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계 적자 역대 최대… 고소득층 흑자액 격차 확대

1분기 1분위 실질 흑자액 –43만8000원… 5분위와 격차 388만원대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가구의 적자 규모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확대됐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아지면서, 저소득층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만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흐름이 뚜렷해졌다.

반면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 가구는 지출을 늘렸음에도 처분가능소득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여윳돈이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의 가계 살림살이 격차도 다시 벌어졌다.

31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43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소비했다는 의미다.

실질 흑자액은 명목 흑자액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제거한 값이다. 1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201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저소득층 가구의 적자 상태는 반복돼왔지만, 올해 1분기에는 그 폭이 더 커졌다.

◈ 1분위 적자 확대, 5분위 흑자 증가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1분기 기준 202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고소득층은 소비가 늘었지만 처분가능소득 증가 폭이 더 커 가계에 남는 돈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1분위와 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 격차는 388만4000원까지 벌어졌다. 이 역시 같은 분기 기준 2022년 이후 최대 격차였다. 저소득층은 적자가 커지고 고소득층은 여윳돈이 늘어나면서 가계 여력의 차이가 더 선명해졌다.

1분위 가구의 적자 확대는 소득 정체와 지출 증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79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했다. 전체 소득 증가율도 0.6%에 그쳤고, 전체 소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전소득은 2.6% 줄었다.

여기에 사회보험과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실제 가계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더 줄었다. 1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3.6% 증가했으며, 사회보험 지출은 22.7%, 이자비용은 12.3% 늘었다.

◈ 필수 지출 증가가 저소득층 부담 키웠다

1분위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12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든 반면,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지출 증가에는 식료품과 보건 등 필수 항목이 영향을 미쳤다. 1분위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3.3%, 보건 지출은 6.5% 늘었다. 저소득층은 먹거리와 의료비 등 기본 생활비를 줄이기 어려워 물가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통·운송과 오락·문화 지출도 늘었다. 1분위 가구의 교통·운송 지출은 33.8%, 오락·문화 지출은 23.4% 증가했다. 전체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저소득층에는 일부 항목의 증가도 가계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 고소득층은 처분가능소득 역대 최대

5분위 가구는 지출 증가에도 처분가능소득이 더 크게 늘며 흑자액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 5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814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이는 같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고 사업소득은 3.0% 감소했다. 그러나 세뱃돈 등 사적이전소득을 중심으로 이전소득이 22.6% 증가하면서 전체 처분가능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비소비지출도 가구 간 이전지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1.0% 줄었다.

5분위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47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교통·운송, 보건, 교육, 음식·숙박 등 주요 항목에서 소비가 증가했지만, 소득 증가 폭이 이를 웃돌면서 고소득층의 가계 여력은 더 커졌다.

◈ 가계 양극화 확대 우려

2분기 이후에는 가계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4월부터 중동 사태 여파로 고물가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교통비 등 생활비 부담이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소비에서 필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물가 상승에 취약하다. 처분가능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생활비와 이자비용, 사회보험 부담이 함께 커지면 적자 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황과 일부 대기업 성과급 지급 등이 고소득층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는 저소득층 가계 적자와 고소득층 흑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 흐름을 보여줬다. 고물가와 금리 부담이 이어질 경우 가계 살림살이의 양극화는 당분간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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