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이 지난 7일 각급 학교에 보낸 ‘다양한 가족 형태 존중을 위한 고정관념 용어 개선 안내’ 공문이 ‘젠더 평등’을 부추긴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청 측은 전교조와의 정책적 합의에 따라 ‘학부모’, ‘엄마·아빠’, ‘부모’ 대신 ‘보호자’, ‘보호자1·보호자2’ 등으로 용어상 표현을 개선했다는 설명인데 ‘성 평등’ 가치관을 심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해당 공문에서 “교육공동체의 올바른 성평등 가치관을 형성하고 차별 없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자 ‘홍보물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전교조 경남지부와의 정책 업무 합의에 따라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인권 존중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로 “‘특정 가족’ 형태를 전제하는 용어를 개선하도록 안내한다”며 ‘학부모’나 ‘엄마·아빠’, ‘부모’라는 용어 대신 ‘보호자’와 ‘보호자1·보호자2’로 수정할 것을 권장했다.
교사들의 연합단체인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교사연합은 지난 9일 성명을 발표하고 “전교조와 정책업무협의를 빌미로 성평등 가치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라며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젠더 평등이 아닌 양성평등, 즉 남녀의 평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교육청은 해당 공문 내용이 “조손·한부모·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기 위한 것일 뿐 ‘성 평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교육청 성인식개선담당사무관은 공문 상의 ‘성평등’과 ‘다양한 가족’이라는 표현에 대해 ‘제3의 성’이나 ‘성소수자’, 혹은 ‘동성 커플’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쓴 게 아니라 조손가정이나 시설에 거주하는 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의 현실을 고려해 그들이 심리적인 고통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쉬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정 가족 형태를 전제하는 용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조손 가정, 시설에 거주하는 학생, 한부모 가정 등이 모두 다양한 가족 형태라는 설명인데 이건 교사연합이 우려하는 시각의 방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해당 공문이 전교조와의 정책협의를 통한 결과물임을 밝힌 이상 전교조 성평등위원회가 제시한 다양한 모습의 가족, 즉 ‘엄마가 둘 혹은 아빠가 둘인 가족’ 등 동성 커플을 그 범주에 제외할 수 없다는 거다.
아무리 조손 가정 등 소외 가족의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려는 의도라 할지라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성 평등’ 가치관은 현재의 교육과정 틀에서 벗어난 것이고, 헌법 제36조 1항에 명시한 ‘혼인과 양성평등의 기초를 허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위험하다.
엄마, 아빠를 보호자 1,2로 바뀌어야 할 이유가 정상적인 가족과 그렇지 못한 가족으로 나뉘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게 전부라면 최소한 ‘제3의 성’ 혹은 ‘동성 커플’을 연상시키는 용어는 피하는 게 도리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정신에 따라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규범과 상식 하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젠더’ 갈등으로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