든 영역에서 완전한 평등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사회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리더십을 위한 공간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마망 드보라는 완벽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성경 속 에스더처럼 자신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하는 확신을 마음 깊이 품고 있었다.

그녀가 동행하는 사람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거룩한 부담은 2005년 ‘러브 투 헬프’ 재단 설립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이 단체는 르완다 5개 지역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러브 투 헬프는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들의 곁을 지킨다. 미혼모와 십 대 산모, 과부와 고아, 위기에 놓인 부부와 아이들, HIV/AIDS 감염 여성과 피해 여성, 빈곤과 낙인, 학업 중단과 영양실조,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일부 여성에게는 생존 자체가 고통이었다. 어떤 이들은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것이 원했던 삶이어서가 아니라 빈곤과 거절, 절망이 다른 선택지를 거의 모두 앗아갔기 때문이다.

마망 드보라는 정죄하는 태도로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곁에 머물러 주고, 잃어버린 존엄을 일깨워주며, 실제로 필요한 도움을 건넸다.

그녀는 수치심과 생존, 소리 없는 고통이 어떤 모습인지 충분히 알 만큼 그들 가까이에 머물렀다.

수치심을 대신 짊어지는 사랑

사역 초창기에 마주한 한 가지 가슴 아픈 현실은 이러한 동행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일부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약조차 받으러 가지 못했다. 남의 눈에 띌지 모른다는 두려움, 뒤에서 따라붙을 소문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하나의 낙인으로만 규정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수치심이 치료받으려는 의지마저 꺾어버리자 마망 드보라는 직접 그들을 대신해 약을 받아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 자신이 HIV 양성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꺼이 그 짐을 감수했다. 자신이 그 수치심을 대신 짊어짐으로써 다른 여성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군가를 아낀다고 말하는 것과, 타인의 수치가 자신의 것으로 오해받을 만큼 그 고통 곁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상처 입은 여성들을 향한 그녀의 메시지는 늘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라가 당신을 사랑하고, 지역사회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 역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존엄을 회복하는 사역

러브 투 헬프의 사역에는 심리 상담과 학교 지원, 자조 모임, 기술 훈련,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 사역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똑똑하게 사랑하라(Be Smart-Love)’는 의미를 담은 ‘베르왈러브(Berwalove)’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재봉 기술을 가르쳐 소득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손수 옷을 지어 입히며 돌보았던 성경 속 다비다의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조용히 실천하는 사역이라 할 수 있다.

그 성과도 결코 작지 않다. 러브 투 헬프는 지금까지 500명 이상의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30개가 넘는 자조 모임과 저축 모임도 세웠다.

2025~2026년 한 해에만 168가구의 생계 여건을 개선했고, 이를 통해 612명이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으며 2,389명이 간접적인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숫자는 이야기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한때 극심한 빈곤과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이제 존엄을 되찾고 삶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HIV 관련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성장하던 아이들은 방치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학교에 남아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희망의 불씨를 지키며

지역에 뿌리를 둔 여느 사역과 마찬가지로 러브 투 헬프 역시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전반적인 후원과 자금 조달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상담을 이어가고, 훈련을 제공하며, 여성과 아이들이 존엄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묵묵히 돕고 있다.

이러한 인내와 끈기야말로 이 사역의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역사회의 신실한 사역들이 무거운 짐을 홀로 감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함께 힘을 보탠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지역의 신뢰를 쌓아온 사역을 지원하는 일은 단순히 한 단체를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헌신이 더 넓은 곳까지 닿도록 하고, 사역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도록 하며, 수치심과 빈곤, 소리 없는 고통 속에 삼켜질 뻔한 더 많은 생명을 붙드는 울타리가 된다.

마망 드보라는 완벽한 조건이 마련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는 슬픔이 연민으로 바뀌게 했고, 그 연민이 행동으로 이어지게 했다.

눈에 보이고 즉각적인 성과만을 칭송하는 세상에서 그녀의 삶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때로 하나님 나라의 가장 강력한 사역은 이토록 단순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희망이 다시 피어날 때까지, 고통받는 이의 곁에 오래 머물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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