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서 시위 참여한 17세 목회자 아들 석방… “가택연금 추정·공개 발언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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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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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성인용 최고 보안 교도소에 3개월 이상 수감됐던 10대 기독교인이 석방됐다. 그러나 대면 공개 발언이 금지되는 등 엄격한 제한 조치가 함께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최근 개신교 목회자의 아들인 조너선 데이비드 뮤어 부르고스(Jonathan David Muir Burgos·17)가 최근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조너선은 지난 5월 28일(이하 현지시간) 만 17세가 됐으며, 체포 당시에는 16세였다. 그는 지난 3월 16일 복음주의 목회자인 아버지 엘리에르 뮤어 아빌라(Elier Muir Avila) 목사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뒤 쿠바 당국에 체포됐다.

CSW에 따르면 가족은 석방 조건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조너선은 쿠바 형법 제36조에 규정된 ‘가택 구금(Reclusión Domiciliaria)’ 조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징역형을 대신하거나 형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자주 활용되는 제도다.

석방 조건 가운데 하나는 대면 방식의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조너선과 그의 아버지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자진 출두해 체포 절차에 응했다. 당국은 아버지를 당일 석방했지만, 조너선은 별도로 구금한 뒤 최고 15년형이 가능한 ‘사보타주(파괴공작)’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조너선은 성인 수감자를 위한 최고 보안시설인 카날레타(Canaleta) 교도소로 이송됐다.

가족은 수감 기간 동안 조너선이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인 미네르비나 부르고스 로페스(Minervina Burgos Lopez) 목사는 조너선이 피부질환인 한포진(dyshidrosis)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 감염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극도로 부족한 식사로 인해 영양실조에 시달렸고,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실신 증상(미주신경성 실신), 우울증, 심한 혼란 증세를 겪었다고 전했다. 침대벌레에 지속적으로 물리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감 기간 중 쿠바 정부는 조너선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가족은 이를 건강 악화를 감추기 위해 연출한 선전용 사진이라고 반박했다.

조너선의 아버지는 CSW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수감은 신앙생활을 할 권리까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도 조너선을 ‘양심수(Prisoner of Conscience)’로 지정했다.

CSW는 조너선의 체포가 단순히 시위 참가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의 종교 활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에 따르면 아버지인 뮤어 아빌라 목사는 쿠바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독립 개신교 교회 ‘티엠포 데 코세차(Tiempo de Cosecha)’를 이끌고 있다.

위원회는 조너선의 구금을 “가족을 압박하기 위한 대리 강압(attempt at coercion by proxy)”이라고 규정했다.

2024년 쿠바 공산당 종교담당국은 정부 관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보내 뮤어 아빌라 목사에게 공산당이 승인한 교회만 운영할 수 있으며 국가가 인정한 목회자만 사역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에서는 모든 종교단체가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 활동하는 단체는 감시와 경고, 각종 제재를 받는다.

조너선은 전국적인 정전과 극심한 식량·의약품 부족 사태 이후 확산된 시위 과정에서 체포됐다.

그가 거주하는 모론(Morón) 지역은 당시 7일 연속 정전이 이어졌으며, 주민들은 다른 지역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모론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쿠바 공산당 사무실을 습격해 방화했고, 시위 과정에서 참가자 1명이 총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시위가 계속되자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으며, 이후 젊은층과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소환 조사와 가택 수색, 체포를 잇달아 실시했다고 쿠바 독립언론 시베르쿠바(CiberCuba)는 보도했다.

조너선 역시 조사 과정에서 시위 현장에 있었는지, 당시 자유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인 심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SW의 머빈 토머스(Mervyn Thomas) 대표는 국제사회가 평화적 시위 참가자,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쿠바 정부의 처우를 강력히 규탄하고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독립 쿠바 법률자문단체 쿠발렉스(Cubalex)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국가 차원의 탄압 사례 242건과 44개 유형에 걸친 괴롭힘 사례 528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총 190명으로 여성 46명, 남성 144명이었으며, 수도 아바나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보고됐다. 이어 조너선이 거주하는 모론이 속한 시에고데아빌라(Ciego de Ávila)주와 산티아고데쿠바(Santiago de Cuba) 순으로 피해가 많았다.

가장 빈번한 인권 침해 사례는 수감자 권리 침해를 비롯해 폭력과 괴롭힘, 구금시설 간 강제 이송, 경찰 감시, 협박, 자의적 구금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