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의 초동수사 부실과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수사기관의 법률 적용 과정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하면서 법왜곡죄 적용 가능성도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장윤기 사건 초동수사 부실·유착 의혹과 관련해 법왜곡죄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와 송치 과정에서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경위와 당시 수사지휘·보고 체계, 법률 검토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수사 범위도 사건을 처음 담당한 광산경찰서를 넘어 광주경찰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까지 확대됐다.
광주경찰청·국수본 압수수색…지휘·보고 과정 조사
검찰은 이달 광주경찰청을 세 차례 압수수색한 데 이어 국가수사본부에 대해서도 강제수사를 벌였다.
전날에는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계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수사지휘와 보고가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 분리수사 방침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윤기의 아버지인 경찰관에게 피해자의 원룸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가 전달된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체 모형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처리 과정과 범행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확보하지 않은 경위, 차량 관리 과정 등 증거 확보와 보전 절차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강간 등 살인 혐의 제외 경위도 수사선상
경찰은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추가해 장윤기를 구속기소했다.
장윤기는 재판에서 검찰이 추가한 해당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 단순한 증거인멸이나 공무상비밀누설 의혹을 넘어, 초동수사 당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법리 판단 과정까지 확인하면서 법왜곡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법왜곡죄는 수사기관이나 법관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령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검찰이 일선 수사팀뿐 아니라 광주경찰청 지휘부와 국가수사본부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당시 지휘와 법률 적용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도 법왜곡죄 검토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검찰 “사실관계 확정 후 적용 혐의 판단”
다만 검찰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혐의 적용보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지검은 장윤기 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어떤 보고와 지시가 오갔는지, 관련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등을 먼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법왜곡죄를 포함한 적용 혐의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