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한국기독의사회와 공동으로 11일 오후 용산역 ITX 제7회의실에서 ‘현대판 우상인 AI 시대에 크리스천의 분별과 실천’을 주제로 7월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성호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가 발제에 나섰으며 강 교수는 공학자의 시선으로 AI의 실제 능력과 한계, 작동 원리를 살피고, 신학자의 관점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예배의 대상을, 윤리학자의 시선으로는 AI 시대에 필요한 분별과 실천을 크리스천의 삶과 연결해 제시했다.
발표는 ‘이미 우리 곁에 온 AI’, ‘왜 현대판 우상인가’, ‘기계 너머의 인간’, ‘참된 미덕’, ‘분별의 틀’, ‘일상 크리스천의 분별’, ‘실천의 세 지평’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AI를 쓸 것인가 아닌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강 교수는 AI로 인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하며 AI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를 넘어, AI에 의해 재편되는 시대 속에서 크리스천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개인이 AI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AI를 활용하면서 탁월함과 일상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AI가 인공지능에서 인공감성과 인공동반자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크리스천은 단순한 도구 사용자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AI를 효율과 예측, 동반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짓된 안식처’로 분석하며 "속도와 계산, 최적화가 시간과 기다림, 기도를 대신하고 하나님의 섭리보다 알고리즘에 의지하는 것, 인공적인 친밀함이 인간관계와 임재의 자리를 채울 수 있다"며 "인간의 고유성은 지능이나 계산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데 있다. 하나님의 형상된 우리 인간의 특징은 관계성, 청지기직, 도덕성, 책임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모방할 수 있지만 영혼과 양심, 책임 있는 인격을 지닐 수 없다고 설명하며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는 취약성과 선물 받음, 함께함이다. 인간의 약함과 유한성은 기도와 기다림, 사랑이 가능한 자리,지성과 감성, 신체와 관계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존재로, 함께함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신학적 자리"라고 했다.
AI가 모방할 수 없는 ‘참된 미덕’
강 교수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참된 미덕’ 개념을 통해 AI와 인간의 차이를 설명하며 AI는 효율적인 시스템과 유창한 언어, 조화로운 음악, 논리적인 글을 만들고 공감하는 듯한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 중심성을 결여한 ‘이차적 아름다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된 미덕은 성령이 인간의 마음에 심는 새로운 영적 감각에서 비롯된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자비, 죄의 비참함 앞에서 흘리는 눈물과 십자가 앞에서 느끼는 감격이 여기에 포함된다"며 "AI는 사랑과 위로의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마음과 성령의 임재를 소유하거나 영혼의 고통에 진실하게 공감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크리스천의 사명은 이차적 아름다움을 확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성령의 은혜 안에서 ‘참된 미덕의 공동체’를 세우는 데 있다"고 했다.
인간 개입·책임성·투명성 강조
강 교수는 AI 시대에 지켜야 할 핵심 가치로 인격의 번영, 관계의 번영, 소외된 사람과의 연대, 창조 세계 돌봄, 공동선 기여를 제시했다. 그는 AI 사용자의 책임으로는 인간의 개입과 책임성, 투명성을 꼽았다. 중요한 결정에는 의미 있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며, AI가 아닌 이를 개발하고 사용한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사용 사실과 이유를 밝히고 이의를 제기할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일상생활에서는 SNS와 알고리즘이 만드는 필터 버블, 짧은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지는 ‘도파민 예배’, AI 생성 콘텐츠 증가에 따른 진리의 파편화를 경계해야 한다. 이에 대한 실천으로 하루의 첫 15분을 성경으로 시작하고, 알고리즘이 보여주지 않는 반대편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접할 것을 제안드리고 싶다. AI 생성 콘텐츠는 출처가 없는 인용처럼 다루고, 주 1회 디지털 안식일을 지키며 SNS보다 몸과 관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컴패니언은 단순한 기술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부재가 만들어낸 구조적 외로움의 증상이다. 반대나 저항이 없는 관계는 인격을 성장시키지 못하며, 고백과 회개 없이 위로만 제공하는 대화는 죄를 가릴 수 있다"며 "외로움을 AI로 달래기보다 공동체로 나아가고, 성경 상담과 기도 등 영혼의 문제를 AI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AI는 사역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영적 동반자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 AI, ‘위임’과 ‘방기’ 구분해야
강 교수는 의료와 돌봄 현장에서는 AI에 업무를 위임하는 것과 인간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상 판독 보조와 이상 소견 제시, 문헌 검색, 전자의무기록 요약, 약물 상호작용 알림, 행정 업무 자동화 등은 AI에 맡길 수 있는 영역으로 제시했다. 반면 최종 진단과 치료 결정, 환자에게 질병을 알리고 함께 아파하는 일, 말기 환자와 가족이 나누는 대화, 생명과 죽음에 관한 윤리적 판단은 AI에 넘길 수 없는 의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와 생명공학을 통해 불멸을 추구하는 트랜스휴머니즘적 흐름은 현대판 바벨탑 사건으로 규정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적 실천으로는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훈련, 디지털 안식일, 산책과 식탁·손편지·눈맞춤 등 몸의 회복, AI에 무엇을 묻는지를 점검하는 ‘프롬프트 신학’, 자신이 거저 받은 존재임을 기억하는 감사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정과 소그룹에는 식탁에서 화면을 사용하지 않는 규칙과 화면 없는 시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회에는 AI 문해력 교육과 AI 사용 지침 마련, 설교와 상담에서 위임과 방기의 기준을 공유하며 성도의 개인정보를 외부 AI에 입력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강 교수는 "공적 영역에서는 AI로 정보와 기회의 격차를 겪는 사람, 알고리즘의 편향으로 차별받는 사람,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 AI 의존으로 외로움이 깊어진 사람의 곁에 서야 한다"며 "AI 시대의 크리스천은 AI에 대한 두려움과 환상을 모두 넘어 분별해야 한다. 취약성과 선물 받음, 함께함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회복하고, 참된 미덕의 공동체를 세우며, 일터와 의료 현장에서 생명 존엄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