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독교 정치인, 英 전자여행허가 취소돼… “입국 계획 차질”

파이비 라사넨 의원. ©ADF

성경적 결혼관과 성윤리에 대한 발언으로 핀란드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기독교 정치인 라이비 라사넨(Päivi Räsänen) 전 핀란드 내무부 장관이 영국 전자여행허가(ETA)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라사넨 전 장관은 영국 ETA 신청이 처음에는 승인됐지만, 이후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영국 ETA는 비자가 없는 여행객이 영국에 입국하거나, 공항 환승 과정에서 터미널을 이동하거나 수하물을 찾기 위해 보안구역을 벗어날 경우 반드시 필요한 전자여행 허가 제도다.

라사넨 전 장관은 ETA 취소와 관련한 어떠한 설명도 받지 못했다며, 다음 달 예정된 북아일랜드 방문 계획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66세인 그는 오는 8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의회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해당 일정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ETA 취소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컨퍼런스를 마친 뒤 귀국하면서 영국 히드로 공항을 경유할 계획을 취소하고, 영국 입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댈러스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선택했다.

이번 ETA 취소는 핀란드 대법원이 올해 초 라사넨 전 장관에게 이른바 ‘혐오 발언(hate speech)’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지 몇 달 만에 이뤄졌다.

핀란드 대법원은 그가 2004년 작성한 소책자에서 성경적 결혼관과 성윤리에 관한 견해를 밝힌 것이 혐오 발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그에게 “특정 집단을 모욕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제작하고 공개적으로 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라사넨 전 장관은 ETA 취소와 관련해 “대법원의 박빙 판결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과 회의, 컨퍼런스 참석에도 제약과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판결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행사할 경우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또 어디까지가 합법적 발언이고 어디부터 금지되는 발언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불확실성과 혼란,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영국 ETA를 거부당한 사람은 라사넨 전 장관만이 아니다. 같은 혐오 발언 사건으로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루터교 주교 유하나 포욜라(Juhana Pohjola) 역시 영국 전자여행허가를 받지 못했다.

포욜라 주교는 지난 6월 16일 받은 통지서에서 “귀하가 지난 12개월 이내 영국 또는 해외에서 형사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ETA가 거부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통지서에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없으며, 비자 없이 영국에 입국할 수도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포욜라 주교는 “영국 정부의 결정에 놀랐다”며 “이번 혐오 발언 유죄 판결이 핀란드를 넘어 실제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내가 교단의 주교이자 국제루터협의회(International Lutheran Council) 의장으로 사역하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입국을 막으려 하는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컨퍼런스에 라사넨 전 장관과 함께 참석했던 기독교 작가 로드 드레허(Rod Dreher)는 영국 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드레허는 “유럽 여러 나라의 진보적 관료 체제는 자신들이 직면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신실한 기독교인들을 사회의 적으로 공격하는 편을 택하고 있다”며 “오늘은 핀란드의 루터교 정치인이자 할머니의 일이지만, 내일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 내무부(Home Office)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