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국 교수(백석대 실천신학)가 최근 복음과 도시 홈페이지에 ‘신앙은 일상의 삶으로 번역되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신앙이 의식과 감정의 차원을 넘어 일상 속에 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신앙이 예배당 안에만 머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된 오해”라며 “20세기 영국 성공회 대주교이자 사회윤리 사상가였던 윌리엄 템플은 하나님이 단지 신앙의 영역에만 관심을 기울이신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대한 실수라고 했다”고 했다.
또 “전도서의 전도자는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전 9:7)고 말한다”며 “이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할 때 기뻐하신다는 의미이지만, 일할 때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때 하나님은 더 기뻐하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깊은 차원에서 일할 때는 하나님이 생각나지 않아야 더 정상적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순간에 하나님이 생각나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신앙을 의식의 감옥에 가두는 일이 될 수 있다”며 “교회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얼마나 자주 언급하는지라는 양적 지표만으로 신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주일의 뜨거운 감정이 월요일의 차분한 성실함으로 변환되도록 성도들을 지도해야 한다. 성도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일상의 일에 성실한 것이 곧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일을 할 때 하나님을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못할 만큼 일에 집중하는 성도는 하나님을 잊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설계하신 성실의 기쁨 속에 있을 수 있다”며 “일상 속에서 하나님이 매번 의식의 전면에 떠오르지 않는 것은 반드시 신앙의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안식의 한 모습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핵심은 교회가 성도들의 신앙이 의식 수준, 곧 이성과 감정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신앙이 아니라 몸에 밴 신앙으로 깊어질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야 한다는 데 있다”며 “교회는 모든 차원에서 하나님을 자주 언급하는 모습을 곧 좋은 신앙으로 여기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연애 기간을 지나 결혼하면 사랑이 뜨거운 감정에만 매이지 않듯, 신앙이 깊어지면 격정적인 감정은 잦아들 수 있다. 이는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사랑의 거처가 의식에서 더 깊은 무의식(unconscious)과 존재의 영역으로 옮겨간 것”이라며 “사랑은 예전처럼 매 순간 가슴이 뛰거나 특별한 감격이 매일 몰려오는 방식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공기처럼 혹은 늘 곁에 있는 배우자처럼 당연하고 고요한 상태가 된다. 신앙도 그렇게 삶의 깊은 질서 안으로 들어간다. 굳이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삶의 양식과 가치관 속에 신앙이 녹아들어 있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계의 신앙은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는 신앙이 아니다. 하나님을 생각하는 방식이 하나님 안에서 사는 방식으로 바뀐 신앙”이라며 “의식적인 노력이 늘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나의 존재 자체가 그분과 연결되어 있다. 이 신앙은 결정적 순간에 피어나는 꽃처럼, 깊은 곳에 자리한 사랑의 힘으로 작용한다. 이는 평소에는 무덤덤해 보이던 노부부가 한쪽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거는 숭고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숙한 신앙은 의식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신앙이 아니라 삶에 체화된 신앙”이라며 “평온할 때는 신앙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고요하지만, 삶의 거대한 풍랑이나 죽음의 문턱 앞에서 이 신앙은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신앙이 깊이 뿌리내린 사람은 하나님이 내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은 순간에도 그분을 신뢰하며 묵묵히 그 길을 걷는다. 이때의 신앙은 감정의 유희가 아니라 의지적 투신의 모습을 지닌다”고 했다.
이어 “가장 어두운 밤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처럼, 고난의 시기에 비로소 그 신앙의 깊이가 증명된다”며 “교회는 성도들을 이성과 감정에만 머무는 신앙에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신앙으로 안내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교회는 성도들이 하나님에 대한 감정적 뜨거움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하나님을 향해 매 순간 가슴이 뛰지 않더라도 하나님 안에서 사는 삶은 깊은 신앙의 한 모습이다. 교회는 성도들의 신앙이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가치관과 삶의 양식에 녹아든 일상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며 “좋은 신앙은 하나님의 이름을 더 많이 말하는 데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태도와 관계의 방식, 노동의 성실함과 고난 앞의 인내 속에서도 드러난다”고 했다.
또한 “교회는 신앙의 질서가 일상을 통해 증명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의 거룩함은 누구나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적 구호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신 일상에서 드러나는 삶의 양식 자체가 성숙한 신앙의 증거가 된다”고 했다.
아울러 “현대 교회와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앙의 질서를 입술이나 의식에 가두지 않고 일상의 삶으로 번역해 내는 능력”이라며 “신앙이 일상의 삶으로 번역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독백에 불과하며 그 믿음은 공허한 관념에 머물 수 있다. 교회는 일상이 신앙이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완성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