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론조사 “조력자살 합법화 재추진 지지 제한적”

NHS 개선이 우선 과제로 꼽혀
(기사와 관련 없음) ©Pixabay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영국에서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합법화를 위한 법안 재추진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2024년 10월 킴 리드비터(Kim Leadbeater) 의원의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이 발의된 이후 해당 사안과 관련해 실시된 최대 규모의 여론조사다.

리드비터 법안은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상원(House of Lords) 심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비판론자들은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가 압박이나 강요에 의해 조력자살을 선택할 위험이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군 참전용인들에게도 제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의회 회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심의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조력자살 합법화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이미 의원들에게 새로운 의원입법(Private Member’s Bill)을 발의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최소 10차례 이상 조력자살 합법화를 시도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일부 법안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음에도 최종적으로 모두 무산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모든 지역구에서 다수의 응답자들이 조력자살 합법화를 위해 하원이 상원을 우회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는 일부 운동가들이 제안한 방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응답자들에게 정치적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서 조력자살 합법화는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다수의 유권자들은 조력자살 논의에 앞서 국가보건서비스(NHS) 개선과 임종 돌봄(end-of-life care)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안전장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다수는 섭식장애 환자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아울러 다수의 응답자들은 가족 구성원이 조력자살을 선택할 경우 친척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답했으며, 의료진이 먼저 조력자살을 제안해서는 안 되고 환자 본인이 직접 이를 요청한 경우에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노동당 소속 제스 아사토(Jess Asato) 하원의원은 “2년 전 노동당 의원들은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 NHS 개혁, 국가 재건이라는 공약을 바탕으로 선출됐다”며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들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우리에게 정부 운영을 맡긴 이유에 집중해야 하며, 핵심 과제에서 벗어나는 일은 노동당 정부의 정치적 자본과 자원, 시간, 에너지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토 의원은 리드비터 법안에 대해 “매우 분열적이며 결함이 있고 위험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여성주의 연구단체인 ‘디 아더 하프(The Other Half)’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인 화이트스톤 인사이트(Whitestone Insight)가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