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학문 자유 침해·권력 남용”

동반연·퍼시연 등, “관련 경위 공개·평가기준 삭제·책임자 문책” 촉구

교육부 관리·감독 책임 제기
모호한 규정 강요해선 안 돼
반박·자유 토론 위 학문 발전

한국연구재단의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9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진행됐다. ©퍼시연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과 퍼스트코리아(FIRSTKorea)시민연대(퍼시연)를 비롯한 전국 107개 단체가 9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연구재단의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 평가 기준의 철회와 교육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가 주최하고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대전광역시인권센터가 공동 주관했으며, 현장에는 법률가와 교수, 학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이 2026년도 학술지인증 신청요강에서 ‘연구(출판)윤리 강화활동의 구체성 및 엄정성’ 평가항목의 평가착안점으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를 제시한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재단의 감독 기관인 교육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임현정 퍼시연 사무총장의 모두발언에 이어 길원평 교수(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장), 제양규 교수(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 대표), 김영길 교수(한국인권지도사협회 총괄본부장),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이형우 교수(한남대)가 발언했으며, 이후 성명서를 낭독하고 교육부 관계자에게 이를 전달했다.

제양규 교수는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에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주무부처로서, 마땅히 감사하고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교육부가 ‘학술지 평가는 한국연구재단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해당 사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행태는 상위 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한 전형적인 직무유기이자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 기준이 사실상 특정 정책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투고규정에 젠더혁신정책을 반영하라는 것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고, 이는 학회지를 상대로 젠더혁신정책을 강제하는 평가 권력의 남용”이라고 밝혔다.

또 “‘젠더혁신’이란 개념이 최근에 만들어져서, 현재 대다수 학자는 ‘젠더혁신’이란 의미를 알지 못하고,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이 학술지와 논문 심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이러한 모호한 규정을 한국의 모든 학술지에 넣도록 한국연구재단이 강요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술지는 교수들이 논문을 내는 유일한 창구이며, 교수들의 임용, 승진 등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 수에 의해 거의 결정된다”며 “학술지의 방향이 결정되면, 자동적으로 교수들의 연구 방향도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길원평 교수와 제양규 교수가 성명서를 교육부 측에 전달했다. ©퍼시연
그러면서 “학문은 서로 반박하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 위에서 발전하는 것인데, 특정 방향으로만 허용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것은 논문 투고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는 헌법상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대학과 학술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러한 무모한 시도를 2020년부터 행한 한국연구재단에 대해,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의 감독 기관으로서, ‘젠더혁신정책’ 문구가 들어간 과정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2020년도 학술지평가 신청요강에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가 언제, 누가, 어떤 절차로 삽입됐는지 조사·발표 △관련 지시 문건과 회의자료, 담당 부서, 결재라인, 외부 자문기관과의 관계 전면 공개 △2026년도 학술지인증 신청요강에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를 평가착안점에서 즉각 삭제 △평가기준 도입에 관여한 관계자 조사 및 문책 △교육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했다.

또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해당 문구를 조속히 삭제하지 않을 경우,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