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와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5% 수준에서 유지해 왔지만,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와 성장, 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신 총재는 9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5% 수준에서 유지해 왔다”며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왔지만, 최근 물가 상승 압력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 총재의 발언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성장세 확대
신 총재는 국내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 흐름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글로벌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산업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출과 성장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 총재는 앞으로도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성장세 개선은 통화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흐름까지 강화될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더욱 크게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 상당 기간 높은 수준 전망
신 총재는 물가 상황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나타냈다. 그는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물가는 중동 사태 진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높아진 비용 상승의 파급 효과가 당분간 이어지고, 수요 측 압력도 커지면서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발생한 비용 부담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 회복으로 수요 측 물가 압력까지 확대될 경우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을 상당 기간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물가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신 총재는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를 주요 통화정책 판단 요인 중 하나로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 1500원대 높은 수준
신 총재는 원·달러 환율과 주식시장 흐름도 언급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과 미 달러화 강세로 1500원대 초중반의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달러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주요 업황 호조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에는 외국인의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 목적의 매도가 확대되면서 다소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 총재는 금융시장 흐름과 대외 불확실성을 함께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도 불안 요인
신 총재는 국내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성장세 확대와 금융기관의 양호한 복원력 등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안 요인도 함께 지적했다. 신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재확대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경우 가계부채와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 리스크도 포함돼 있다.
신 총재는 “한국은행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적극 도모했다”며 “금융·경제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