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야곱의 삶이 바로 그러했다.
형 에서와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자, 이번에는 더 큰 사건이 발생했다. 야곱의 딸 디나가 히위 족장의 아들에게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격분한 야곱의 아들들은 히위 족속을 몰살시켜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야곱을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라.”
벧엘은 어떤 곳인가? 벧엘은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벧’은 집을 뜻하고, ‘엘’은 하나님을 뜻한다. 벧엘은 성경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성지 가운데 하나로, 믿음의 조상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제단을 쌓았던 장소이다. 또한 서약의 성취와 영적 갱신의 요람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온 야곱은 디나 사건으로 인해 가정에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이때 하나님은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서 제단을 쌓으라고 명령하셨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야곱의 이름을 다시 이스라엘로 확증해 주셨고, 야곱은 그곳을 “엘 벧엘”, 곧 ‘벧엘의 하나님’이라 불렀다.
벧엘은 야곱이 에서를 피해 하란으로 도망하던 중 하나님을 만나고 서원했던 곳이다. 하나님은 야곱이 서원한 대로 그를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하셨다. 이처럼 벧엘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서원했던 순수한 신앙의 출발점이었다. 동시에 인간이 자기 편의대로 종교를 이용할 때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벧엘은 야곱에게 첫 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영적 갱신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오늘 본문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믿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디나 사건으로 야곱의 온 가족은 멸망 직전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라고 말씀하셨다.
벧엘은 야곱에게 잊을 수 없는 곳이었다. 철이 들고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난 곳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곳이었다. 또한 하나님 앞에 믿음을 서원한 곳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믿음을 잃어버리고 세상 물정에 빠져 있으며, 영적으로 우상 숭배에 젖어 있던 야곱의 가족들에게 믿음의 출발점인 벧엘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단을 쌓으라고 하셨다. 이것은 잃어버린 신앙을 회복하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은 야곱의 서원대로 그를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하셨다. 그러나 야곱은 그 서원을 잊고 있었다. 가나안으로 돌아온 뒤 정착 기반을 닦는 일에 마음을 빼앗겨, 벧엘에서 드렸던 서원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야곱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하나님은 그 문제를 계기로 야곱에게 벧엘의 서원을 다시 일깨워 주셨다.
2. 청산할 것을 청산해야 한다
야곱은 벧엘로 올라가기 전에 하나님 앞에서 청산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하나님은 먼저 이방 신상을 버리고 우상을 척결하라고 하셨다.
야곱과 그의 가족들이 완전히 신앙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가정에는 여러 종교적 우상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하나님 외의 것들도 함께 의지하는 혼합적인 신앙이 있었다.
그때 하나님은 야곱에게 이방 신을 버리라고 하셨다. 또한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고 하셨다. 이는 부정한 것을 버리라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삶 속에 묻어 있던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은 또한 의복을 바꾸라고 하셨다. 의복은 그 사람의 신분과 행실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의 모습으로 생활을 바꾸라는 뜻이었다.
하나님은 야곱을 다시 만나 주셨다. 그리고 그에게 이제부터는 이름을 야곱이라 하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야곱은 벧엘로 가는 일을 더디 했다. 그는 세겜에 이르러 머뭇거리다가 딸 디나가 봉변을 당하는 일을 겪게 됐고, 그로 인해 보복과 피비린내 나는 사건까지 벌어지게 됐다.
3. 힘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어려움을 당할 때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다시 만나 주셨다. 그리고 그에게 새 이름을 주셨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많은 국민과 백성이 그의 허리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신 땅을 야곱에게 주고, 그의 후손에게도 그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하나님은 이 축복을 다시 확인해 주시며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전능한 하나님, 곧 ‘엘 샤다이’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뜻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자기 백성에게 복을 주시는 하나님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지금 그 하나님이 야곱에게 나타나신 것이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라.”
하나님은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 그곳에 머물며, 형 에서의 낯을 피해 도망하던 때에 나타나셨던 하나님께 단을 쌓으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지금 야곱으로 하여금 과거를 회상하게 하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벧엘은 야곱이 에서를 피해 도망하던 때에 돌을 베개 삼아 잠을 자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야곱은 천사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광경을 보았고, 하나님의 축복의 말씀을 들었다. 또한 야곱이 놀라운 신앙의 깊이를 깨닫게 된 곳이기도 했다.
창세기 28장 16절에서 야곱은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하나님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그곳에 계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17절에서는 “이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하늘의 문이로다”라고 고백했다.
하나님은 바로 그런 사연이 있는 벧엘로 올라가라고 하신 것이다. 가장 은혜가 충만했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났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절망 속에서 헤매던 야곱에게 큰 용기를 주셨던 그때를 잊지 말라는 말씀이기도 했다.
이 말씀은 야곱처럼 심히 두렵고 절망적이며 마음이 흔들릴 때일수록 더욱 필요한 말씀이다. 다시 말하면 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찾고, 첫 신앙을 회복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우리 주변에는 옛날의 뜨겁고 열심 있던 신앙생활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옛날을 그리워만 하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과거에 주님을 섬기면서 가장 은혜로웠던 때가 언제였는지 돌아보자. 모진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새워 기도하던 때를 회상해 보자. 잠을 설치면서도 새벽예배에 참석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핍박 속에서도 주일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교회로 달려왔던 그때를 생각해 보자.
그곳이 바로 우리가 올라가야 할 벧엘이다.
야곱은 훗날 요셉을 만나러 가기 전 브엘세바에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았다. 그는 하나님 뜻대로 살면 인생의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러한 삶의 체험을 통해 야곱이 깨달은 것은 자신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보호와 섭리였다.
우리 모두에게도 이 은총이 있기를 소원한다.
#이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